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가 거대한 미국시장의 벽을 두드리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영화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지만 여전히 북미시장에서는 그 인지도가 미미하다. 하지만 ‘두 번째 사랑’은 중급 장르 영화의 북미시장 공략과 효율적인 배급, 미국 제작 시스템 내에서의 본격적인 프로덕션 가동이라는 점에서 단연 눈여겨 볼만한 사례다.
김진아 감독의 장편 데뷔작 ‘두 번째 사랑’의 소재는 지극히 자극적이면서 상투적이다.
애정이 배제된 섹스를 목적으로 만났다가 수차례 몸을 섞다보니 어느덧 사랑에 빠지게 되더라는 스토리는 신파적일 뿐더러 그다지 새롭지도 않다.
하지만 한국 남자와 미국인 백인 여자와의 조합은 특별하고 이채롭다. 그 때문에 이 영화는 대부분의 구성요소가 여성 취향이지만 한국 남자관객에게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불법체류자 신분인 지하(하정우)는 미국에서 세탁소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며 한국에 있는 애인을 데려와야 한다는 희망으로 버티고 있다.
지하는 정자를 팔아 돈을 벌기 위해 불임센터를 찾아갔다가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정자 기증을 거부당한다. 하지만 며칠 후, 불임센터에서 우연히 만났던 매력적인 백인 여자가 그의 거처를 찾아와 한 번에 300달러씩 줄테니 임신이 될 때까지 성관계를 갖자는 뜻밖의 제안을 한다.
소피(베라 파미가)라는 이름의 이 백인 여자는 성공한 한국계 미국인 변호사 남편 앤드루(데이비드 맥기니스)와 살고 있지만 아기가 없어 부부관계에 위기를 겪고 있다.
불임센터를 찾아갔다가 남편을 닮은 한국 남자 지하를 우연히 만난 소피는 끌리듯이 지하의 뒤를 쫓아가 ‘은밀한 거래’를 제안하게 된 것.
어쨌거나 지하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소피의 제안을 받아들여 곧바로 ‘거래’에 들어가고 소피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육체의 접촉이 끝나자 조용히 약속한 비용을 지불한 뒤 지하의 방을 떠난다.
얼마 후, 임신 소식을 알리면서 “이제 그만 만나자”고 한 뒤 머뭇머뭇 뒤돌아서는 소피에게 지하는 그저 축하한다는 말밖에 할 수 없지만 그녀가 떠나고 다시는 그녀를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허전함이 밀려오는 것을 주체할 수가 없게 된다.
결국 지하와 소피는 당초 약속한 거래가 끝났는데도 만남을 지속하게 되고 서로에게 진실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관계로 발전한다.
영화는 극단적일 정도의 빈번한 클로즈업 기법을 사용해 두 남녀 주인공의 심리변화를 부각시키고 있다.
여성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정묘사가 돋보이는 이 같은 클로즈업은 주인공들의 위태로운 심리상태와 섬세한 감정변화를 밀도 있게 포착하지만 다소 남발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