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90만 명 뜨거운 촛불···‘청와대를 비우그라’‘타요 경찰버스’도 눈길
전국 190만 명 뜨거운 촛불···‘청와대를 비우그라’‘타요 경찰버스’도 눈길
  • 권녕찬 기자
  • 입력 2016-11-27 00:36
  • 승인 2016.11.27 0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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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눈발이 날리고 추운 날씨에도 민심은 뜨거웠다. 26일 서울 도심에는 15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였고, 지역 40만 명을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190만 명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15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오후 9시 40분 현재 전국에서 190만 명이 모였다며 특히 지역별 집회 참가자는 추가 집계 중이어서 총 참가자 수가 2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집회는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앞 200m 지점까지 집회와 행진이 허용됐다. 전날 법원은 최근 한 달간 대규모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였다고 판단해 이 같이 결정했다. 다만 야간 집회 시 안전을 고려해 집회는 5시, 행진을 5시 30분까지만 허용했다.

제5차 범국민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오후 3시부터 청와대와 가장 가까운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부근으로 모여들었다. 4시에는 광화문 광장의 참가자들이 광화문 사거리를 출발해 청운동 주민센터, 서울정부청사 창성동 별관 앞, 세움 아트스페이스 등으로 행진해 청와대를 아래에서 ‘포위’했다.

이들은 1시간 30여분동안 자유발언, 노래 합창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새누리당·재벌도 공범”, “새로운 나라 만들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청와대 인근 집회는 5시 40분쯤 끝이 났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광화문으로 이동했으나 일부 시민들은 계속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다시 모인 수많은 인파들은 집회를 이어갔다. 이날 문화제에는 가수 양희은, 안치환, 노브레인이 참가해 열기를 더했다. 특히 양희은 씨는 예고하지 않고 깜짝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침이슬’ ‘상록수’ ‘행복의 나라’ 등을 열창했고, 시민들은 촛불을 들며 떼창으로 화답했다. 가수 DJ.DOC는 본래 참가 예정이었지만 최근 발표한 신곡 ‘수취인분명’이 여혐 논란을 일으키며 끝내 참가가 무산됐다.

이날 집회에는 추운 날씨 속에 무료로 커피, 따뜻한 물, 핫팩 등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모습도 보였다. 또 ‘청와대를 비우그라’, ‘하야만사성(본래 가화만사성)’, ‘하야(얀)봉’, ‘김진태가 무서워하는 건전지 양초’ 등 이색 문구와 물품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경찰 버스 전면에 붙은 ‘눈’ 스티커가 시민들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 청운동 주민센터와 경복궁역 3번 출구 사이의 자하문로에 주차된 경찰 버스 일부에는 눈 스티커가 붙어 마치 ‘타요 버스’를 연상케 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사진을 찍으며 ‘귀엽다’는 반응을 보였다.

평화 시위가 계속됐지만 사건사고도 있었다. 시민 단체 소속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청와대 북쪽 북악산 자락과 펜스를 넘어 청와대 쪽으로 접근하다 경찰에 체포된 것이다. 그는 “청와대로 가는 골목마다 의경들의 버스와 차벽으로 막아 놓고 들어가지도 못하게 해서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말했다.

또 광화문 사거리 세종문화회관 근처에서 한 어르신이 칼로 자해를 시도해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 등에 따르면 이모(70)씨는 대통령 하야 혈서를 써 청와대로 보내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였다. 다행히 이 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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