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CJ제일제당, 미원 원조기업에 잇단 특허권 피소 내막
[단독] CJ제일제당, 미원 원조기업에 잇단 특허권 피소 내막
  • 신현호 기자
  • 입력 2016-12-02 18:59
  • 승인 2016.12.02 18:59
  • 호수 1179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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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아지노모토, 트립토판에 이어 MSG 제조공법에도 유사성 주장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지난 8월 1일 일본 식품기업 아지노모토가 CJ제일제당을 상대로 독일 뒤셀도르프지방법원, 일본 도쿄지방법원에 각각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자사의 L-글루타민산나트륨(MSG) 제조공법을 CJ제일제당 측이 무단으로 사용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 회사는 CJ그룹 측 계열사 4곳에 그동안 입은 손해배상과 함께 판매 금지를 요구했다. 아지노모토는 1900년대 초 국내에 조미료 ‘아지노모토’를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회사다. 이후 이 조미료 이름으로 회사명을 바꿨다. 아지노모토(味の元)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미원’이다. 국내에서 대상그룹 임대홍 창업주가 제조 기술을 일본에서 배워와 1956년 출시한 바 있다. CJ제일제당은 미풍으로 맞서기도 했다.

아지노모토가 소송을 제기한 MSG는 가공식품에 첨가되는 성분으로, 화학조미료 ‘아지노모토’의 주성분이다. CJ제일제당도 인도네시아 법인 등에서 MSG를 생산해 타 기업에 판매하거나, 자사의 식품이나 사료 등에 첨가된다.

아지노모토에 따르면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공개할 수 없지만, 과거에 판매된 금액의 손해 배상까지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소송에서 지게 될 경우다. 그동안 번 돈의 상당 부분을 돌려줘야 할 뿐 아니라 판매금지로 인한 이익감소가 우려된다.

CJ제일제당 내부적으로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해진다. 본사 일부 부서의 경우 소송전 대비를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소송이 해외에서 진행되는 만큼 소명자료도 각국 언어로 준비해야 하는 데다, 해외사업을 추진하는데도 소송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판매금지가 이뤄진다면 피해는 더 커진다. 해외에서 판매하는 대부분 제품에 첨가되기 때문에 해외 매출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새로운 독자기술을 개발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특히 내수시장에 한계를 느껴 해외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회사가 이번 소송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워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지 못할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중국 기능성 아미노산 업체 하이더를 인수했다. 포기하긴 했지만 글로벌 MSG 시장 2위인 메이화성우의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다만 CJ 측은 이번 소송이 해외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MSG는 당사의 바이오사업에서 주로 사용된다”면서 “MSG는 주력으로 생산하는 성분이 아니기 때문에 지더라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아미노산 공법도
특허권 침해 소송 제기

CJ제일제당에게 이번 소송이 부담스러운 건 이미 앞서 아미노산의 제조공법 특허권 침해 소송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0일 아지노모토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트립토판 제조공법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독일 뒤셀도르프·미국 뉴욕연방지방법원,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 등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소송과 마찬가지로 그간 입은 피해보상과 함께 판매금지를 요구했다.

현재 ITC는 특허침해 관련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ITC가 특허 침해라고 인정한다면 수입금지 조치, 손해액 배상 등이 예상되며, 향후 법원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지노모토가 해외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이유는 미국과 독일에서 매출의 대부분이 발생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CJ제일제당의 트립토판의 누적 매출액은 4000억 원대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소송이 제기된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올렸다. 그만큼 국내보다 해외에서의 수익이 크기 때문에 CJ제일제당은 이번 소송이 달가울 리 없다.

일각에선 잇단 소송을 놓고 아지노모토가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제스처로 해석하기도 한다. CJ 측이 트립토판 시장에 뛰어든 지 3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45%)에 올라선 데다, 해외 바이오 업체를 인수해 몸집을 불리자 위기를 느꼈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이 진출한 2010년만 해도 아지노모토는 트립토판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지노모토 본사 측은 소송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일본 아지노모토 관계자는 소송의 이유와 입장 등에 대한 질문에 “공식적으로 답변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의 사업부문은 크게 식품부문, 바이오부문, 물류부문(대한통운)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식품과 바이오부문에서 큰 타격을 입게 된 셈이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의 연매출은 1조7000억 원을 기록했다. 10%에 달하는 트립토판 판매가 당분간 중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식품사업의 경우 매출 비중이 가장 높아 맏형격으로 불린다.

하지만 식품사업에 영향은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MSG보다 핵산이 주력 성분이이며, MSG의 경우 식품에 첨가되긴 하지만 생산은 바이오 쪽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최대 3년, 판단 일러
불확실성 길어질 우려

CJ 측은 소송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이 소송은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 정도 걸릴 것”이라면서 “중간에 취하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아직 소송에 대한 이렇다 저렇다 판단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해외사업에서 차질을 빚게 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송이 길어질수록 불확실성이 오래 유지된다는 지적도 있다.

회사 측은 지속적인 투자로 세계 최고 수준의 차별화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CJ제일제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이오 사업을 선택한 만큼, 이 분야 투자자들의 인식이 나빠질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양사의 소송과는 별개로, CJ제일제당의 위기(?) 대응능력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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