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박근혜 대통령 이야기가 연일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면서 최 씨가 단골로 다녔던 곳들도 화제가 되고 있다. 최 씨는 자신의 단골 병원, 미용실, 피트니스센터 등을 박 대통령에게 소개하는 방식으로 대통령의 건강과 헤어스타일까지 챙기며 대통령의 ‘몸’을 통제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최 씨의 단골집이자 대통령이 방문했던 곳들이 유명해짐과 동시에 정부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차병원그룹의 노화방지 전문병원인 차움의원은 최 씨가 2010년 8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약 6년간 507회 방문한 곳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차병원그룹 계열 차움의원은 5개 층 2만㎡ 규모의 세계 최대 진료센터다.
초호화 건강검진 센터와 각종 노화방지시술 클리닉, 스파ㆍ피트니스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 VIP 회원권이 1억7,000만 원, 연회비는 450만 원에 달한다. 미국 배우 피터 폰다, 미식축구 선수 테릴 오웬스, 메이저 리거 추신수, 골퍼 박인비 등이 다녀갔다고 홍보해 순식간에 1,000여 명의 회원을 끌어 모았다.
차움의 검진 프로그램은 ‘특별’하다. 하루 검진 인원은 30명. 안락한 독립 공간에 누워 있으면 의료진과 기계가 찾아와 원 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의료진 외에는 누구와도 부딪치지 않도록 동선을 짰다. 방사선 노출량을 최소화한 안심검진과 미래의 질병을 알 수 있는 유전체 검진도 제공한다. 비용은 수백만~수천만 원. 여기에 노화방지시술을 곁들이면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회춘 주사’로 소문난 줄기세포 치료만 회당 500만~1,000만 원이다.
차움의원은 피트니스센터인 ‘베네핏 센터’를 회원제로 운영한다. 이미 내년도 회원등록이 마감된 피트니스센터는 골프클리닉과 필라테스센터를 포함한 운동시설이 있고 풀장, 사우나 등을 갖추고 있다.
최 씨는 차움의원의 피트니스센터 회원으로 있으면서 피트니스 회원이 이용할 수 없는 시설까지 공짜로 이용하거나 일반 진료에서도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최 씨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도 차움의원에서 헬스클럽, 도수 치료, 피부 관리 등 서비스를 사실상 무상으로 받았다는 의혹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차움의원의 VIP시설을 이용했고 최순실 씨 자매가 박 대통령을 위해 대리처방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발표 등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은 취임 전인 2012년부터 2013년 2월까지 최 씨 자매의 이름으로 주사제를 처방받았다. 차트에는 ‘박 대표’, ‘대표님’ 등으로 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2월 공식 취임 후에는 직접 병원을 찾지 않았다. 취임 후에는 대통령 자문의였던 김상만 씨가 박 대통령의 주사제를 처방받아 직접 청와대로 가져가 박 대통령에게 주사를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인연으로 박근혜 정부는 차병원그룹에 다양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는 차움의원의 숙원사업이던 체세포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승인했고 192억 원의 예산까지 지원했다. 또한 차병원그룹에 비동결난자 사용, 치매 치료제 임상시험 규제 완화, 의료 해외수출 등의 분야에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있다.
세월호 7시간 의혹
최 씨가 단골로 다닌 또 다른 병원은 강남의 김영재의원(성형외과)이다. 김영재의원은 논현동 상경빌딩 6,7층에 입주해 있다. 김영재의원은 1993년 개원한 이래 상류층을 대상으로 영업하며 유명해졌다.
최 씨는 김영재의원에서 ‘최보정’이라는 이름으로 필러, 보톡스, MTS 등의 피부 미용 시술을 받았다. 최 씨는 지난 2013년 10월부터 지난 8월까지 총 136번이나 이 의원을 찾아 시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재의원은 늘어지거나 주름진 피부를 실로 들어 올리는 리프팅 시술 등 피부미용 전반에 관한 진료를 많이 했다고 전해진다.
김 원장은 지난 2003년 방송인 이영자 씨의 지방흡입수술 등 진료기록을 언론에 공개해 이 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2003년 이 씨가 김 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김 원장에게 72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내렸다.
또 김 원장은 살이 급격히 빠질 때 피부에 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얼굴 전체를 조여주는 ‘얼굴밴드’를 상품화하기 위해 이 씨의 언니와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했다가 법정 분쟁을 겪고 회사 문을 닫은 적도 있다. 이렇게 유명 연예인인 이영자 사건에 연루된 병원이었지만 그 이후에도 다양한 연예인들이 이 병원을 자주 이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김영재의원은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피부 시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원장은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병원이 휴진을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병원의 ‘향정신성의약품 관리대장’에는 이날 프로포폴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김 원장 측은 오전에 김 원장의 장모가 잠시 병원을 찾아와 짧은 시술을 한 뒤 바로 골프장으로 떠났기 때문에 다른 환자는 진료한 일이 없고 휴진한 게 맞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진료기록부 허위작성 의혹과 관련, 김영재의원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또한 김 원장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데도 지난해 7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성형외과 외래교수로 위촉되기도 했다.
김 원장의 가족회사인 존제이콥스와 와이제이콥스메디컬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경제사절단으로 세 차례나 동행했다. 특히 김 원장 부인이 대표로 있는 와이제이콥스메디컬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올해 4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기로 돼 있다. 처남이 운영하는 스킨케어 서비스 상품 판매업체인 존제이콥스는 신생업체인데도 유명 면세점에 입점해 각종 특혜 의혹을 사고 있다.
