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이’
연극 ‘이’에 이어, 한국 영화 최초 1,200만 관객 기록을 깨며 대한민국 대표영화로 자리 잡은 ‘왕의 남자’까지 흥행하게 만든 원작 ‘이’가 뮤지컬로 제작되어 새로운 관객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원작 ‘이’의 뮤지컬로의 진화의 필연성에 대하여 연출가 김태웅은 “원작 ‘이’는 광대들의 이야기다. 광대들의 놀이와 음악, 흥의 정서는 가장 한국적인 뮤지컬을 만들어 내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한다.
뮤지컬 ‘이’의 광대들은 무엇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인가? 뮤지컬 ‘이’의 광대들은 광대들의 놀이판에서 이름조차 붙여주지 않았던 가장 사소한 도구를 그들의 최고의 놀이도구이자 뮤지컬 ‘이’의 상징적인 오브제로 사용한다. 바로 ‘부채’와 ‘지팡이’이다.
연극이나 영화에서 지팡이는 공길과 장생이 가지고 놀던 장님놀이의 도구였고, 부채는 영화에서 장생이 안전하게 줄타기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드러나지 않는 사소한 도구였다. 그러나 음악과 비트를 기대하는 뮤지컬 관객들에게 이 사소한 도구들은 리듬과 비트를 생산해 내며 마치 스텀프식 타악 퍼포먼스를 창출해내는 훌륭한 놀이도구이자 악기로 변신한다.
극 중 하이라이트 장면이 될 ’봉사놀이‘는 20여명의 우인들이 지팡이를 들고 파워풀한 리듬을 창출하며 건강한 한국의 광대의식, 강한 생명력을 지닌 신명을 드러내며 다이내믹하고 역동적인 감동을 전달할 것이다.
영화가 자유로운 광대정신의 소유자인 장생과 공길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연극은 연산과 권력욕에 가득찬 공길의 갈등구조로 작품을 이끌었다. 그러나 뮤지컬 ‘이’에서 공길은 작품을 이끄는 주요인물로 확실히 부각된다.
놀이판으로 시작하고 마무리되는 극 구조는 공길이 광대로 우뚝서서 작품의 시작과 끝을 이끄는 당당한 광대를 보여준다. 또한 왕을 풍자해 죽을 위기에 처한 장생을 공길이 구해주는 도입부분은 연극, 영화와 달리 그의 비중이 상당히 커졌음을 말해주기도 한다.
공길은 연극에서 동성애적 총애를 이용한 권력욕이 강한 광대로, 영화에서는 여성스런 외모의 유약한 광대로 그려졌다. 그러나 그가 왜 광대의 삶을 택했고, 광대로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지난 두 작품서는 자세히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이번 뮤지컬 ‘이’는 극 초반의 ‘공길의 노래’를 통해 광대 공길의 삶을 보다 선명하게 그릴 예정이다.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 11월 10일~ 12월 3일 / 30,000~6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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