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조선시대, 궁궐 안에서 궁녀 월령(서영희 분)의 시체가 발견된다. 감찰상궁(김성령 분)은 자살로 은폐할 것을 명령하지만 내의녀 천령(박진희 분)은 월령이 최근 아이를 낳은 적이 있음을 알고 자살로 위장된 치정 살인이라는 신념하에 독자적으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죽은 월령의 연애편지를 발견하고 결정적인 증거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 그녀를 습격하고 편지는 사라진다.
유력한 용의자들을 심문해 보지만 다른 궁녀들은 약속이나 한 듯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왕자의 세자 책봉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희빈(윤세아 분)과 은밀한 비밀을 품은 벙어리 궁녀 옥진(임정은 분), 그리고 왕의 눈에 들고자 하는 야욕을 품은 정렬(전혜진 분)은 시시각각 죽은 월령의 그림자를 느낀다.
이런 가운데 감찰상궁은 궁녀들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행실이 바르지 못한 궁녀를 공개 처벌하는 연중행사 ‘쥐부리글려’의 희생양을 골라 월령을 죽인 죄를 뒤집어 씌워 처형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궁녀는 오직 궁궐 안에서만 존재한다. ‘궁중 미스터리’라는 표현은 인물들이 처한 폐소공포증을 대변한다. “입을 함부로 놀리면 혀를 뽑을 것이며, 궁궐의 물건에 손을 대면 손이 잘릴 것”이라는 감찰상궁의 호통은 그러한 분위기와 어울려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손톱 밑에 바늘을 꽂는 당시의 참혹한 고문이나 죄를 저지른 궁녀를 엄벌에 처하는 ‘쥐부리글려’ 같은 장면은 더욱 생생한 공포로 다가온다.
올 여름 <므이>같은 공포 영화들이 애매하게 관람 등급 조정에 심혈을 기울이며 결국 완성도에 지장을 줬던 것과 달리, <궁녀>는 아예 처음부터 ‘18세 이상 관람가’라는 확고한 전략을 효과적으로 밀어붙였다.
더불어 여성 감독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궁녀들의 생활상은 무척 흥미롭다. 그것은 넓게 보아 TV드라마 <대장금>과 최근의 <왕과 나>가 획득한 인기처럼, 기존 사극에서 다뤄지지 않은 영역에 대한 호기심과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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