얼마 전 최 씨와 관련해 특혜 의혹이 빗발치자 김영재의원은 휴진이라는 팻말을 건 채 문을 닫았었으나 최근 다시 진료를 개진했다. 병원에서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설치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전속 미용사 소개
병원 논란에 이어 청와대 전속 미용사 역시 최순실 씨의 단골 미용실 원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본점을 두고 있는 미용실을 3년 전까지 단골로 이용했다. 청담동 미용실 송모 원장은 “최 씨는 자주 미용실을 찾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종종 머리를 하러 왔다”고 했다. 1994년 압구정동에 처음 오픈한 이 미용실은 이후 청담동, 이촌동, 잠실동, 홍대 등 전국 주요 지점 수십 곳에 체인점을 거느리며 성장했다. 이 미용실은 전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고 주요 재벌가 인사 등이 자주 찾는다고 알려져 있다.
송 원장은 박 대통령의 당선 직후부터 전속 미용사로 활동하며 거의 매일 박 대통령의 머리를 손보고 해외순방에도 동행했다. 청담동 미용실의 단골이었던 최 씨가 송 원장을 박 대통령에게 추천했다는 것.
박근혜 대통령은 어머니인 故 육영수 여사를 연상시키는 ‘올림 머리’를 트레이드 마크처럼 유지해왔는데 송 원장이 머리손질을 전담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일명 전투 머리 스타일도 송 원장의 작품.
서울시의회와 미용업계 등에 따르면 송 원장의 남편인 A씨가 이 미용실의 법인 대표를 맡고 있는데, A씨 역시 정부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있다.
A씨는 대선 직후인 2012년 12월 창간된 복지 전문지 S신문의 초대 회장도 맡았으나 올해 7월 그만뒀다. S신문은 창간 1주년을 맞은 2013년 서울시의회의 후원을 받아 ‘서울사회복지대상’을 제정해 매년 1∼2차례씩 시상해오고 있다. 2013년 12월 열린 첫 시상식에서 서울시장상은 S신문 회장으로 있던 A씨에게 돌아갔다. 이에 자신이 복지상 제정에 관여하고, ‘셀프수상’까지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A씨는 올해 4월 총선에서는 인천 지역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나섰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는 박 대통령 후보 시절 중앙선대위 문화관광 본부장·문화홍보단 상임고문, 이후 새누리당 중앙당 문화관광분과 수석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회원권 없는데 초VIP대우 받아
최 씨는 골프치는 실력이 초보수준이지만 골프장을 자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2가지. 건강을 위해 걷는 것. 다른 한 가지는 무슨 목적인지는 몰라도 ‘접대’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 대기하고 있었던 탓이라고 한다.
기흥컨트리클럽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장모인 김장자 ㈜ 삼남개발 대표가 운영하는 골프장이다.
묘하게도 이 골프장은 이화여대와 깊은 연관이 있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2012년 이곳에서 ‘이화아너스클럽 친선골프모임’을 열었다. 이화여대 아너스클럽은 이대에 1억 원 이상의 후원금을 낸 인사들의 친목모임이다. 김장자 대표는 지난해 12월 4일 이화여대 교내 기숙사 신축 기금으로 1억 원을 기부했다. 2103년에도 이 행사가 기흥에서 열렸다.
경기 화성군 동탄면 신리와 중리에 들어선 기흥컨트리클럽은 80만여 평으로 36홀 골프장이다. 그런데 허가가 날 때부터 문제가 있는 골프장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6년에 지시해 교통부의 인가를 받아 1987년에 착공, 91년에 개장했다. 특히 골프장 개장도 하기 전에 회원을 모집해 말썽이 난 곳이다. 기흥컨트리클럽은 “공익법인(비영리법인)은 시설이 끝나지 않았어도 회원 모집이 가능하다”는 것이 회원 모집 사유다.
회원권은 1구좌에 3950만원에 분양했는데, 1000명 모집에 1500명이 신청해 추첨을 통해 분양했다.
기흥컨트리클럽은 퇴직경찰관들의 친목단체인 경우회가 주최가 돼 당시에 최대 이권사업으로 꼽힌 골프장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총공사비 1114여억 원이 들어간 이 골프장은 김장자 회장 남편인 고(故) 이상달 씨와 전 치안감이었던 옥기진 씨가 공동대표를 맡았었다. 1993년 기흥컨트리클럽 대표는 경찰청장의 승인 없이 주식변칙양도를 한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최 씨는 회원제 골프장인 기흥컨트리클럽(회장 김장자)에서 회원권도 없으면서 초(超)VIP대우를 받으며 자유롭게 이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전국 유명 관광지와 상가에서 ‘박근혜 흔적 지우기’가 이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다녀간 뒤 재미를 봤던 식당 주인들은 “대통령 마케팅이 끝났다”며 기념사진을 떼며 등을 돌리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박 대통령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2013년 정부에서 창조경제 대상을 받은 대전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홈페이지에 있던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없앴다. 이 사진은 박 대통령에게 상을 받는 모습이었다. 이 회사 대표는 “‘홈페이지에 박 대통령 사진을 걸어놔서 득을 볼 게 없으니 떼라’고 권유하는 사람이 많아 홈페이지에서 지웠다”고 말했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