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는 똥이라고?
그동안 <춘향전>을 새롭게 재해석한 공연은 많았지만 이런 식의 재해석은 처음이다. 8월 31일부터 9월 14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변>이 그 주인공이다.
이몽룡과 성춘향, 변학도를 중심에 내세워 극이 진행되는 원전 <춘향전>과 달이 이 연극은 아전과 기생이라는 주변인물들이 중심이 돼 극을 이끌어 간다.
작품이 이토록 원작의 서사구조를 완전히 뒤엎은 것은 우리나라 역사를 풍자하기 위해서다. 특히 독재자의 폭압과 그런 독재자를 쉽게 용서한 한국 현대사
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막이 오르면 기다란 테이블에서 아전들이 기생들을 끼고 노닥거리고 있다. 말은 ‘구국회의’라지만 실상은 새로 부임하는 신관 사또에 대한 신상 파악과 대책 마련이 주목적인 자리다. 아전들은 그동안 불법으로 백성들에게서 긁어모은 비자금을 서로 나눠 갖는다.
같은 시간, 기생들도 회의를 한다. 아전들이 떼어준 비자금이 적다고 아우성치던 기생들은 마찬가지로 신임 사또에 대한 대책회의를 열고 사또와 아전에게
서 정보를 캐내고 돈을 뜯어내는 방법에 대해 논의한다.
마침내 말 많던 변학도가 고을에 도착한다. ‘성균관 79학번’이자 명문가 자제인 변학도는 술을 좋아하고 장안에 이름 난 연애 시인. 절세미인으로 소문난 춘향에게 수청을 받겠다는 일념으로 관아 일은 따라온 친구에게 모두 맡긴 채 춘향을 향해 공허한 시만 읊는다.
변학도의 생일, 폭정과 착취에 시달린 민중이 반란을 일으키고 변학도는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하며 막 뒤로 향한다.
극의 시간적 배경은 분명 조선왕조 중기다. 하지만 공연을 지켜보다 보면 작품 배경을 3공화국 시절로 볼 수도 있고, 바로 지금이라고 볼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연출을 맡은 이상우, 차이무 예술 감독은 “<변>은 제목부터 중의적인 작품”이라면서 “제목은 변학도 성에서 따온 것일 수도 있지만 독재자를 ‘똥’으로 알아야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문성근, 최용민, 박광정, 민복기, 신덕호, 신영옥, 박지아, 김지영, 오유진, 김수정(변라도팀)과 강신일, 정석용, 김승욱, 이성민, 서동갑, 이희준, 전혜진, 김지현, 공상아, 윤영민(변상도팀)이 출연한다.
공연기간: 8월 31일~9월 14일
공연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공연시간: 화~목 7시30분 / 금~일 4시, 7시30분
티켓가격: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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