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할 때 알고 싶은 남자에 대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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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4-27 10:22
  • 승인 2007.04.2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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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식이 동생 광태

<광식이 동생 광태>를 요약하는 장면은 영화가 반환점을 돌 무렵 나온다. 같은 날 실연당하고 귀갓길 동네 놀이터에서 마주친 형제는 “여자한테 사랑한다고 말해본 적이 있었던가?”라는 돌연한 자문 앞에 당황한다. 내성적인 형 광식(김주혁)은 “그럼, 내 나이가 몇인데…”라고, 바람둥이 동생 광태(봉태규)는 “그럼, 내가 사귄 여자가 몇인데…”라고 얼버무리지만, 어째 말꼬리들이 흐릿하다. 마침 휭하니 불어오는 밤바람이 유난히 썰렁하다.

요컨대, <광식이 동생 광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연애에 실패하는 두 남자 이야기다. 광식은 대학 동아리 후배 윤경(이요원)을 7년간 짝사랑했지만 고백은 입 밖에도 못 냈다. 말을 꺼내볼까 깊은 숨을 들이쉴 때마다 다채로운 악재가 닥친 탓이다. 그러나 광식은 타고난 순응자다. 섣불리 울지도 웃지도 않는 광식은 불운이 닥칠 때마다 얼른 공중으로 골똘한 시선을 던지며 자신의 비운으로부터 본능적으로 거리를 두려고 한다. 졸업 뒤 사진관을 차린 광식 앞에 미국으로 이주했던 윤경이 홀연히 나타난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진관의 조수 일웅(정경호)이 윤경에게 접근한다.

그런가 하면 광식이 동생 광태는 가볍게 여자를 사귀고 등지는 바람둥이다. ‘잠실본동 나라를 걱정하고 풍류를 사랑하는 청년 모임’의 멤버로서 광태가 숭상하는 신조는 “길이 험하면 가지 않는다”. 하지만 마라톤 대회에서 만난 예술제본가 경재(김아중)는 광태를 혼란에 빠뜨린다. 섹스하는 친구 사이까지 간 것은 좋았는데 오히려 경재가 먼저 이별을 통고한다. 의표를 찔린 바람둥이는 미련에 시달린다.

남성적 자아의 분열처럼 보이는 대조적인 두 형제의 설정은, 광식과 광태의 패착을 남성 일반이 연애에서 범하는 악습으로 보편화시킨다. 또, 형제가 백화점 붕괴 사고로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었다는 뒷얘기는 반려자를 찾는 일이 이 두 남자의 인생에서 얼마나 절실한 무게를 갖는지 강조한다. 형식적으로도 <광식이 동생 광태>는 꼼꼼히 매만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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