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튀는 역사 전쟁속에 판타지 액션을 입혔다
피튀는 역사 전쟁속에 판타지 액션을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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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3-16 09:53
  • 승인 2007.03.1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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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영화 300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300’은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패의 분수령이었던 테르모필레 전투를 소재로 한 영화다. 어린 시절 ‘300 스파르탄’이라는 영화를 보고 스파르타에 대해 알게 된 프랭크 밀러는 평생 이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고 결국 이를 그래픽 노블로 그려냈다. 실제로 일어났던 전투를 토대로 했지만 영화의 주된 내용은 거의 창작에 기대고 있다. 재현 불가능해 보였던 프랭크 밀러의 세계관이 할리우드의 자본과 행복하게 조우했다는 점에서 ‘300’은 성공한 블록버스터이기도 하다.

‘300’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끝까지 자유를 지키려는 스파르타 용사들과 스스로 신이라고 칭할 정도로 끝없는 야망으로 가득 찬 페르시아 황제의 비정함을 대비시킴으로써 극적 재미를 더한다. 절대로 퇴각하지도 않고 항복하지도 않도록 교육받은 스파르타인은 완벽한 전사였고 모든 일상이 전쟁에만 초점을 맞춘 전투문화라는 점은 오직 그들에게만 적용되는 명예 체계를 만들었다. 카메라는 100만 페르시아 대군과 맞서는 300명의 스파르타 용사들을 비추며 전쟁의 참혹함을 정면으로 드러낸다. 적 앞에 무릎을 꿇기 보다는 전사하는 쪽을 택하는 강한 남자들의 내면이 손에 잡힐 정도로 생생하게 다가온다.

데뷔작 ‘새벽의 저주’를 통해 이미 증명되었지만. 잭 슈나이더 감독은 분명 ‘타고난 영상의 마술사’이다. CF감독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그는 영화로 건너와서도 그만의 감각적이고 화려한 영상을 마음껏 뽐낸다. 탄탄한 드라마 위에 영상미가 결합했을 때 얼마나 짜릿한 흥분을 안겨주는지 잭 슈나이더 감독은 말없이 보여준다. ‘300’은 최근에 개봉한 영화 중에서 가장 ‘센’ 오락적 재미를 주고 있다. 극장 좌석에 앉는 순간부터 다른 곳으로 눈동자를 돌릴 수 없게 만들 정도다.

‘300’의 이야기는 평면적이고 단순 명쾌하다. 관전 포인트는 이걸 얼마나 멋스럽게 화면에 옮겨 내느냐이다. 잭 슈나이더 감독은 대사를 최소화하고서 화면의 질감만으로 인물들의 감정을 전달한다. 기존 영화와는 전혀 색다른 화면을 보여주는 ‘300’은 서사극 영화의 신기원을 이룩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전적으로 특수효과 때문이다. 잭 슈나이더는 원작에 묘사되어 있는 모든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크러쉬 기법’(특정 이미지가 가진 어두운 부분을 뭉개서 영화의 명암을 바꿔 색의 순도를 향상시키는 방법)이라는 컬러 밸런스 조작법을 고안했다. 4개국 10개 특수효과 회사 팀이 만들어낸 대규모 전투신 역시 지금까지의 어떤 영화보다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영화는 액션과 드라마 등 갖가지 요소를 골고루 섞은 웅장한 스펙터클로 객석을 압도한다.

‘300’의 전투신에서는 극히 환상적, 보다 정확히 말하면 만화적 정조가 강조된다. 현대적 각색과 의미 부여를 하면서도 원작의 기조만은 유지하겠다는 제작진의 바람이 담겨 있는 선택일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300’은 ‘글래디에이터’ ‘트로이’ ‘알렉산더’ 같은 전쟁 서사물이 아니다. 오히려 ‘반지의 제왕’ 시리즈 류의 판타지 액션에 가깝다. 갈수록 높아지는 관객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고도 남을 장면들이 ‘300’에는 가득하다. 생존게임의 핏빛향연이 시청각을 끊임없이 자극해 관객의 감각을 깨어있게 만든다. 배우들의 지명도가 약한 것이 흠이지만 잭 슈나이더 감독은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영화 한 편을 만들어냈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도 118분의 상영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질 틈이 없지만, 프랭크 밀러의 동명만화를 미리 읽고 감상한다면 더욱 흥미진진하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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