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신기루만화경의 <코끼리와 나>는 독특한 감각에 묵직한 서사를 담아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 극작가 겸 연출가인 이해제씨가 쓰고 연출했다.
조선 태종 때 일본으로부터 처음 들어온 코끼리를 두고 벌어지는 음모를 ‘만화경’으로 보듯 다양한 각도에서 들여다보며 서사적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주연은 영화에서 독특한 캐릭터와 연기로 유명한 오달수씨. 오씨는 배우중심의 실험극단 신기루만화경의 대표이기도 하다.
이씨와 오씨는 의형제를 맺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오씨는 이씨가 쓴 모든 작품에 출연했을 만큼 둘은 연극계의 알려진 명콤비. <코끼리와 나> 역시 이씨가 주인공 ‘쌍달’역에 오씨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이다.
태종 11년(1411년) 왜왕이 친선 예물로 보낸 코끼리 한 마리가 조선 땅에 육중한 발을 내딛는다. 코끼리는 왜에게도 계륵같은 존재다.
힘은 좋아 쓸모가 많지만 이 사나운 짐승으로 인해 벌써 많은 무장들이 죽었다. 살려둘 수도 없고 죽이기는 아까운 상황에서 조선에 선물로 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것. 더욱이 왜왕은 코끼리가 조선에서 죽길 바란다. 그러면 조선이 왜의 선의를 무시했다는 구실로 침략전쟁을 일으켜 실제 욕심을 내고 있던 대장경을 빼앗겠다는 속셈이다.
조선정부는 난생 처음 보는 육중하고, 흉하고, 난폭한 동물을 보고 우왕좌왕한다. 코끼리를 길들일 적임자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자 난감해한다.
이 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인물이 바로 소도둑 ‘쌍달’이다. 훔친 소 떼를 몰고 우시장에 가던 쌍달이 미쳐 날뛰는 소를 능숙한 솜씨로 제압하는 장면이 눈에 띄며 그는 코끼리를 돌보라는 어명을 받는다.
쌍달은 코끼리 ‘흑산’을 미워하면서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하려 하지만 차츰 흑산과 가까워지며 진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일본은 흑산이 죽지 않자 약도 먹여보고, 자객을 보내 쌍달은 물론 코끼리도 죽이려하나 쌍달과 흑산의 협조로 무산된다.
그러나 일본과 내통한 정부 관리로 인해 흑산은 누명을 쓰고 제주도로 유배를 떠나 목숨을 잃을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쌍달은 나라를 위해 흑산을 데리고 탈출, 서울로 와 음모를 밝히고 숨진다.
공연기간: ~ 10월 21일
공연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공연문의: 1544-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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