
연예인들이 신변위협을 느끼고 있다. 얼굴이 알려지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자주 가야하는 연예인의 안전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냥 넘길 수 없다. 스토커로 인한 피해는 특히 심각하다. 가족들까지 위험에 놓일 수 있다. 각종 사건·사고로 떨고 있는 연예인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승신, 콘서트 관람 중 피습
크리스마스시즌이던 지난 12월 23일. 탤런트 이승신이 30대 중반의 여성 홍모씨에게 기습 폭행을 당했다.
남편인 김종진이 리더로 있는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콘서트 관람 중 일어난 일이었다.
그 때 휴대폰으로 공연을 녹화하던 이승신은 앞자리에서 갑자기 달려든 홍씨로부터 머리 윗부분이 1cm 가량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홍씨는 한차례 더 이승신을 때리려 했으나 주변사람들 제지로 실패했다. 피를 많이 흘린 이승신은 사고 직후 근처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다. 정밀검사 결과 전치 5주 진단이 나왔다.
집에서 휴식 중인 이승신은 사고 때 충격으로 계속 공포감을 느끼며 불면증까지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에서 홍씨는 “다정한 김종진-이승신 부부 모습에 화가 나 폭행했다”며 단순폭행을 주장했다. 하지만 김종진 쪽은 홍씨가 10여년간 자신을 스토킹 했다고 진술했다. 뿐만 아니라 이승신은 병원 정밀검사자료 등을 증거로 내고 홍씨를 스토킹과 폭행혐의로 고소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스토킹을 비롯한 갖가지 사고에 노출돼 있는 연예인들의 안전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지금까지 스토커 등에 따른 연예인들의 피해가 잘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간접적으로 이뤄진 반면 이승신은 공개된 장소에서 상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안겨줬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이승신의 쾌유를 비는 한편 “연예인 안전에 대한 대책 마련과 가해자 처벌이 강화돼야할 것 같다”는 반응이다.
신분 노출…사고위험 커
이승신만이 아니라 많은 연예인들이 각종 사고에 드러나 있다. 얼굴이 알려지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자주 가야하는 직업특성상 언제, 어떻게 당할지 알 수 없다. 경호원을 고용하지만 돌발 상황까지 막긴 힘들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연예인은 불특정다수인 대중들 관심을 한 몸에 받는 특이한 위치에 놓여 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때에 따라 공격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콘서트와 공개방송 중심으로 활동하는 가수들의 경우 특히 돌발 상황을 자주 경험한다. 가수매니저 A씨는 “얼마 전 에픽하이 콘서트에서 한 여성 팬이 알몸을 노출해 논란이 일었다. 콘서트에선 흥분한 팬들의 과격한 행동이 더러 생긴다. 공연에 지장을 주거나 연예인 안전에
문제가 생길까봐 신경이 예민해진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지만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인만큼 무턱대고 팬들의 접근을 막을 수만 없다는 점에서 연예인들 신변위협은 더욱 커진다. ‘안티 팬’ 혹은 ‘스토커’일지 모르지만 순수한 뜻의 팬을 자처하고 다가온 사람들을 처음부터 매몰차게 거절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남자탤런트 매니저 B씨는 “굳이 스토커 때문이 아니라도 팬들이 갑자기 몰릴 땐 사고가 날 수 있어 연예인은 물론 팬들을 위해서라도 경호를 강하게 할 때가 있다”면서 “그러면 곧바로 인터넷 등을 통해 팬들의 불만이 쏟아진다. 안전 확보가 쉽지 않고”고 전했다.
“가족들 피해 입을까 걱정”
신체적 피해만이 아니다. 연예인들은 정신적 안전도 보호받지 못한다. 이메일이나 미니홈피 등이 해킹 당해 사생활이 드러나는가 하면 메일, 댓글 등을 통해 입에 담기조차 곤란한 욕설을 듣기도 한다.
고소영, 김태희, 하리수를 비롯한 연예인들이 악플러들을 고소하고 강병규가 수 십 통의 음란성 이메일과 휴대전화문자를 보낸 30대 여성을 신고한 것도 정신적 안전을 위협받았기 때문이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정신적 공격이 신체적 공격보다 더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자신감이 없어지고 불안감이 가중돼 일도 할 수 없게 된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예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위협받는다는 점에서 연예인 안전은 보통문제가 아니다. 연예인들 역시 자신으로 인해 가족들이 피해입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자신과 달리 가족들은 경호원들의 보호조차 받을 수 없는 까닭이다.
이승신도 남편인 김종진 스토커로 추청되는 여성에게 당했다는 점에서 연예인가족이기에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다.
17년 간 스토킹에 시달린 김미숙도 자녀의 신변이 걱정돼 결국 스토커를 경찰에 신고했다.
가수매니저 A씨는 “연예인도 연예인이지만 가족들 안전도 무시할 수 없다. 요즘엔 인터넷으로 조금만 검색해도 가족사항을 알 수 있어 은근히 예민한 연예인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큰 사랑을 받는 만큼 다양한 사고위험에 시달리는 연예인. 그들은 오늘도 웃음 속에 불안함을 감춘 채 살아가고 있다.
신혜숙 프리랜서 tomboysh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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