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14일 서울시 서초구청은 강남대로 불법노점상들에게 20일까지 기존 판매대를 ‘푸드트럭’ 또는 ‘부스형 판매대’로 전환해 장사하라는 방안을 전달했다. 구청은 새로운 푸드트럭과 부스형 판매대를 이면 도로에 배치하고 노점상 자리에는 화단, 벤치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또, 강남역 8번·10번 출구 등 4개소를 푸드트럭 존으로 만들고 전기시설과 간판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푸드트럭, 판매대 제작 비용이다. 생활도 빠듯한 노점상들이 1500만 원에서 4000만 원에 이르는 돈을 들여 새로운 판매 시설로 전환할 수 있을까? 일요서울에서는 노점상들의 애환을 살펴봤다.
서초구청과 노점상들의 대립 ‘10년 이상 됐다’
푸드트럭 존서 10일 일한 노점상도 결국 돌아와
서초구청은 노점상들에게 지난 20일까지 판매시설을 전환하라고 지시했다. 구청은 21일 300명가량의 용역인원을 동원해 강남대로에 설치된 노점 리어카와 물건 등을 압수하고, 화단과 벤치 등을 들여놨다. 하지만 지난 22일 강남역 주변엔 노점상들이 하나둘씩 다시 보이기 시작했고, 구청의 지시는 무시됐다. 상인들이 영업을 재개한 것이다.
강남대로변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당장 돈이 없는데 지원도 없이 푸드트럭, 판매형 가판대 얘기를 하면 노점상들한테 나가라는 것 아니냐”며 “노점상들은 말만 번지르르한 구청 계획을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21일 구청에서 고용한 용역들이 찾아와 물건들을 빼앗고, 완성되지도 않은 화단과 벤치를 가져와 강제로 설치한 다음, 조형물을 움직이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어찌할 도리가 없다”며 “그래도 생계유지를 위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구청에서 실태조사와 채증활동을 지속했음에도 건설관리과는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너무 힘들고, 이젠 지쳤다”고 호소했다.

어디서 4000만 원을…
후미진 곳에 설치하라고?
10년째 강남대로에서 노점상 운영을 하는 오모씨는 “구청은 금년 들어 처음에 무작정 노점을 철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노점상들이 시행하지 않을 것 같으니 푸드트럭과 부스형 판매대 방안으로 변경해 개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푸드트럭 4000만 원, 부스형 판매대 1500만 원이라는데 갑작스럽게 돈이 어디서 구해지느냐”며 “이후 구청은 새롭게 만들 돈이 없으면 대출을 해주겠다고 말했다. 나는 선 대출을 좋은 이자율에 해주면 구청의 말에 따라 진행할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구청에선 지속적으로 말을 바꿨다. 특히, 푸드트럭 존을 사람들의 발길도 없는 방이동, 수서, 강남 후미진 곳에 설치를 해준다는데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또 그는 “현재 구청의 말에 따라 새로운 가판대로 이동해 열흘 정도 일한 지인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없는 곳에 설치된 가판대는 이익을 얻는 장사를 할 수가 없다. 결국 지인은 4일 정도 운영 후 진전이 없자 문을 닫은 채 다시 강남거리로 나와 불법노점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10년간 일하며 겨울만 되면 구청에서 용역인원들을 고용해 상인들의 물건을 부수고 철거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구청이 편성된 예산을 사용하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남은 예산을 사용하는 데 불법 노점 철거라는 명분이 좋지 않으냐. 10년간 싸움은 지속됐고, 협상이 되지 않으면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청장 “노점상과 상생”
노점상 “올 겨울도 싸울 준비”
서초구청은 지난 16일 구청장과 공무원들을 동원해 노점상 현장을 방문해 실태를 조사하고 상인들의 의견들을 들었다. 당시 구청장은 “무작정 밀어붙이기 식 철거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기업형이 아닌 생계형 노점상이 먹고살 수 있는 길을 함께 고민하며 상생해야 한다”고 한 언론에서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오 씨는 “무슨 ‘밀어붙이기식 철거를 안 하겠다’고 말하느냐. 이미 우리는 생계가 부서지고 용역으로 인해 평화적 시위조차 할 수 없다”며 “나는 신용불량자다. 현재 대출을 얻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구청은 언론에서 푸드트럭을 위한 비용적 지원은 해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언론 또한 구청장의 방문과 실태조사를 미화 하며 ‘언론플레이’를 했지만, 현재 도대체 바뀐 것이 뭐가 있느냐. 올 겨울도 구청이 고용한 용역들과 싸울 준비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
실질적인 실태조사 필요
구청은 강남역 7~10번 출구 사이 뒷길에 15대, 강남대로 뒤편 이면 도로에 10대의 푸드 트럭 존을 지정했다. 이 밖에 고속터미널·방배·교대·양재·매헌 등 역세권에 푸드트럭을 배치해 영업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현재 일부 자금 융통이 된 노점상인들은 푸드트럭 존으로 이동한 상태다. 하지만 돈이 없고, 신용불량자인 노점상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구청의 실질적 지원과 방안 없이는 해결될 기미가 없다.
마지막으로 오 씨는 “구청과 언론은 노점상들을 위해 돕겠다고 얘기하지만 막상 일하는 사람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 당사자들이 이러한 상황에 놓이면 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주위에도 벌써 다시 돌아온 사람들이 보이는 이 시점에 사채를 써서 구청이 원하는 대로 이동했다 치자. 사람 발길도 없고 장사가 안 되면 우리보고 망하라는 식이지 않느냐. 우리는 지금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또 그는 “너무나 오래된 싸움이기 때문에 이젠 지쳤다. 현재 구청에서 내놓은 개선사업에 진출도 못한 채 나간 노점상들이 많다. 평화 협상을 원하지만 지속적인 용역 철거가 이뤄지고 있다”며 “서초구청의 현실적인 실태조사와 현재 내놓은 방안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