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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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7-12 14:24
  • 승인 2007.07.1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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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영화 - 트리스탄 & 이졸데

로마제국이 멸망한 후 아일랜드는 부족국가 형태인 영국을 지배한다. 아일랜드인에게 부모를 잃은 트리스탄(제임스 프랑코)은 콘월 부족의 군주 마크(루퍼스 스웰)의 손에 키워진다.

어느 날, 트리스탄은 아일랜드군과 싸우다 상처를 입고, 그가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그의 시체를 배에 실어 떠나보낸다.

아일랜드 공주 이졸데(소피아 마일즈)는 배를 발견하고, 정성껏 치료해서 트리스탄을 살린다. 둘은 사랑에 빠지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지고, 이졸데는 두 나라의 협정전략으로 마크의 아내가 된다. 엇갈린 사랑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이야기’는 비극적 사랑의 대표격인 ‘로미오와 줄리엣’에 버금가는 서양 연애문학의 전형이다. 켈트인의 전설에서 시작한 이 이야기는 바그너의 오페라로 만들어지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고 많은 문학작품에 영감을 제공해왔다.

사랑 묘사에 집중한 다른 작품들에 비해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정치적 상황과 비극적 사랑을 함께 담아내려 한다. 아일랜드와 영국 부족국가 간의 대치상황이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초반부는 케빈 레이놀즈 감독의 야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제작을 맡은 리들리 스콧의 <글래디에이터> <킹덤 오브 헤븐>에 비하면 <로빈 훗>의 케빈 레이놀즈식 서사극은 장대한 맛이 덜하다. 대신 감정 표현과 주인공 심리 묘사의 풍부함이 부족함을 메우고 있다. 후반부로 흐를수록 정치적 상황보다 치명적 사랑에 빠진 연인들에 집중함으로써 멜로영화라는 정체성 선언을 확고히 하려는 것.

연인들의 사랑은 전쟁기의 황폐함과 대비되는 심미적 영상으로 이어진다.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운명적 사랑을 하게 되는 해안가의 보트하우스는 온화함이 감


돌고 이졸데의 선상 결혼식 역시 오페라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의상과 분위기로 치장했다.

배우들의 감정 연기는 이야기를 전진시키는 동력이다. 트리스탄 역을 맡은 제임스 프랑코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오스본보다 한결 남자답고 건실해진 모습이다. <일루셔니스트>에서 능숙하게 악역 연기를 해보였던 루퍼스 스웰 또한 존경받는 군주 역을 제법 잘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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