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이재명, ‘대세론’ 문재인 턱밑까지 추격
‘파죽지세’ 이재명, ‘대세론’ 문재인 턱밑까지 추격
  • 김희민 언론인
  • 입력 2016-12-02 16:05
  • 승인 2016.12.02 16:05
  • 호수 1179
  • 1면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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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장이 연일 상한가 행진이다. 최순실 게이트 및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야권 지지자들을 열광케 하는 사이다 발언으로 지지율이 수직상승하고 있다. 표정관리에 나서야 할 정도다. 마의 5% 벽을 깬 이후로는 거칠 게 없다. 어느새 10% 지지율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3위 자리를 위협하더니 최근 상당수 여론조사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까지 추월했다. 야권의 고만고만한 잠룡으로 여겨졌지만 어느덧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빅3 대선후보가 됐다. 민주당 경선룰에 대선결선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문 전 대표를 꺾고 1위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측근들은 표출하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지지율 상승세 지속… 마의 5%, 10%, 15%벽 돌파
- 2002년 대선 제2의 노무현, 2016년 한국판 트럼프?

이재명 시장의 상승세는 촛불민심에 가장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정치인이라는 점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국민적 분노는 11월 이후 매주 토요일이면 서울 도심 광화문을 100만 촛불로 수놓고 있다. 촛불민심의 요구는 간단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하야다. 이 시장은 촛불정국 내내 좌고우면하지 않고 가장 선명한 주장을 내놓았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오는 순간 수갑을 채워 구속해야 한다는 것. 박 대통령의 탄핵과 하야, 구속수사 등을 주장할 때만 해도 야권 후발주자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그 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물론 이 시장의 돌풍은 찻잔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지지율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문재인 전 대표를 따라잡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 시장이 문 전 대표의 보완재가 아니라 대체재로서 자리매김하는 것. 사실상 밑바닥 지지율에서 시작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오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이다.

‘지지율 급상승’ 안철수 제치고 문재인 위협

최근 이 시장의 지지율 상승은 놀라운 수준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하기 전인 10월 초만 해도 이 시장의 지지율은 5% 안팎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지지율이 10%대 중반으로 급상승하면서 차기 대선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반기문·문재인·안철수로 이어지던 전통적인 빅3 구도는 촛불정국을 거치며  문재인·반기문·이재명 구도의 신(新) 빅3구도로 재편됐다. 5% 미만의 야권의 마이너 후보에서 시작해서 10%대 중반을 기록하며 급기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저만큼 밀어냈기 때문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자당 소속 대선 잠룡들을 향해 “지지율 10%를 넘기 전에는 어디서 새누리당 대권주자라는 말도 꺼내지 말라”고 비판한 것과 비교해보면 ‘이재명 신드롬’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는 문재인 전 대표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차기 지지율 조사에 포함된 6월 이후 5개월째 20% 안팎의 박스권에서 머물고 있는 상황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수면 위로 부상하기 전인 10월 중순 이재명 시장의 지지율은 5% 안팍의 5위 또는 6위권이었다. 불과 한 달여만에 지지율이 10%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1월 5주차 주중집계(11월 28∼30일,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에 따르면 이 시장은 15.1%의 지지율를 기록했다. 문재인 20.7%, 반기문 18.2%에 이어 3위를 기록한데 이어 4위를 기록한 안철수 전 대표와는 4.6%p 차이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지지율 최고치를 3주 연속 경신하면서 15% 선을 넘은 것.
수도권과 호남, 영남, 모든 연령층과 정의당 지지층과 민주당 지지층, 무당층, 진보층과 중도층 거의 모든 지역과 계층에서 일제히 상승하면서 반기문 총장과의 격차를 오차범위 이내로 좁혔다.

특히 11월 29일 일간 지지율은 16.4%까지 오른 것은 물론 정의당 지지층(이재명 44.2%, 문재인 20.5%)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역대 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과 야권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에서의 상승세도 놀라운 수준이다. 서울(문재인 19.0%, 이재명 17.5%)과 경기·인천(문재인 21.8%, 이재명 18.3%)은 문재인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호남(문재인 27.7%, 안철수 16.6%, 이재명 16.4%)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를 초박빙의 격차로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박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가 있었던 11월 29일에는 오차범위 이내이지만 서울지역 1위(20.5%)를 기록하는 대이변도 연출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촛불정국을 거치며 야권의 주요 기반인 수도권과 호남에서 차기주자로서 분명하게 각인한 것이다. 아울러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지지율 2위까지 수직상승하기도 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의 11월 말 정기조사(11월 30일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p)에서는 17.2%의 지지를 얻어 2위에 올랐다. 15.2%에 그친 반기문 총장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 이 시장보다 높은 지지율은 23.8%로 선두를 달린 문재인 전 대표밖에 없었다.

이 시장은 특히 19·20대(30.3%) 충청(22.1%) 대구·경북(22.5%)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더구나 민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살펴보면 문재인(51.0%) 이재명(20.2%) 박원순(8.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의당 지지층은 이재명(35.6%) 문재인(23.0%) 박원순(11.5%) 등의 순이었다. 야권 안팎의 도토리 키재기식 잠룡 후보군에서 대선 가시권에 접어든 후보로 상승한 셈이다.

