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지 않는 손’ 움직였다는 증언‧정황…황 총리, “사실 무근”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국정농단 주범으로 지목된 최순실(60)씨가 외교안보 정책에도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향후 뒷수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드 배치, 무기 도입, 개성공단 폐쇄 등 핵심 외교안보 결정이 정부 공식 라인이 아닌 ‘비선’에 의해 결정됐다는 증언 등이 나오면서 이 같은 결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주요국과의 관계까지 고려해야 하는 외교안보 정책에 최 씨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만으로도 이미 정책 실패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중국 언론들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한편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교안보 정책에서 ‘최 씨의 입김이 있었다’며 가장 논란이 됐던 문제는 ‘사드 배치 결정’ 문제다. 시사인 주진우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순실씨가 지난해 말부터 사드 배치를 얘기하고 다녔다”며 “폭탄은 여기서 터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린다김(본명 김귀옥)을 청와대로 여러 차례 불러들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순실씨가 무기 로비스트 린다김과 오랜 친분이 있다는 방산업계 인사들의 증언이 잇따랐고, 린다김을 잘 안다고 알려진 국방전문가 김종대 정의당 의원도 “두 사람이 알고 지낸 것은 맞다”고 밝혔다. 다만 “동업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린다김은 현재 필로폰 복용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드 배치 결정이 의혹투성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김 의원은 “올 7월 배치가 결정될 무렵에는 한미 양국 국방부의 검토가 마무리되지도 않은 시점이었는데 청와대에서 7월 7일 NSC 상임위가 개최된 직후 단 하루 만인 8일 급작스럽게 배치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당시 여권에서도 사드 배치 발표 후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 “도대체 누구냐”는 성토가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대륙 간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도 외교안보 부처가 아닌 최 씨가 주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사단법인 미르의 이성한 전 사무총장의 ‘입’을 통해서다. 이 전 사무총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씨가 자신의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각계의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 대통령의 향후 스케줄이나 국가적 정책 사안을 논의했고, 비선 모임에서 한 논의의 90%가 개성공단 폐쇄 등 정부 정책과 관련된 내용이었다고 폭로했다.
중국, 일본 언론도 촉각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과 일본, 미국의 언론들은 과연 최순실이 개입한 한국의 외교가 그대로 유효할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가장 먼저 중국은 최순실이 개입한 한국의 외교 문제를 타진하고 있다. 사드배치 재검토와 한일협력 재고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중국 관영 매체는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고집하는 것도 한중 관계를 많이 파손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최근 이어진 박근혜 정부와 아베 정부의 외교적 협력과 합의 사항이 제대로 이행될지 우려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의장국인 일본이 12월 초 도쿄에서 박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가 참석하는 3국 정상회의를 개최키로 한 상황이지만 박대통령의 외교 일정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정치권 등에서는 우선 사드 배치·개성공단 폐쇄 등 최 씨의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종대 의원은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보이지 않는 손이 박근혜 대통령을 움직였고, 그것이 부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이 점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5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과 협상해 9·19 6자회담 합의의 물꼬를 텄던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대통령이 “개성공단 폐쇄와 관련해 최 씨의 개입 사실을 밝히고 불법적인 폐쇄 결정을 되돌리기 위한 조치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정 의원의 질문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황 총리는 “최순실 씨 등 민간이 관여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고, 그렇게 될 수 없는 구조”라며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서도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美·日 정부, 차질 없이 진행 방침
일본과 미국 정부는 최순실 게이트와 상관없이 한국 정부와 함께 과거 진행해왔던 현안들을 추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러셀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3일 워싱턴의 외신기자클럽에서 “현 시점에서 사드 배치 계획을 포함해 한미 동맹관계의 중요한 우선순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사드는 필수적이고 상식적인 체계다. 중국 등 다른 나라에 어떤 신호를 주려는 목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일 간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은 최순실 게이트로 한계에 봉착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현재 정식 서명을 앞두고 있다. 이 협정은 양국 간 군사정보의 비밀등급 분류, 보호원칙, 정보 열람권자 범위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국정이 어수선한 데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은 상태에서 국방부가 민감한 한·일 정보협정 체결을 강행하려는 데 대해 비판 여론이 높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향후 한국의 외교안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 분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확실한 건 모든 게 불확실해졌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정책 자체가 트럼프에겐 우선순위가 아니다”며 “한국 외교안보 정책은 당분간 표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역임한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는 “북한과 산전수전 다 겪은 클린턴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 일단은 만나보자’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순실 사태’가 엎친 데 이어 ‘트럼프’가 덮쳐온 가운데 한국의 외교·안보를 둘러싼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너희도 그러고 국민이라고 할수있냐?
한심한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