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힘도 빽도 없는 나는 / 끝도 없는 경주로 위를 / 쉬지 않고 달려왔다. / 자는 시간도 줄여가며 / 스스로에게 채찍질도 하며 / 내 꿈을 위해, 가족을 위해 / 쉬지 않고 달려왔다. / 그런데 숨만 쉬어도 /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애가 있더라 / 내 나라, 대한민국 / 곳곳에 있더라.”
19일 광화문에서 진행된 촛불집회 현장 조그만 벽에 붙어있던 전단 문구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대학입시 부정을 비판하는 글이다. 글쓴이가 누군지 알 수는 없지만 읽는 사람들을 가슴을 저미게 만드는 문구다.
12일에 이어 두 번째 열린 대규모 촛불 집회가 끝났다. 12일에는 약 100만 명, 19일에는 약 60만 명의 시민들이 광화문에 모여 촛불을 들었다. 친구, 가족, 연인 등과 함께 모인 시민들은 모두 다 한 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국정 정상화’를 외쳤다.
비록 지난주 집회 때 보다 인원은 줄었지만 열기는 변함이 없었다. 수능이 끝난 고등학생들이 많이 참여했다는 점이 조금 달랐을 뿐이다. 사실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연령은 구분이 없다. 아빠 어깨에 올라 탄 서너 살쯤 돼 보이는 어린 아이부터 70대 할아버지들까지.
이들은 한마음으로 집회장에 모였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이 많은 사람들은 광화문에 모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서울역에서 진행된 보수단체가 주도한 집회는 저녁 7시 무렵 끝이 났다.
광화문 집회는 밤 12시가 다 되도록 끝이 나지 않았다. 비록 경찰에 막히긴 했지만 청와대로 향하기 위한 시민들의 행진은 계속 됐고 광화문에서는 군데군데서 노래와 시민들의 발언이 늦도록 이어졌다.
이날 집회에서도 역시 시민의식은 자랑할 만 했다. 본격적인 행진이 시작하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니며 길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워 담았고 시민들이 버리는 쓰레기들도 회수했다.

집회장 한편에서는 시민들과 학생 등이 경찰버스에 붙은 스티커를 떼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집회 당일 낮에 차벽으로 세워 둔 경찰버스에 시민들이 꽃 스티커를 부착했었다. 평화시위를 상징하는 의미였다. 하지만 시위가 끝난 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경찰버스에 붙은 스티커를 제거했다.
이날 집회장에서는 ‘하야송’도 등장했다. 기존 시민들이 잘 알던 곡에 ‘박근혜 대통령’ ‘하야’ 등의 단어를 넣어 만든 곡이다. 집회 중간 중간에 불린 이 곡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어 호응이 좋았다.
집회장에는 먹거리도 많았다. 인도 쪽에서는 과일, 김밥, 떡, 오뎅 등을 판매하는 상인이 자리를 잡아 인기를 끌었다. 초를 파는 상인도 많았지만 지난주 집회 때 보다 참가인원이 줄어든 탓에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평화롭게 끝난 19일 촛불집회에서는 경찰에 연행된 시위자가 1명도 없었다. 그만큼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경찰도 평화적인 시위가 되도록 하기 위해 시위대를 자극하기 보다는 안전과 질서 유지에 힘쓴 결과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오는 26일 광화문에서 5차 집회를 예고했다. 이번 집회와 마찬가지로 전국적인 촛불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국정 정상화’를 외치는 시민들의 외침에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