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마저 그녀를 창피해한다
가족들마저 그녀를 창피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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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4-20 11:25
  • 승인 2007.04.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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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한 중년여인의 사체가 발견됐다. 마지막으로 씻은 게 언제일까. 공원의 들판 위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뚱뚱하게 살이 오른 그녀의 시신은 언뜻 부풀어 오른 쓰레기 더미처럼 보일 정도다.

그녀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혐오스럽다’는 말을 들으며 살아왔다고 했다. 그녀의 이름은 마츠코다. 가족들마저 마츠코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입에 담는 걸 창피하게 여길 정도로, 그녀의 이름은 그녀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에게 공공연한 업보이자 비밀이고 치부다.

그녀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수많은 남자들의 품을 전전하며 사랑하고 배신당하고 다시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녀의 삶은, 마치 굳이 펴보고 싶지 않은 일기장처럼 구구절절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점철돼 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그런 마츠코의 삶을 추적하는 영화다. 도대체 이렇게 한물간 호스티스 신파물을 왜 이 시점에서 다시 꺼내봐야 하느냐는 질문이 있을 법하다. 하지만 신파 드라마가 아니라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가득 찬 코미디이자 뮤지컬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고향을 떠나 도쿄에서 별 의미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쇼(에이타)는 아버지의 급작스런 방문을 받는다. 아버지(카가와 테루유키)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입에 담은 적이 없었던 고모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녀가 시체로 발견됐으며 망자가 거주하던 아파트를 정리해야 한다고 전한다.

고모 마츠코(나카타니 미키)의 짐을 정리하던 쇼는 한 번도 만난적 없는 마츠코의 일생을 접하며 한때 사랑받는 중학교 교사였던 그녀가 어찌해서 ‘혐오스런 마츠코’가 됐는지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제자가 일으킨 절도사건으로 해고 당한 마츠코는 가출을 감행한다. 하지만 동거하던 작가 지망생은 자살해 버리고, 그의 친구와 불륜을 시작한 마츠코는 곧 버림받고 절망에 빠져 몸을 팔게 된다.

기둥서방에게마저 배신당한 마츠코는 그를 살해, 8년형을 언도 받는다. 출소 후, 미용사로 일하던 마츠코는 자신을 해고당하게 만들었던 절도사건의 범인인 제자 류 요이치와 재회하고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 거슬리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마츠코가 악귀 같은 남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그들의 폭력을 오롯이 감수함으로써 비로소 ‘신’의 아우라를 거머쥔다는 맥락은 과거 오랫동안 유행했던 호스티스물의 괴팍한 남성 중심적 전형성을 답습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피폐함을 “피폐하다”고 말하기보다 “이 어리석은 여자의 인생은 즐겁다”고 주장하는 파격,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 가지 장르를 동원해 발군의 완성도로 조합해낸 연출력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 그 어떤 영화와도 차별되는 개성을 안겨준다.

특히 마츠코의 일생을 회자정리하듯 노래와 음악으로 갈무리하며 용서와 화해의 지점으로 치달아가는 마지막 시퀀스는 몇 번씩 눈을 비비고 봐도 손뼉을 쳐주고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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