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장기 공연 터줏대감이 있다. 바로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 사건’이 그 주인공이다.
이 공연은 4만명을 돌파하며 순항 중으로 대학로 소극장에서도 변두리에 있음에도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이렇게 장기공연을 하고 있어 ‘입소문의 힘’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특히 웃음과 감동을 함께 전달하고 있는 공연으로 ‘오아시스 세탁소’ 전용 극장을 마련해 비용도 절감하며 효율적으로 연극의 불황을 돌파한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은 지난 2003년 서울연극제 공식초청작, 제40회 동아연극상 희곡상,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우수연극 선정 등 앞에 붙은 수식어가 세탁소의 갖가지 옷처럼 화려하다. 그러나 내용만큼은 우리 이웃의 이야기, 다양한 소시민의 삶을 해학적으로 풀어내며 편안한 웃음과 감동을 전해준다.
무엇보다 탄탄한 희곡과 연극계에 몸담고 있는 중견배우들의 맛깔스런 연기, 좁은 무대를 꽉 채우는 대형세탁기와 스팀다리미, 300여벌이 넘는 의상이 춤추고 비누거품이 무대를 뒤엎는 리얼한 무대가 인상적이다.
세탁일로 잔뼈가 굵은 인심 좋은 주인장 강태국은 아버지의 대를 이어 2대째 세탁소를 운영한다. 그는 뜯어진 옷을 박음질, 다림질하고 찌든 때를 씻어내며 옷 주인의 마음까지 깨끗하게 닦이길 바라는 소망으로 산다. 하지만 ‘착한’ 그는 원인도 모른 채 사람들의 ‘뭇매’에 혼이 나갈 지경이
다.
습격사건은 어느날 갑자기 일어난다. 임종을 앞둔 한 할머니가 “세탁, 세탁” 하는 한마디를 남긴 것이 발단이었다. 세탁물 안에 엄청난 재산이 숨겨져 있다고 믿게 된 할머니의 가족들이 들이닥치며 강태국은 위기를 맞는다.
강태국의 아내와 딸, 믿었던 종업원까지 재산을 찾아주면 50%를 사례하겠다는 말에 현혹돼 습격에 가담한다. 이렇게 물질만능으로 얼룩진 세상과 ‘강태국’이라는 인물의 어리숙함과 순수함이 이 연극의 기둥을 이룬다.
이렇게 내용은 심오하지는 않지만 우리로 하여금 한 번쯤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를 일깨워주는 소박함이 무엇보다도 이 연극의 강점이라 할 수 있다.
문의: 02) 3673-0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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