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한 평생 지켜준다는 건 뭘까.”
곽경택 감독이 이 화두를 들고 가을 관객의 마음을 훔친다. 자신의 일곱번째 영화 <사랑>을 통해서다. 단순명료한 제목만큼 <사랑>은 러닝타임 내내 곁눈질 하지 않고 목표지점을 향해 쉼 없이 돌진한다.
<사랑>에는 하나같이 비운의 인물들이 나온다.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유도부 유망주 채인호(주진모)는 전학 간 초등학교에서 미주를 보고 마음이 흔들린다. 미주(박시연) 때문에 뜻하지 않게 주먹질을 하게 되고, 미주의 생일에 유일하게 초대받게 된다.
그러나 공교롭게 그날 미주집에는 빚쟁이들이 들이닥치고 미주는 자신이 그린 그림도 챙기지 못한 채 허겁지겁 쫓겨 간다.
두 사람이 재회한 건 인호가 고교 유도선수가 됐을 때. 첫눈에 서로를 알아보고 가족을 잃은 미주에게 인호는 다짐하듯 “평생 널 지켜주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미주 때문에 살인미수범이 된 인호는 철창에 갇히면서 또 한 번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
7년 후. 자신을 돌봐주는 유 회장(주현)의 경호원이 된 인호와 회장의 세컨드가 돼 운명적으로 다시 만난 두 사람. 이제 이들은 더 이상 뒷걸음질 치지 않고 서로를 향한 진심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 앞에는 예상보다 험난한 난관이 드리워져 있다.
주진모·박시연·김민준의 연기는 감독의 노련한 연출 덕에 빛을 발한다. 특히 주진모는 <친구>의 장동건을 넘어섰다는 평을 들어도 손색없는 호연을 펼쳤다.
회장의 여자가 된 미주를 본 뒤 숙소에 돌아와 “지랄 같네 사람 인연”이라며 울먹이는 주진모는 지금까지 보여준 연기 중 으뜸이었다.
박시연도 한 남자를 그리워하지만 결코 지켜줄 수는 없는, 비극적인 캐릭터를 잘 표현해냈다. 부산 토박이라 시니컬한 경상도 대사와 표정이 잘 맞아떨어졌다.
기대 이상의 열연은 김민준도 보여줬다. 그는 인호와 미주를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악역으로 나와 답답해 보였던 과거의 연기패턴에서 보란 듯 탈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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