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은 납치극 혹은 인질극이 아니다. 오히려 납치된 인질이 납치범들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소동극에 가깝다. 이렇게 전도된 설정도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는 마치 이러한 공식을 전제하듯, 처지가 뒤바뀌는 상황을 일찌감치 마감해버린다. 먼저 납치범 3인조의 구성.
만삭의 아내가 교도소에 수감된 도범(강성진)은 “아이의 본적을 교도소로 만들래”라고 추궁하는 아내를 감옥에서 빼내기 위해 2000만원의 보석금이 필요하다. 도범의 옆에는 백수건달 처남 종만(유건)이 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어설픈 납치범은 결혼 사기를 당하고 목매달아 죽으려던 농촌 노총각 근영(유해진).
이렇게 급조된 3인조는 권순분(나문희) 여사를 납치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을 세운다.
권순분 여사는 하루 3000 그릇의 국밥을 팔아서 한 달 7억5000만원의 매상을 올리는 재벌급 국밥집 사장이다. 3인조는 권순분 여사를 납치하는 데 성공하고 여사의 자식들에게 협박 전화를 걸지만 공사다망한 자식들은 협박할 틈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린다.
자식들의 ‘작태에’ 납치범보다 납치된 권순분 여사가 분노하는 것은 당연지사. 총기가 넘치는 권순분 여사는 단숨에 어설픈 3인조를 제압하고 “내 몸값 내가 받아주겠다”며 나선다.
당초에 납치범들은 몸값으로 5000만원을 받을 생각이었으나, 권순분 여사는 자신의 몸값을 500억원으로 올리고 경찰과 언론을 대상으로 납치극을 벌인다.
여기에 권순분 여사를 어머니처럼 모시는 부산의 경찰서장 재도(박상면)가 여사님 구하기에 나서면서 추적극이 시작된다.
또한 중반의 코미디 향연에서 거구의 여성으로 나오는 자야(박준면)의 구실이 지대하다.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왕곱단 역으로 나왔고, 드라마 <아현동 마님>에서 둘째딸 백금녀를 연기하고 있는 박준면의 이미지를 극대화한 자야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에서 조연급 ‘감초’ 이상의 구실을 해낸다.
여기에 자야와 ‘러브 라인’을 형성하는 근영 역의 유해진이 가세하면서 코미디는 은은한 절정에 이른다. 유해진은 근영의 이름 한 자로, 표정 한 번으로 웃음을 머금게 만드는 무르익은 코미디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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