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업은’ 사랑, ‘휠체어 탄’ 이별
‘등에 업은’ 사랑, ‘휠체어 탄’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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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11-08 15:27
  • 승인 2007.11.0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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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누구나 겪음직한 사랑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수채화처럼 담담하게 펼쳐가는 영화다.

대학생 쓰네오(쓰마부키 사토시)는 어느 날 언덕길에서 유모차와 마주친다. 놀랍게도 그 안에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하반신 불구의 소녀(이케와키 지즈루)가 있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속에 나오는 조제로 불리길 원하는 소녀. 그녀에게 더 많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쓰네오는 엉뚱한 성격의 그녀에게 점점 끌린다.

조제는 이제 쓰네오를 통해 세상과 맞서는 법을 배워나간다. 당당하지만 실제로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던 조제. 쓰네오가 있기에 가장 무서워하던 호랑이도 보고,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인 물고기가 가득한 모텔방에서도 함께 보낸다.

하지만 보통의 연인들이 그렇듯 사랑의 설렘과 빛나는 시간들이 지나자 이들에게도 덤덤한 끝이 찾아온다.

영화는 흔히 상상하듯 모든 장애를 극복할 만큼 열렬히 사랑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보단 자신의 감정에 정직한 젊은이들이 현실과 부딪치며 빚어내는 파장을 묵묵히 지켜본다.

쓰네오는 조제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빠져들어 정직하게 사랑을 했고, 또 버틸 수가 없어 도망쳤다. 그리고 그 어쩔 수 없는 선택에 문득 울음을 터뜨린다.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쓰네오의 전 여자친구도 마찬가지다. ‘천사표’였지만 남자친구를 뺏기자 조제를 찾아가 “장애인인 주제에…”라며 뺨을 때린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정직한 감정에 맞닥뜨렸을 때의 비참함을 견디지 못해한다.

순수한 영혼들이지만 현실 속에서 이중적일 수밖에 없는 이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다. 하지만 그 과정을 딛고 다시 한 발 한 발 용기 있게 디디기에 이들의 모습은 찬란하게 빛나 보인다.

풋풋하지만 아픈 사랑과 성장이 동거하는 영화. 어느새 떨어진 물감이 도화지에 스며들어 지울 수 없는 색깔을 남기듯 그 여운이 오래도록 가슴에 자국을 새길 영화다.

다나베 세이코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조제…>는 간결한 문체의 짧은 소설에 비해, 영화는 유머러스한 극적 상황들을 끼워 넣어 보다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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