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지난달 23일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사상 최대 규모의 승진 전보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불만의 연기가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있어왔던 검찰인사의 관행노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 앞서 그동안의 검찰인사 관행을 깨고 최대한 공정한 인사를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에도 역시 정치적인 검찰인사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참여정부 들어 차관급인 검사장에 오른 검찰 고위직 인사 가운데 30%이상이 영남권 출신이다. 지난 2003년과 2004년에 이 지역 출신 인사가 절반 가까이 차지한 것에 비하면 다소 줄어든 편이지만, 집권자 출신 지역 검사들이 인사 혜택을 받는 종전의 관행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는 특정 대학 출신자들을 중용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고려대 출신인 김성호 법무부 장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법무부가 이날 발표한 검사장급 검찰 승진·전보 인사내용을 살펴보면 표면적으로는 출신 지역과 기수에 따라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분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승진·전보 대상자 명단을 살펴보면 정상명 검찰총장을 제외한 총 53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아닌 인사는 17명에 불과해 검찰내 요직에는 서울대가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내부에선 이번 인사에 대해 ‘고려대 인맥 강화’라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고려대 출신 검사들이 중앙지검 간부로 대거 진출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지난해 부장급 이상 간부는 임상길 형사 7부장과 박성재 금조부장 등 2명에 불과했지만 올해 인사에는 8명이 부장급으로 뛰어 올랐다. 조상수 형사 5부장, 서범정 형사 8부장, 김하중 총무부장, 신동현 공안 2부장, 조희진 공판 2부장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특히 공안을 담당하는 2차장 산하에는 고려대 출신의 수가 서울대 출신보다 많다. 지금까지는 서울대 출신이 장악해 왔으나 이제는 판세가 뒤바뀐 것이다. 이처럼 고대 출신이 전진 배치된 부서는 또 있다.
총무부장과 공안 2부장, 공판 1·2부장 모두 고대 출신으로 채워졌다. 뿐만 아니라 3차장 산하에서도 특 3부장 등 주요 보직에는 고대 출신 인사가 중용됐다.
또 법무부 차관도 고려대 출신인 정진호 전 광주고등검찰청 검사장으로 임명됐다. 정 차관은 검찰인사의 대표적 기득권 세력 가운데 하나인 용산고등학교 출신이기도 하다.
요직에 오른 고대 출신 인사 가운데 이귀남 대검찰청 공안부 부장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공안부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대검중수부장 내정자로 결정됐다. 이 내정자는 전남 장흥 출신이다.
아울러 고려대 출신인 노환균 수원지검 1차장 검사가 부산지검 1차장검사로 영전, ‘검찰의 꽃’인 검사장 자리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인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검찰, 특히 중앙지검 내부에서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고려대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우연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출신 지역도 이번 인사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DJ 정부 당시 검찰 요직에 호남권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서울신문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참여정부 원년인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발탁된 신규 검사장은 모두 59명. 이 가운데 영남권이 22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경기 17명, 호남 13명, 충청 6명 순이었다. 여기서 노무현 대통령의 기반지역인 부산 경남지역 출신은 모두 13명에 이른다.
또 5차례의 고검 검사급 인사에서도 영남권 출신들이 우세했던 것으로 이 조사결과 밝혀졌다.
법무부,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등 주요기관 3곳의 실무책임자로 임명된 부장검사 331명의 출신지역을 분석한 결과 영남권 출신이 전체의 36.2%인 120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2004년 이후 이종백 서울고검장(7기)과 임채진(9기) 현지검장 등 부산고 출신 인사 3명이 차례로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고 있다는 점은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한편 `거짓 진술 강요 의혹’으로 감찰을 받은 이춘성 서울동부지검 차장 검사는 검사장 승진에서 고배를 마셨고, 지난 2005년 안기부ㆍ국정원 도청 수사를 하고도 인사에서 탈락해 `공안 홀대’ 논란의 중심에 섰던 황교안 성남지청장도 이번에 미끄럼틀을 탔다.
삼주산업 회장 김흥주씨 비리 사건에 휘말린 K검사장은 일선 지검장에서 한직인 고검 검사급으로 전보된데 이어 이번에도 고검 검사로 강등됐다.
하지만 지난해 법조브로커 윤상림씨와의 커넥션 혐의가 포착돼 법무부 정책홍보관리실장에서 대구고검 차장으로 전보된 황희철 검사장은 대검 공판송무부장에 발령돼 중요 업무일선으로 복귀하는 행운을 누렸다.
#검찰 인사도 잡음 ‘솔솔~’
지난달 검사장급 승진 인사와 고검 검사 전보 인사가 전격 단행되면서 학벌과 지역의 수혜조건과 거리가 먼 검사들은 내심 씁쓸해하는 분위기다.
현상황에 영호남 지역도 아니고 서울대 고려대 출신도 아닌 이들이 이번 인사 대상자로 거론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 즉, 서울, 충청, 경기 출신 인사들은 이른바 ‘소외계층’에 다름 아니라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설명.
이를 증명하듯 최근 검사장 승진 인사 16명 중 ‘서울 출신이면서 동시에 서울대’인 경우는 2명에 불과했다.
이밖에 이번 인사는 연말 대통령 선거에 그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예컨대, 이귀남 중수부장 내정자는 대검 중수3과장과 서울지검 특수3부장 등 특수부를 거쳐 지난해 대검 공안부장을 맡았다. 또 이준보(11기) 공안부장 내정자도 대검 공안2과장ㆍ중수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 특수ㆍ공안부의 핵심 보직을 거쳤다.
특수와 공안 수사 역량을 모두 갖춘데다 전남 출신인 두 사람이 선거 관련 보직에 중용된 것은 대선 정국에서 선거사범 엄단과 더불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윤지환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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