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0일 자의 입원 환자 A씨의 퇴원 요청을 거부하고, 보호입원(강제입원)으로 변경해 총 298일간 입원시킨 경기도 한 정신병원장 B씨를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피해자 A씨는 수면장애와 충동조절장애 치료를 위해 2013년 9월 정신병원에 자의로 입원했고, 다음 달 10월 퇴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병원장은 자의 입원 환자가 퇴원 신청을 할 경우 바로 퇴원시켜야 하는 정신보건법을 위반하고, 입원 형태를 보호의무자 동의 입원으로 변경했다. 이후 A씨는 지속적으로 퇴원시켜줄 것을 요청했으나 병원장은 거부했고, A씨는 정신병원에 300일 가량을 감금당했다.
강제 입원 절차 쉽고 간단해 억울하게 입원하는 사람 많아
배우 강예원 “감금 연기, 자아가 없어지는 느낌 받았다”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돼 있다. A씨는 정신적 장애 치료를 위해 정신병원에 입원했으나, 약 300일 동안의 감금생활을 통해 오히려 불안장애를 얻었다. 인권위는 해당 자치단체장에게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지만, A씨가 받은 300일 가량의 고통은 지워지기 어려운 상처가 됐다.
지금도 많은 정신병원에서는 보호입원 시 본인 동의를 거치지 않고 있다. 보호입원이란 자녀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인의 입원 진단에 의해 정신의료기관 강제입원을 허용하는 강제입원 제도다. 본인의 의사 없이 정신병동에 갇힌다는 것은 매우 두려운 일이다. 개인의 인권과 자유가 사라지며,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통계자료를 보면 보호의무자에 의해 강제 입원된 수치는 2013년 기준 6만 여명에 달한다. 이는 정신병원 전체 입원자의 75~80%에 달하는 수치다.

재산 때문에 가족이
강제입원시켜
지난 3월 결혼을 앞두고 있던 허모(50·여)씨는 한 방송의 취재에서 자신이 겪은 강제입원 이야기를 전했다.
그녀는 5년 동안 연락이 되지 않던 아들이 갑자기 자신을 문 밖에서 찾는 소리가 나 다급하게 뛰어나갔다. 너무나 보고 싶었던 아들이었기에 허 씨는 바로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을 밀치고 들어온 것은 아들이 아니라 건장한 남성 두 명이었다. 그들은 허 씨의 목을 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조였다. 그들은 이어 반항하지 말고 따라오라 했고, 그녀는 협박 못 이겨 두 팔을 포박당한 채 밖으로 끌려 나갔다. 낯선 남자들 뒤에는 아들이 서 있었다.
그녀는 이유도 모른 상태에서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세상과 단절된 채 어딘지도 모르는 병원을 옮겨가며 감금 생활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고통스러웠던 건 이 일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아들이라는 사실이었다. 아들이 그녀를 입원시킨 사유는 그녀가 이혼한 남편에게 숨겨진 재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재산 분할 소송을 할 예정이었으나, 그것을 막으려 강제입원 시켰다는 것이다. 이후 허 씨는 약혼자의 도움으로 겨우 퇴원할 수 있었지만 아들을 통해 이런 상황을 겪었다는 상처는 잊히지 않았다.
영화서도 다뤘지만
아직도 엄연한 합법행위
강제입원은 아직까지도 엄연한 합법행위로 지속되고 있다. 절차도 간단해 전화 한 통, 가족 서명, 정신과 의사 서명이면 끝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강제입원된 사람이 어렵게 퇴원하더라도 병원 앞에서 다시 구급차에 태워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는 ‘회전문 입원’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날, 보러와요’는 강제입원의 합법적 감금과 그 이면의 충격적 사실을 다룬 작품이다. 극중 배우 강예은은 정신병원에 강제 납치당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다큐 고발프로그램 사건24시의 피디 이상윤은 강예은이 보내온 정신병원 감금일기를 눈여겨보기 시작하고, 일기 속 끔찍했던 정신병원 내 상황을 보여주는 영화다. 강예원은 한 언론사 취재에서 “정신병원 감금 연기, 자아가 없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강제입원은 연기가 아닌 실제로 일어날 경우 평생토록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개정 정신보건법
사각지대 있을 수 있어
최근 헌법재판소는 보호입원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법 공백에 혼란을 우려해 현행 법률이 개정 전까지 한시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말 시행 예정인 개정 정신보건법은 현재의 판결이 있기 전에 만들어진 법률로 보호입원에 대한 조항이 미흡하다는 지적이었다. 헌법재판소는 정신보건법에서 자녀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인의 입원 진단에 의해 정신의료기관에 강제 입원을 허용하는 제24조의 내용이 헌법상 당사자를 침해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조항은 국가인권위와 시민단체 등의 환자의 동의 없는 강제입원의 부당함 제기로, 이미 개정 정신보건법 제43조로 개정돼 시행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아직까지도 현행법은 너무 쉬운 강제입원 절차로 인해 가족들이 의사와 합의해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는 보호입원제도 개정은 아직까지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