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의 황태자’ 정찬우 이사장, 금융권 인사 개입 의혹
‘금융계의 황태자’ 정찬우 이사장, 금융권 인사 개입 의혹
  • 오유진 기자
  • 입력 2016-11-25 18:55
  • 승인 2016.11.25 18:55
  • 호수 1178
  • 3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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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최경환, 이재만 등과의 친분 이용해 인사권 쥐락펴락

정 이사장, 최순실 사태 이후 공식석상에 안나타나

수사 확대되자 선결 과제였던 지주사전환에도 비상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본지는 1173호 기사를 통해 ‘연·관·정피아 3관왕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내용을 조명한 바 있다. ‘낙하산인사 논란’으로 시작된 정부와 정 이사장 관계의 의혹은 최순실 게이트에도 연루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그는 현 정부 참모 인사와 정권 실세들과의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친분을 이용해 금융권 인사에 까지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그 정황이 드러나며 ‘금융계의 황태자’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일요서울은 정 이사장과 관련 인물들의 유착관계를 추적해봤다.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금융권 인사까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순실이 장·차관 인사까지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금융계 황태자’로 불리는 정 이사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과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시절 최순실 측근의 비호 아래 금융계 인사를 주물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19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캠프에 참여한 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과 친분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계의 인사권을 쥐고 있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박영선 의원은 지난 11일 열린 긴급 현안 질의에서 “차은택이 문화계의 황태자였다면 금융계 인사를 주무른 사람은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라며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내통하면서 금융계를 주물렀는데, 여기에 관여된 사람이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다. 이 부분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업계에서는 정 이사장이 금융권 인사를 주무른 것은 정평이 난 사실”이라고 전했다.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는 지난 19일부터 ‘이재만 전 비서관과 내통하며 금융계 인사를 주무른 정찬우 이사장을 즉각 구속 수사하라’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천막 농성을 이어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해태제과식품에 주주 권리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던 옛 해태제과 소액주주들이다.

이 시위자들은 “이재만 전 비서관의 검찰 수사가 이뤄졌고, 최순실-정찬우의 관계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이렇게 시위를 하는 것이다”라고 시위 이유를 밝혔다.

오명 벗기 위한 지주사 전환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자본시장법)이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주사 전환과 관련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정 이사장이 취임 당시 불거졌던 낙하산 인사 논란과 거래소 노조 등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첫째 선결 과제였다.

앞서 친박 핵심인물인 정 이사장이 법안 통과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점쳐지며 기대를 모았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인 정 이사장은 서울대 동기인 강석훈 경제수석과의 인연으로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경제1분과 전문위원을 지냈다. 특히 금융위 부위원장 시절,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친했다는 소문은 정 위원장이 거래소 지주사 전환이라는 힘든 과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검찰의 수사가 확대되고 개정안이 심사소위서 좌절되자 정 이사장의 힘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또 관련된 정황들과 보도가 이어지자 그는 공식석상에 얼굴조차 잘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정 이사장이 직접 나설 경우 거래소 지주사 전환에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고 보고 스스로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낙하산 인사’ 논란 불거진 이유

한국거래소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9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정찬우 이사장을 새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정 이사장의 후보 단독 추천과 선임으로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앞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 전 이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쳐 왔다. 금융당국이 거래소의 지배구조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법 개정에 힘써온 최 전 이사장이 대통령의 임기 내에 법 개정을 끝마치고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 전 이사장이 거래소 신임 이사장 후보 공모에 갑자기 불참하자 정 이사장의 인사 비판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이에 정 이사장은 취임한 지 8일 만인 지난 10월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정 이사장은 자신을 둘러싼 낙하산 인사 비판과 관련해 “제가 이왕 선임됐으니 자본시장과 거래소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으며 “이사장 선임 과정은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고 말했다.

이날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다른 임원이 낙하산으로 오면 안 받도록 하겠냐. 이사장으로서 막을 의향이 있으냐”라는 질의에 정 이사장은 “노력하겠다. 제가 모든 것을 다 좌지우지할 수는 없으나 인사에 최대한 공정성을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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