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 절묘한 영리한 공포물
반전이 절묘한 영리한 공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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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7-05 14:18
  • 승인 2007.07.0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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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영화 / 디센트

지난 2005년 공개돼 전 세계 호러영화 팬들과 평단의 열광을 얻어냈던 영국 호러 한 편이 올 여름 한국을 찾는다.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출구, 적막 같은 어둠 그리고 희미한 생명체의 흔적. 이 미로 속에 갇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공포가 된다. 소복귀신이나 원혼의 등장도 필요 없다.

미국 애팔래치아 산맥을 배경으로 한 영국영화 ‘디센트’는 동굴 속에 갇힌 여성 6명의 사투를 그린다. 특수효과나 컴퓨터그래픽 하나 없이 오로지 동굴 속에 갇혔다는 설정 하나로 극한의 공포를 자아내는 작품이다.

계곡으로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던 중 끔찍한 교통사고로 남편과 아이를 잃은 사라(쇼나 맥도널드)는 친구들의 권유로 미국 애팔래치아 산맥으로 떠난다. 거기서 또 다른 친구 주노(나탈리 잭슨 멘도자)의 안내로 6명은 동굴을 탐험하기로 한다.

원래 산악이나 래프팅 등 험한 스포츠를 즐기던 이들 여성은 땅 아래로 뚫린 동굴을 발견하고 산악도구를 이용해 내려간다. 제목 ‘디센트’처럼 하강한 것이다.

하지만 동굴 입구는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무너져 내리고 그 안에서 꼼짝없이 갇혀버린 이들은 출구를 찾아나선다. 지치고 힘든 이들 앞에 설상가상 괴생명체가 나타난다. 사람인 건 확실한데 동굴 속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눈이 퇴화된 괴물 같은 생명체다. 오직 소리만 듣고 쫓아와 이들 여성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동굴 속에 갇힌 이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조명과 소리 등으로만 배합해 공포를 자아낸다. 특수효과 대신 순수한 영화적 요소로 빚어낸 공포여서 사실감은 더욱 풍부하다.

미로 같은 공간에 갇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6명의 처지는 영화 ‘큐브’를 연상시키며 관객의 가슴을 더욱 갑갑하게 만든다. 공간의 한계에서 다가오는 극한의 공포가 그 무엇보다 강렬하다는 점을 잘 웅변한다.

마지막 결말을 두 가지 버전으로 나눠 연이어 보여주는 구성도 독특하다. 공포영화 공식을 잘 따르면서도 군데군데 절묘하게 뒤집는 방식이 영리한 공포물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

공포영화라면 인색하기 그지없는 해외 평단에서도 유독 ‘디센트’에만은 호평을 안겨줬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래서 이열치열의 서늘함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놓쳐선 안 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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