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복수극과 블랙코미디의 동거가 시작된다
핏빛 복수극과 블랙코미디의 동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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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9-20 11:01
  • 승인 2007.09.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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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니토드

올해 공연계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히며 일찌감치 비상한 주목을 받았던 뮤지컬 <스위니 토드>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스위니 토드>는 뮤지컬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작사ㆍ작곡가로 평가받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대표작. 억울한 옥살이를 한 이발사의 섬뜩한 복수극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연쇄 살인과 식인 등 파격적 소재를 정면으로 다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97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그해 토니상 8개 부문을 휩쓸었던 수작이다.

작품 배경은 영국 귀족 문화가 정점에 달했던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대 런던. 산업혁명을 통해 부를 쌓아가던 상인ㆍ자본가들과 기계부품 취급을 받으며 비참한 생활을 강요당하던 노동자들이 공존하던 시기다.

주인공인 이발사 벤저민 바커는 산업화 사회의 그늘에 속한 사람이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던 그는 자기 아내를 탐한 터핀 판사에 의해 누명을 쓴 채 나라 밖으로 쫓겨난다. 바커를 쫓아낸 터핀은 그의 아내를 겁탈하고, 그녀가 자살하자 홀로 남은 바커의 어린 딸 조안나를 입양해 키운다. 그는 조안나가 아름다운 숙녀로 성장하자 조안나까지 넘본다.

18년간 외딴 섬에서 형을 살고 돌아온 바커는 이 사실을 알고 분노한다. 복수를 위해 스위니 토드로 이름을 바꾼 그는 판사를 죽이려다 실패하고, 복수의 칼날을 익명의 타인들에게 돌리는 살인마로 변한다. 원래 살던 파이집 2층에 이발소를 차리고 손님들을 제물 삼아 무참한 복수극을 벌이기 시작하는 것. 그 과정에서 스위니 토드는 파이집 여주인 러빗 부인과 동업을 하게 된다. 그가 죽인 시체들을 러빗 부인이 고기 파이에 넣어 처리하는, 엽기적인 동업이다.

<스위니 토드>는 한 개인의 복수심이 사회 전체에 대한 증오로, 결국에는 카니발리즘(식인풍습)으로까지 발전해 나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 나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권력의 부패와 광기, 살인, 복수 등 어두운 이야기들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나간다.

작품은 곳곳에 냉정하고 날이 선 블랙 유머를 깔아놓는다. 이러한 유머의 바탕은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비판이다.

작품에서 묘사되는 19세기 중엽 런던은 정의와 자비 등 인간다운 가치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는 곳. 정상적인 사람이 정신병자나 물정 모르는 바보로 취급되는 세상이다. 약육강식 논리가 판치는 이곳에서 살인과 강도질은 당연해 보이는 ‘일상’. 관객들이 살인과 식인을 목격하면서도 킬킬거릴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관객들은 희생자들에 대한 동정보다는 주인공의 복수에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공연기간: 9월 15~10월 14일
공연장소: LG아트센터
티켓가격: VIP석 10만원/ R석 8만원/ S석 6만원/ A석 4만원
공연문의: 02)501-7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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