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바람 같은 울 아부지’
‘아, 바람 같은 울 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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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3-02 15:18
  • 승인 2007.03.0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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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숙이와 경숙이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경숙이, 경숙아버지>는 어린 경숙이가 아버지를 통해 바라본 한국의 현대사가 ‘뽕짝’에 실려 악극처럼 펼쳐진다. 자식을 떼놓고 혼자 피란을 가는 자기밖에 모르는 아버지, 그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그렇게 만들었다. 재산보다 더 중요한 핏줄인 아들이고, 딸은 덤이고 짐이다. 풍각쟁이 한량 아버지는 전쟁이 끝난 뒤 한참 지난 어느 날 갑자기 돌아와 집문서와 마누라, 딸을 외간남자에게 넘기고 떠난다.

또 첩을 데리고 갑자기 들어와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부부와 외간남자와 첩, 그리고 딸이 한 집안에서 사는 기묘한 상황, 마치 뒤죽박죽 엉망이 된 한국의 근·현대사를 보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경숙이는 꿋꿋하게 공부해 학사모를 쓰고 아버지를 닮은 아이를 낳는다. 그토록 싫은, 하지만 눈물겹게 사랑하는.

처절한 스토리지만 결코 우울하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지지리도 가난한 연극을 즐겁고 따뜻하게 만드는 데 남다른 재주를 갖고 있는 박근형씨는 궤짝 몇개에 장구, 찌그러진 세숫대야와 양은상과 젓가락만 갖고 구수한 뽕짝에 어설픈 어깻짓, 과장된 신파극 몸짓에 실어 웃음으로 버무린다. 눈물이 나는, 가히 한국적 서사극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기서 ‘경숙 아버지’는 좌절한 선비다. 따뜻하지만 표현이 서툰, 거친 사랑을 가족들에게 준다. ‘진정 외로운 사내’다. 하지만 어머니는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대한민국 성공신화의 바탕, ‘전지전능한 아줌마’다. 남편 뒷바라지는 물론 외간 남자와 첩의 시중도 기꺼이 들면서 자식을 대학까지 공부시킨다.

딸은 아버지가 싫다. 하지만 사랑한다. ‘신발 벗고, 가방 놓고’ 이제 함께 살고 싶다. 하지만 아버지는 떠난다. ‘인생은 알 수 없이 모진기다. 그걸 알아야 니가 어메가 되고, 부모가 되는 기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할아버지가 아버지께 남긴 말과 같은 맥락이다.

조재현씨의 연기는 발군이다. 눈빛에서 쏟아지는 에너지가 뜨겁고, 뽕짝에 맞춰 경쾌하게 뛰노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즐겁다.

공연기간: ~3월 25일
공연장소: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공연시간: 화~금 오후 8시/ 토·일 오후 3시, 6시
티켓가격: 일반 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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