‘朴 대통령 즉각 퇴진 후 구속’ 발언

이재명 시장에 대한 대중적 기대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시장의 출마를 요구하는 여론이 형성된 것. 이른바 야당의 체질 개선과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이 시장은 주변의 요청으로 고민 끝에 불출마를 선택했다.

이 시장은 “제가 아직 대한민국 제1야당을 대표하기에는 많이 부족하고, 현실에 충실하며 더 준비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전대 불출마는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이 시장은 성남시장에 이어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도전, 2022년 대선 출마의 큰 그림을 그린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지만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보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차차기 대선의 우회로가 아닌 차기 대선으로 직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 시장 상승세의 원동력은 선명성이다. 좌고우면하지 않는 직설화법이다. 박 대통령의 거취를 놓고 온갖 말들이 나오지만 이 시장의 주장은 간단하다.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 후 구속이다. 100만 촛불민심 정국에서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전문가인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이 시장의 상승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 후 구속 처벌을 구체적으로 적시해서 강도 높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야권 지지층 특히 진보적 성향의 유권자들이 맹렬하게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선 라이벌인 박원순 서울시장마저도 “이재명 시장은 국민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아주 단순하고 명쾌하게 하는 분으로 알려졌지 않느냐. 그런 면에서 탁월한 능력이 있는 분”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문재인 전 대표도 이 시장의 지지율 상승곡선에 대해 “아주 좋은 거다. 야권 전체의 파이가 커지는 것”이라면서 나중에 누군가가 후보가 될 경우, 그 지지율이 다 함께 모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명 시장은 본인의 지지율 상승세와 관련해 ‘정치패러다임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2일 YTN라디오에 출연, “정치인 개개인에 대한 평가는 진짜 국민들을 위해서 일하는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 조금 더 신중하게 들여다보는 문화로 바뀐 것 같다”며 “화려한 경력이나 세력보다는 구체적인 실적과 증거들을 많이 중시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정치권은 국민의 대리인으로 국민의 뜻을 대변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정치인들이 국민을 지배하고 있었다. 국민들은 거기에 화가 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면서 “요즘 국민들이 주체적으로 상호 소통을 통해가지고 자기 목소리를 내고 정치권을 압박하는, 실제로 정치를 점령하기도 하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브렉시트’라든지 미국의 대선 결과를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완재 넘어 대체재… OK목장 혈투

박 대통령 퇴진과 촛불민심 정국에 이 시장은 최대 수혜자가 됐다. 거대 광역단체장도 아니고 일개 기초단체장에서 벗어나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된 것.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는 제2의 노무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불 가리지 않은 이 시장의 거침없는 언행에 대해 이른바 노무현 향수를 느낀다는 것. 활동방식도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이 강세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사모라는 정치적 팬클럽을 가진 것처럼 이 시장의 SNS팬클럽인 이른바 ‘손가락 혁명군’은 무려 수십만여 명에 달한다.

물론 이 시장의 지지율 상승세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분석도 있다. 촛불민심 정국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 다시 말해 확장성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 시장의 거침없는 언행은 진보 지지층에는 더할 나위 없이 속시원한 사이다 발언이지만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전 대표가 여전히 강세인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파 층에서 얼마나 더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확장성의 관건이 된다.

그러나 이 시장의 지지율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문재인을 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미국 대선에서 각종 막말과 기행으로 여론의 지판을 받았던 도널드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최종 승자가 됐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은 이 시장을 한국판 트럼프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시장이 꿈꾸는 것은 한국판 도널드 트럼프가 아니라 한국판 버니 샌더스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내부에서 대세론을 누리던 이인제 후보를 꺾은 것처럼 이 시장 역시 대세론을 구가해온 문재인 전 대표에 대역전승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만에 하나 이 시장이 문재인의 대체재가 되지 못한다 해도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손해보는 게임이 아니다.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야권이 정권교체에 성공할 경우 이 시장은 일등공신으로 평가받으며 차차기 대선의 가장 유력한 고지를 선점할 수도 있다. 

김희민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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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2016-12-03 10:27:13 110.11.97.142
30년살면서 지금껏 선거장에 한번도 가지않았다 하지만 이분이라면 이번에야말로 한번 가서 내한표를 찍을수 있을것같다

오상현 2016-12-03 10:04:23 49.175.112.65
기득권 정치 부패 카르텔을 청소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킬러 2016-12-03 09:07:46 182.231.130.20
박그네 관련의 사이다 발언도 좋지만
유투버 같은데서 보면 정책에 관한 발언이 더 좋던데.
그리고 정말 옳다고 생각하면 거침없이 달려가는
그 모습에서 통쾌함을 느낀다.

저쪽에 2016-12-02 22:41:37 175.193.117.22
후보들의 면면을 보고 한번에 대통령감이라 느낀사람은 이재명시장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에 이재명시장 관련 검색을 많이 해보았는데..
성남시행정력, 민심을 읽는 능력 등
이제는 외면과 색체만 보고 투표하지 말고 검증된 사람을 뽑아야 한다.

박채완 2016-12-02 22:22:44 112.171.68.53
이시대의유일한대통령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