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 ‘제 식구 챙기기’ 비판받는 까닭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 ‘제 식구 챙기기’ 비판받는 까닭
  • 신현호 기자
  • 입력 2016-12-02 19:11
  • 승인 2016.12.02 19:11
  • 호수 1179
  • 38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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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수주 가뭄, 내 탓 아니니 공로만 다오”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2014년은 현대중공업에게 의미가 깊은 해다. 정기선 전무가 당시 부장으로 재입사한 뒤 처음으로 임원(상무)이 됐고, 권오갑 당시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권오갑 체제’에 들어섰다. 이후 두 사람은 초고속 승진을 이었다. 정기선 전무는 지난해 11월 상무 승진 1년 만에 전무가 됐다. 권오갑 사장은 지난 10월 부회장 직함을 달았다. 한편 2014년은 극심한 수주 가뭄을 이유로 현대중공업 및 관계사 직원 대상의 고강도 구조조정이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이 때부터 이어진 구조조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최대 3000명의 직원이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최근 현대중공업 안팎에선 정 전무를 필두로 ‘제 식구 챙기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직원들은 생사의 기로에 선 반면, 오너일가 최측근 위주의 승진 인사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지난 10월 사장단 인사에서 권오갑 사장과 가삼현 부사장은 각각 부회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권 부회장과 가 사장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가 사장의 경우 정 전무와 대학교 선후배 사이다.

업계는 권 부회장이 정 이사장의 신임에 힘입어 정기선 체제를 안착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이사장이 권 부회장을 신임하는 건 그가 위기관리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특히 적자로 시름하던 회사를 흑자 전환시킨 공로가 컸다고 한다.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 매출 20조1355억 원(연결 기준), 영업이익 8824억 원, 순이익 636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조 원가량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현대중공업이 상반기 흑자를 낸 건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존재감 커졌지만 책임은…

하지만 일각에서는 권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두고 온도차를 보인다. 현대중공업이 흑자를 기록한 건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과는 거리가 있으며 직원들의 희생으로 비용이 절감된 결과일 뿐, 업황이나 수익성이 좋아졌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현대중공업 직원 4500여 명이 퇴사했다. 올 3분기에만 26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향후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인적 구조조정은 계속 진행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를 키운 것도, 어려움에 처한 회사를 살린 것도 전부 직원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인데 정작 공로는 직원이 아닌 경영진과 오너가가 챙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무작정 비용만 줄인다고 회사가 살아나는 건 아니다”라면서 “물론 현대중공업의 경우 영업손실이 컸기 때문에 비용을 줄인 게 결과적으로 흑자를 냈지만 이 뿐이다.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관건인 데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못 내놓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회사 경영권에 대한 정기선 전무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초고속 승진은 물론 최근 분사를 통한 승계 작업이 본격적으로 착수된 모습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15일 이사회를 열고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 6개로 분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내년 4월까지 사업별 6개 독립회사 경영체제로 전환되며 기존 차입금은 분할되는 회사에 나눠 배정해 부채비율을 100% 미만으로 낮출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 표면적으로는 조선업 위기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히지만 사실상 정 전무의 경영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지주회사와 '불통 경영'

의도야 어찌 됐든 정 전무의 존재감은 갈수록 부각되고 있지만 책임감은 커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오너일가의 등기임원 등재는 전무한 상황이다. 오너가의 등기임원 등재는 연봉 공개 및 의사결정에 대한 법적 책임 등 회사경영 전반을 책임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임원 등재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특히 현대중공업 내부에선 권 부회장의 승진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내부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비용 줄이기’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은 “불통 경영”이라며 “직원은 안중에 없다”는 볼멘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구나 작업현장에서 직원들의 잇단 사망에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는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직원은 배제하고 제 식구만 챙긴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올 들어 현대중공업그룹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는 14건이나 된다. 현대중공업 11건, 현대미포조선 2건, 현대삼호중공업 1건 등이다. 최악의 해라고 지적되는 2014년 13건보다 많다.

일각에선 정몽준 이사장이 사재를 출연하고 경영에 참여하면 회사가 어렵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노조 측은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대주주와 경영진이 부실에 대해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현대중공업은 그렇게 어려운 상황도 아니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6개로 회사를 쪼개는 데 대해서도 강한 반발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중공업 내부 관계자는 “목숨을 바쳐가면서 회사를 키웠는데 정작 오너일가와 측근들의 배만 불린 셈”이라며 “직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수장이 회사를 이끈다면 회사는 오래갈 수 없다. 경영진에서 말하는 ‘위기’에서 회사가 탈출한다 하더라도, ‘존경받지 못하는 오너’라는 또 다른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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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laakstlr 2016-12-06 15:49:44 121.185.120.40
정말 더티한 회사다
오로지 오너만 위한 회사로 청문회에 증인으로
기업살인도 물어야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