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자와 대출수요자 모두 만족…이용자 급증
업체 없어지면 원금 회수도 못하는 문제 발생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P2P(peer to peer) 대출은 온라인상 개인 간 대출을 뜻하는 신(新) 금융 형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약 350억 원이었던 P2P 대출업의 누적 대출액이 9월 2940억 원, 지난달 3000억 원을 돌파해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하지만 이런 가파른 성장에도 P2P 대출은 정체성이 모호하고 법적 제재가 없어 초반부터 논란이 있었다.
이에 금융당국이 지난 2일 P2P 대출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업계는 “성장을 저해하는 가이드라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P2P 대출은 돈을 빌리고자 하는 사람이 소셜네트워크(SNS) 형태의 중개 업체를 통해 대출을 신청하면 불특정 다수 투자자가 돈을 빌려주는 형식이다. 상환일이 되면 일정 이자를 포함한 원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대부업체와 다른 점은 투자자가 직접 돈을 빌려줄 사람을 선택하고 금액도 조정할 수 있다. P2P 대출 중계업체들은 돈을 빌리고자 하는 이의 신용정보를 투자자에게 공개해 모금을 한다.
P2P 대출 산업이 급성장한 이유로 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장기화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곳을 찾아 몰리고 은행에서 받아주지 않는 대출 수요자들의 증가가 맞물려 성장했다”고 말했다.
P2P 대출 업체들은 각기 다른 전문분야에 따라 특색을 가지고 있다. 소형 건축 사업자와 개인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부동산 P2P 전문 업체 ‘테라펀딩’, 소규모(50~100명)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펀드를 만든 뒤 자금을 여러 명의 대출자에게 분산시키는 ‘어니스트펀드’, 개인사업자, 소상공인 및 사회초년생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미드레이트’ 등이 있다.
회원사 부도 날 경우 대비책 없어
국내에서 돈을 빌려주고 원금과 이자를 받으려면 대부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그렇기에 P2P 대출 업체에 투자자들은 원래 각각 대부업자로 등록해야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에 P2P 대부 업체들은 업종을 대부중개업체로 등록하고 이 중개 업체를 통해 투자자를 모으고 자사 대부 업체를 따로 만들어 대출 수요자에게 자금을 지급해주는 형태로 문제를 극복했다.
문제는 이렇게 대부업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대출할 경우 투자자는 자신들이 냈던 ‘투자금’에 대한 권리가 아니라 투자금의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권한인 ‘원리금수취권’만 갖게 된다.
그렇기에 채무자가 대출금 상환을 거부하면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고, 특히 P2P 업체가 없어지면 투자자는 원금조차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 투자자는 원리금수취권만 가질 뿐 채권추심 권한은 P2P 업체에 있기 때문이다. 채무자 입장에선 갚을 대상인 P2P 업체가 없어지니 돈을 갚아야 할 이유도 없다.
이렇다 보니 한국P2P금융협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협회 정관에 회원사가 부도가 났을 때, 채권관리나 사후 처리를 협회에서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승행 한국P2P금융협회장은 “채권을 협회가 받아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걸 고민 중으로, 협회 차원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협회는 금융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회원사가 신용정보회사에 대출 내역을 공유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회계 감사를 통해 불법적인 요소를 찾아내 문제를 방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그는 “P2P 대출을 이용하고 싶은 투자자에게 P2P협회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업체를 이용하는 것도 문제발생 시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일 금융위원회는 ‘P2P 대출 가이드라인’ 제정 방안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명목으로 투자에 필요한 정보 계시를 의무로 하는 등의 조치를 마련했고 그중 업체 당 1000만 원의 투자금 상한선을 두는 것과 업체가 투자자 또는 차입자로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으로 업체들의 원성을 샀다.
업계 1위인 테라펀딩 관계자에 따르면 업계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 가이드라인에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관계자는 “투자금액 한도가 너무 낮게 책정되고 P2P 대출업체들이 투자자 및 차입자로 참여할 수 없게 한 것은 성장은커녕 위기를 맞을 수도 있게끔 한 조치”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부동산 대출은 적게는 1억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을 웃도는 고액 대출이 대부분인데 협회를 통해 좀 더 현실을 반영해달라고 건의할 것”이라 했다.
발표된 금융 가이드라인 업계 불만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먼저 “P2P 업체는 금융회사가 아니며, 더욱이 P2P 대출을 통한 자금운용은 어떠한 보장 없이 투자자의 손익으로 귀속되므로 투자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투자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투자금 상한제와 업체 자체 투자 제한 항목에 대한 업계 반발에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당분간 번복은 없을 것”이지만 “가이드라인대로 시행해보고 시장 성장에 저해가 되고 업계 반발이 지속된다면 제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동희 기자 donghee070@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