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지난 3월 시정명령 26점
검찰, 지난달 18점 추가 적발
민원인 “불법 도박경정장 폐쇄해야”
공단 “불법 인정…후속조치 하겠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국민체육진흥공단 경정사업본부가 수십 년전부터 경기 하남시 소재 미사리 경정공원에 불법시설물을 설치한 사실을 검찰이 확인했다. 공단이 그동안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인 경정장에 무허가 시설물과 조형물을 설치해 운영해왔다는 사실을 지난 3월 하남시가 적발한 데 이어 검찰도 이를 확인한 것이다. 공단은 경정공원 주변과 경정장 일대에 각종 시설물을 수십년간 허가 없이 설치,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민원인 이옥진(75·전 하남시장 후보)씨가 하남시와 경찰에 민원, 고발 등을 제기해 드러나게 됐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따르면 미사리 경마공원 내 무허가 구조물과 공작물 등이 최대 30년 간 운영돼 왔다. 총 18점의 무허가 불법 시설물의 내역을 보면 광고판, 경정장 내부로 들어가는 매표소, 관람모니터, 간이초소, 그늘막, 관람석의자, 간이 이동파출소, 3200평에 달하는 보도블럭까지 다양하다. 이 구조물들이 만들어진 시기는 1986년 무렵부터 2010년까지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련 특별조치법(개발제한구역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그린벨트 지역에서는 관할관청의 허가 없이 그 지정목적에 위배되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 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 등을 할 수 없다. 별도 목적을 위해선 시장·군수·구청장 등의 허가가 필요하다.
미사리 경정공원은 86 아시안게임 및 88 서울 올림픽 당시 조정, 카누경기를 위해 40여만 평 규모로 만들어졌다. 경정공원 내 경정장은 체육진흥을 위한 공익기금조성과 국민의 여가 욕구 충족 등을 위해 1988년 올림픽 조정경기장 일부를 활용, 2002년 6월 18일 개장됐다.
시와 하남경찰서에 따르면 공단은 경정장 일대 약 1만여평에 무허가건축물 40점과 조형물을 등 모두 70점의 불법시설을 설치한 채 대놓고 운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오랫동안 문제 제기를 해 온 이 씨는 “공단이 이 불법 시설물로 벌어들인 범죄수익금으로 15년간 운영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단의 불법시설물 운영과 함께 하남시의 책임도 거론된다. 시는 지난 15년간 이런 사실을 알고도 단속 등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뒤늦게 시정명령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시는 경정장의 불법시설에 대해 수년 전부터 단속 요청을 받았으나 뜸 들이다 지난 3월 첫 시정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시의 행동에 대해서 ‘세수’ 때문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남시는 ‘레저세’ 명목으로 징수교부금과 재정보전금을 포함해 연간 100~120여억 원을 경기도로부터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이 곳의 운영 목적 중에는 공익적 측면이 있어 하남시가 ‘방조 아닌 방조’를 해왔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곳은 그린벨트 지역
무엇보다 경정공원과 경정장이 이처럼 도마에 오르는 것은 이 곳이 그린벨트 구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하남시는 80% 이상이 그린벨트 지역이다. 경정장은 개장 초기에 소음 문제로도 몸살을 앓았다. 경정장은 인근 주민에게 소음피해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고, 하남시로부터 소음원(경정보트) 사용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공단은 이에 맞서 2010년에는 하남시를 상대로 소음원사용금지처분 취소 소송 끝에 ‘소음도 기준치 이하’라는 법원 판단을 받아 영업정지 위기를 벗어났다. 하남시 환경지도팀 관계자는 “2011년 무렵 방음시설을 설치해 소음이 많이 줄었다”며 “최근 부지 경계선에서 소음을 측정한 결과 52.3㏈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는 법정 주간 기준치(55㏈ 이하)를 충족한 수치다.
하지만 언제든 민원이 재발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정장 주변에서 매실농장을 운영하는 이 씨는 “경정보트 6대가 동시에 운행될 때마다 소음이 심각하다”며 “수십 년간 불법이 저질러진 이 곳은 본 건물만 두고 다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정한 공원으로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며 “끝까지 문제 제기를 해 경정 도박장을 몰아내고 시민에게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국민체육공단 관계자는 지난 3월 시로부터 받은 시정명령 대상 불법시설물 대해 “26점 모두 철거 등 조치를 취했다”고 말하며 그 동안의 무허가 행위에 대해 인정했다.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개발제한구역에 맞는 절차상 규정을 지켜 허가를 받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을 인정한다”며 “과거 관행은 잘못된 게 맞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가 사익을 추구한 것은 아니었다”며 “화장실, 휴게실, 흡연실, 초소 등 경정장을 방문하는 고객들과 현장 근무하는 직원들을 위한 시설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편의시설 추가 설치가 가능하도록 경정장 관리계획 변경안을 국토부에 제출했다”며 “국토부에서 현재 심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단은 미사리 경정장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후보지로는 인천 영종도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입장 인원과 매출액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체육기금 조성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경정사업 활성화와 주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어 소음 문제 등 과거와 환경 여건이 달라졌다고 파악하고 있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