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18일 서울 동부지방법원은 흡연 단속을 하던 공무원 얼굴에 담뱃불을 들이밀고 협박한 30대 남성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기소된 민모(39)씨는 지난해 4월 20일 서울 잠실역 3번 출구 부근에서 금연구역 단속 중이던 송파구청 소속 공무원 김모(65)씨의 얼굴을 담뱃불로 지지려 했다. 또 민 씨는 신분증을 보여 달라던 공무원 김 씨의 모자 등을 뺏고 집어지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 결국 판사는 공무집행방해죄로 민 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일요서울]에서는 안전을 위협받는 흡연 단속 공무원들의 실태를 취재했다.
‘너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며 과시하는 단속 대상자
무차별적 반박에 대응할 수 있는 사법권 필요하다
2012년 12월부터 시행된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한 ‘공중이용시설 절대금연구역’은 실내·외 구별 없이 시설 전체로 규정하고 있다. 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을 경우 시설 관리자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되는 등 금연시설·금연구역에 대한 기준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관련 벌칙 ‘국민건강증진법 제34조 제1항 제2호·제2항 제1호’에는 ‘금연시설 표시 및 금연, 흡연 구역 지정 위반 시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흡연기준 시설기준 위반 시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라 표기돼 있다.
이 외에도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한 자는 ‘제1조 제54호·동법시행령 제2호 관련 별표’내 ‘경범죄 처벌법’에는 ‘금연구역 내 흡연은 범칙금 2~3만 원’이라 명시돼 있다. 또 현재 개정 준비 중인 국민건강증진법과 자연공원법,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아파트는 물론이고, 자연공원, 당구장, 스크린골프장 등도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흡연자들이 흡연할 수 있는 장소가 줄어들고 있다.
대부분 지역구들은 흡연부스와 흡연구역을 설치해 놓았다. 하지만 일부 지역구에서는 흡연부스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흡연자들이 부스를 버젓이 앞에 두고도 부스 밖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흡연·투척 단속공무원
권한 달라 악용하기도
현재 흡연을 단속하는 공무원은 보건법에 따른 ‘흡연 단속 공무원’과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담배꽁초 투척 단속 공무원’으로 나뉜다. 특히 담배꽁초 투척 단속 공무원은 금연 푯말 앞에서 단속 공무원을 빤히 쳐다보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잡을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그러다 보니 업무에 따른 공무원들의 특성을 악용하거나 단속에 걸리면 폭언·욕설을 일삼는 흡연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투척 단속공무원으로 6년째 활동하고 있는 허모(가명·남)씨는 흡연자가 많은 지역을 주로 순찰하면서 무단투기자를 적발하고 신분증을 제시받아 과태료를 부가하는 일을 하고 있다. 허 씨는 남녀노소 모든 흡연자가 단속 대상이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그는 “단속지역에는 금연 부착물이 여러 개 붙어 있고, 길가에도 공지돼 있다. 금연구역임을 인지 못하는 흡연자는 거의 없다. 특히 단속원이 없을 때 흡연들을 많이 하고 꽁초를 버린다”며 “단속 대상자들의 유형은 순응형·반발형·도주형·변명형·책임전가형·과시형·완력형 등 다양하다. 사법권이 없는 공무원들의 특성을 알기 때문에 ‘본인이 버린 담배꽁초를 찾아봐라’, ‘사진이나 동영상 같은 증거자료 가져와라’, ‘왜 나만 잡느냐’ 등 난감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국민건강증진법이 개정됨에 따라 단속 공무원들의 숫자로 늘었다. 특히 노년층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하에 높은 연령을 많이 채용했다. 그러다 보니 젊은 단속 대상자들이 완력을 행사하거나 도주하면 제압할 방법이 없다”며 “우리는 신분증을 요청할 수 있으나 강압적으로 뺏을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결국 재차 요청해도 불응 시 경찰을 부르긴 하지만 경찰도 증거자료 없이는 본인들이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한다. 또 경찰을 부르는 사이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단속 대상자 폭언·욕설
“아들뻘인데…”
허 씨는 담배꽁초 무단투기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으로 과거에 비해 투기자가 줄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투기자는 줄었어도 기본적 태도는 동일하다. 아들뻘 되는 대상자에게 ‘XX놈아’, ‘XX끼야’,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내 지인이 높은 공무원이다 넌 큰일 났다’ 등의 막말을 들을 때면 참으로 고되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그렇지만 현재는 우리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
특히 여자 대상자의 경우 증거를 대라며 몸을 내밀고 달려드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방어를 하다가 조금이라도 몸을 스치는 경우 성추행으로 신고하겠다며 오히려 협박을 한다. 사법권도 없고, 대상자가 성추행 논란까지 일으켰을 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전했다.

취재 중에도
다양한 불법 행위 발생
기자가 현장에서 취재하는 동안에도 많은 상황들이 벌어졌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버스가 온다고 담배꽁초를 무단투기 한 뒤 버스에 올라 타버리는 시민, 단속 공무원이 오는 것을 보고 도망가는 시민, 삿대질을 하며 언성 높여 반박하는 시민, 짜증을 내며 밀치는 시민 등 단속 공무원들의 애환을 알 수 있었다.
허 씨는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나만의 대응 체계를 세웠지만 무차별적으로 밀어붙이는 경우 많이 당황스럽다. 또 화장실에 가거나 근무인원 교체, 휴식 등으로 인해 자리를 비우게 되면 금연구역에 엄청난 양의 담배꽁초가 널브러져 있다”며 “무단투기는 아직도 적지 않게 발생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자율적인 경각심과 쾌적한 환경조성을 위한 인식이 고양돼야 한다. 또 강한 반박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와 사법권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