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주의 영화
해바라기
고교 중퇴 후 맨주먹으로 거리의 양아치들을 싹 쓸어버렸던 오태식(김래원). 술먹으면 개가 되고 싸움을 했다하면 피를 본다는 그는 칼도 피도 무서워하지 않는 잔혹함으로 ‘미친 개’라고 불렸다. 그가 가석방되었다.
태식이 괴롭혔던 민석은 형사가 되었고 태식의 ‘시다바리’였던 양기와 창무는 서로 적이 되었기에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긴장한다. 그러나 태식은 그들과의 앙금은 모른다는 듯 손에 낡은 수첩 하나를 쥐고 그 안에 적힌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나간다.
‘대중탕에서 목욕하기’, ‘호두과자 먹기’, ‘소풍가기’… 그 수첩은 그가 감옥에서 소망한 하고 싶은 일들뿐 아니라 앞으로 지켜야 할 세 가지 약속도 적혀있다. ‘술 마시지 않는다’, ‘싸우지 않는다’, ‘울지 않는다’.
그가 걸어온 지난 삶을 압축한 듯한 술과 싸움과 눈물로부터 그는 영원히 이별하기로 약속한다. 세상이 거칠수록 그의 희망은 강해져야 한다. 그래서 그는 전부를 걸고 그 약속을 지키기로 한다.
그 수첩을 줬던 덕자(김해숙)를 찾아가는 태식. 덕자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그를 친아들 이상으로 따뜻하게 맞아준다. 모르는 남자를 환대하는 영문을 몰라 어이없어 하며 태식에게 틱틱거리는 그러나 왠지 밉지 않은 아줌마의 딸 희주(허이재).
이제 태식은 그들과 함께 희망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한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의 약속을 지켜내는 것. <해바라기>식당의 태식이 보여주는 진심은 바로 그 것이다. 쉽게 포기하고, 쉽게 절망하는 우리들에게 그는 희망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온 몸으로 알려준다. 삶을 지탱하는 것은 부와 명예, 권력과 같은 거창한 것들이 아니다.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차 한 잔의 온기, 햇살 한 줌의 눈부심, 함께하는 이의 미소와 같은 늘 곁에 있지만, 잊고 있었던 작은 기쁨들이다.
그러나 해바라기 식당 모녀를 제외한 모두는 태식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그 차가운 불신의 끝에서 아무도 상상 못 한 절망의 역습이 시작되고 있었다. 희망은 이루어질까. 오는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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