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 화려한 휴가
꼭 27년 전 5월의 아픈 기억을 끄집어낸 <화려한 휴가>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를 지켜주고 싶었던 사람과 그들의 실낱같은 희망이 산산조각 났을 때 겪어야 했던 슬픔과 회한을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걸쭉한 광주 사투리를 쓰는 조연들과 달리 네 주인공이 표준어를 쓰는 게 이채롭다. 5·18이 비단 광주의 한정된 비극이 아니라는 감독의 연출 의도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몇몇 극적인 설정을 제외한다면 다큐멘터리 영화로 봐도 무방할 리얼리티는 이 영화가 끌어올린 값진 수확 중 하나다.
실제 사건을 극화한 것이라는 자막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휴가>의 내러티브와 화면 전개는 꼼꼼한 고증과 취재에 뿌리를 두고 있다. 30대 이상의 눈썰미 있는 관객이라면 과거 언젠가 경악하며 봤을 광주 비디오의 몇몇 장면이 오버랩될 수 있겠다. 상무관에서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들고 있는 아이의 처량한 표정과 손수레에 널부러진 채 실려있는 주검, 팬티만 입은 채로 아스팔트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던 청년들….
<꽃잎> <박하사탕> 등 광주항쟁을 다룬 영화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순 제작비 100억원을 들여 그날의 비극을 정조준한 상업영화는 <화려한 휴가>가 처음이
다.
이 영화는 이미 절반의 성취를 거뒀다. ‘광주의 그날’에 대해 몰랐던 젊은 세대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보고 나면 어쩔 수 없이 가슴 먹먹해지는
<화려한 휴가>는 그러나 대중 영화가 겸비해야 할 미덕도 두루 갖췄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호연 덕분이다.
12살 때 부모를 잃은 뒤 동생(이준기)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는 광주운송 택시 기사 민우(김상경)와 기독병원 간호사인 딸 신애(이요원)가 인생의 전부인 전직 군인 흥수(안성기). 직업은 다르지만 이들 네 주인공은 모두 결핍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김상경·이요원의 눈속임 없는 연기는 이 영화를 더욱 탄탄하게 해줬다. 김상경은 순수함과 정의감, 분노와 광기, 절규 등 서서히 변하는 스펙트럼 연기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소화해냈고, 얼떨결에 계엄군을 사살한 뒤 죄책감에 시달리는 이요원도 잔상에 남는 연기를 보여줬다.
중압감이 턱밑까지 밀려올 때마다 ‘썰물’ 역할을 해준 박철민·박원상도 이 영화의 일등공신들이다. 특히 <목포는 항구다>에 이어 김 감독과 재회한 박철민은 <왕의 남자>의 유해진 버금갈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금주의 영화 - 화려한 휴가
꼭 27년 전 5월의 아픈 기억을 끄집어낸 <화려한 휴가>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를 지켜주고 싶었던 사람과 그들의 실낱같은 희망이 산산조각 났을 때 겪어야 했던 슬픔과 회한을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걸쭉한 광주 사투리를 쓰는 조연들과 달리 네 주인공이 표준어를 쓰는 게 이채롭다. 5·18이 비단 광주의 한정된 비극이 아니라는 감독의 연출 의도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몇몇 극적인 설정을 제외한다면 다큐멘터리 영화로 봐도 무방할 리얼리티는 이 영화가 끌어올린 값진 수확 중 하나다.
실제 사건을 극화한 것이라는 자막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휴가>의 내러티브와 화면 전개는 꼼꼼한 고증과 취재에 뿌리를 두고 있다. 30대 이상의 눈썰미 있는 관객이라면 과거 언젠가 경악하며 봤을 광주 비디오의 몇몇 장면이 오버랩될 수 있겠다. 상무관에서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들고 있는 아이의 처량한 표정과 손수레에 널부러진 채 실려있는 주검, 팬티만 입은 채로 아스팔트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던 청년들….
<꽃잎> <박하사탕> 등 광주항쟁을 다룬 영화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순 제작비 100억원을 들여 그날의 비극을 정조준한 상업영화는 <화려한 휴가>가 처음이
다.
이 영화는 이미 절반의 성취를 거뒀다. ‘광주의 그날’에 대해 몰랐던 젊은 세대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보고 나면 어쩔 수 없이 가슴 먹먹해지는
<화려한 휴가>는 그러나 대중 영화가 겸비해야 할 미덕도 두루 갖췄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호연 덕분이다.
12살 때 부모를 잃은 뒤 동생(이준기)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는 광주운송 택시 기사 민우(김상경)와 기독병원 간호사인 딸 신애(이요원)가 인생의 전부인 전직 군인 흥수(안성기). 직업은 다르지만 이들 네 주인공은 모두 결핍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김상경·이요원의 눈속임 없는 연기는 이 영화를 더욱 탄탄하게 해줬다. 김상경은 순수함과 정의감, 분노와 광기, 절규 등 서서히 변하는 스펙트럼 연기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소화해냈고, 얼떨결에 계엄군을 사살한 뒤 죄책감에 시달리는 이요원도 잔상에 남는 연기를 보여줬다.
중압감이 턱밑까지 밀려올 때마다 ‘썰물’ 역할을 해준 박철민·박원상도 이 영화의 일등공신들이다. 특히 <목포는 항구다>에 이어 김 감독과 재회한 박철민은 <왕의 남자>의 유해진 버금갈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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