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2012년 영화 '연가시'를 통해 한국형 재난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던 박정우 감독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원전을 소재로 다룬 영화 ‘판도라’를 통해 좀 더 사실적인 재난영화에 다가섰다. 특히 이번 작품에는 실제 사고로 이어질 경우의 90%이상의 현실적 상황을 재현함으로써 사회적 고민과 감동을 동시에 담아냈다.
영화 ‘판도라’는 지난 29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영화는 수명이 40년이나 되는 노후된 원자력발전소가 정치, 경제적 판단에 의해 무리한 가동을 시작하면서 위험에 노출되고 결국 제어되지 않은 원자로로 인해 폭발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숨기기에 급급하면서 갈등과 피해를 키워가고 대피하는 인근 주민들은 영문을 모른 채 대피시설에 붙들려 있다가 가까스로 탈출하지만 이미 전국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개봉을 앞둔 소감에 대해 박 감독은 “마라톤 같은 경주와 장애물을 넘었다. 두 시간안애 또 화면 안에 다 채운다는 게 흥미진진했지만 가혹했다”며 “개봉 순간이 올 것인가를 고민 많이 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던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힘없는 대통령을 맡은 김명민은 “한 게 별로 없어서 무능력한 대통령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제일 많이 했던 대사가 ‘죄송합니다’ 였다”면서 “재난 현장에 가본적이 한 번도 없지만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굉장히 죄송스럽고 고맙다”며 웃음을 지었다.
문정희는 “'연가시' 이후에 재난 영화를 하는 게 부담스러웠다”면서도 “영화를 보고 나니깐 잘 한 것 같아 뿌듯하다.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주인공 재혁을 맡은 김남길은 “처음 봤는데 스태프들의 고생한 일들이 생각나고 항상 같이 힘든 촬영장에서 버팀목이 돼 줬던 그들에게 감사했다”며 “처음 봐서 그런지 망막했다. 찍은 지 오래돼서 부족한 부분들이 보였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밖에 김대명은 “어떻게 찍었나 싶을 정도로 행복한 시간들이었다”고 소감을 전했고 극중 재혁의 여자 친구를 맡은 김주현은 “긴 호흡의 촬영은 처음인데 선배님들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특히 캐스팅 과정에서 이미 ‘연가시’로 호흡을 맞춘 김명민과 문정희의 합류에 대해 박 감독은 “정희 씨는 첫 작품부터 해서 당연히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명민 씨는 대통령 설정을 했는데 거절하면 시나리오 상 없앨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놔 두 사람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탠 김명민은 감독님의 그 말에 넘어갔다고 귀띔해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특히 개봉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만큼 박 감독은 많은 것들을 담아내기 위해 영화 곳곳에서 고심한 흔적들이 남아 있다.
박 감독은 사실성에 대한 질문에 “실제 공간에서 벌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최대한 비슷하게 하려고해 90%이상은 실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담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후쿠시마 원전에서 아직도 원자로가 어떻게 녹아있는지를 일본정부도 모를 정도”라며 그 위험성과 함께 실제적인 재현을 강조했다.
최근 혼란한 시국과 관련해 김명민은 “그 대답을 대신해서 대통령을 연기하면서 아쉬운 점으로 대처하겠다”며 “총리만 잘 만났어도 무능한 대통령으로 낙인찍히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잡아야 되는 흐름을 고민했다”며 “다음에 대통령을 맡으면 유능한 대통령을 맡아보고 싶다”는 말로 대신했다.
박 감독은 흥행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흥행 상대는 다른 영화가 아니라 아줌마 둘이서 벌인 일이다. 저희는 4년을 길다고 준비했는데 저쪽은 40년을 기다리며 준비했다. 저희는 몇 백억 원 수준인데 저쪽은 몇 천억 원 수준으로 전방위라는 점에서 관객 동원력이 뛰어나다”고 꼬집으면서도 “그와 못지않게 안전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출연진들은 원전이 편리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한 가운데 극속 원전소장 평섭 역을 맡은 정진영은 “시국처럼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게 영화와 중첩이 되면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찍을 때는 그렇게 생각해보지 않았다”면서 “우리나에서 원전을 소재로 만든 극영화는 처음이고 이를 통해 원전에 대해 생각을 차분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끝으로 박 감독은 “요즘 4년전 상상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도움이 될지 방해를 받게 될지 머리가 복잡하다”면서도 “이 영화를 만들었던 진심이 왜곡되거나 퇴색되지 않고 관심과 참여가 세상으로 좋은 쪽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에 시초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영화 ‘판도라’는 오는 12월 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