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최순실 후폭풍’ 검찰 “정유라는 수혜자이자 공모 가담한 피의자”
[집중취재] ‘최순실 후폭풍’ 검찰 “정유라는 수혜자이자 공모 가담한 피의자”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6-11-11 20:10
  • 승인 2016.11.11 20:10
  • 호수 1176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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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부정입학하고 승마협회 회장사 맡은 삼성으로부터 수백만 유로 지원금 받아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검찰이 ‘비선 실세’ 최순실(60)씨의 딸 정유라(20·개명 전 정유연)씨 특혜 지원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정 씨도 최 씨가 벌인 각종 범죄의 수혜자뿐 아니라 함께 공모하고 가담한 피의자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정 씨에 대한 소환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정 씨는 검찰이 소환을 요구하면 언제든지 귀국해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며, 어머니 최 씨가 귀국하기 전 이미 최 씨와 함께 이경재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앞서 검찰은 정 씨가 국내로 들어올 경우 다시 나가지 못하도록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상태다.

 

현재 드러난 정 씨와 관련한 각종 특혜 비리는 학사와 승마 두 갈래로 나뉜다. 정 씨는 이화여대에 부정 입학하고 학사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의혹, 중·고교 시절 출결관리에서 특혜를 받은 의혹, 삼성으로부터 수백만 유로의 승마지원금을 받은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또한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최 씨의 ‘돈세탁’ 창구로 여겨지는 ‘더블루케이’ 독일 법인 지분과 독일 내 5억 원대 주택 등을 보유하고 있는 등 최 씨와 함께 공적자금을 유통해 사적 이득을 본 정황이 드러난 상태다.

각종 특혜 비리 학사와 승마에서 두드러져

정 씨와 관련된 특혜 의혹은 그동안 최 씨의 개인비리로 치부돼왔다. 최 씨가 딸을 위해 대통령을 내세워 기업이나 학교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다. 또한 최 씨는 변호인을 통해 “딸 유라는 좀 놓아달라, 보호해달라”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최 씨의 ‘모르쇠’와 ‘버티기’가 계속되면서 정 씨를 송환해야 한다는 얘기가 검찰 내부에서 나왔다. 대검 관계자는 “삼성 돈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정유라 씨이고, 이화여대 특혜 입학의 당사자도 정 씨”라며 “특히 이대 사건의 경우 정 씨가 어머니인 최 씨와 함께 교수를 찾아갔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지금 대통령도 조사해야 할 판인데 누굴 면제해주겠느냐”며 “정 씨는 사건과 직접 관계된 사람이어서 조사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순실 게이트’는 정 씨가 이화여대 입시 및 학사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최 씨의 존재가 대중적인 관심사로 급부상하면서 시작됐다. 특혜는 대학에 그친 게 아니었다. 지난 10월 27일 서울시교육청은 청담고등학교 감사 결과, 정 씨가 청담고 3학년 재학 시절 총 수업일수 193일 중 50일만 출석했다고 발표했다. 결석일수 143일 중 140일은 서울시승마협회가 보낸 ‘출석인정’ 공문으로 출석이 대체됐다.

청담고등학교는 학사 운영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 의혹과 유사하다.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이화여대는 입학 당시 원래 없던 특기 종목을 만들어냈다. 청담고는 2011년 11월에 승마 특기 지정학교로 선정됐고, 바로 그 이듬해에 정 씨가 입학했다. 두 번째, 학교에서 출석 관리를 해줬다. 이화여대는 학칙을 바꿨고, 청담고는 공문을 근거로 출석을 인정해줬다. 셋째, 지도교사·교수를 강제로 바꿨다. 이대도 함모 지도교수와 최순실 씨가 충돌한 후, 김경숙 학장이 일방적으로 지도교수를 교체했다. 청담고도 최 씨가 담당 교사에게 폭언을 퍼붓고 난 뒤 담당 교사가 바뀌었다.

청담고에 출석 인정 공문을 보낸 승마협회도 최 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2013년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 직후, 심사 결과(당시 정유라 준우승)에 대해 경찰이 조사를 벌이면서 승마협회의 실질적인 실권이 최순실 라인(박모 승마협회 전무, 김모 전무이사)에게 넘어갔다.

승마 특기생 입시제도의 적절성도 문제가 되었다.

당시 이화여대 입학 지원자들의 메달 성적은 비슷비슷했다. 전체 1000점 중 정량평가 800점은 대개 점수가 고만고만하다. 문제는 나머지 200점, 면접 평가다. 합격·불합격이 좌우되는 면접 자리에 승마복을 입고 면접을 했으니, 불공정 경쟁일 수밖에 없었다. 논란의 소지가 티끌만큼이라도 나오지 않게 하는 게 대학 입학처가 할 일인데, 정씨의 입학은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공정성을 의심받게 했다.

승마대회 출전 규정 바꿔 금메달 획득

특히 정 씨의 ‘승마 특혜’ 의혹은 정씨가 승마에 입문한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씨는 초등학교 시절 대회 출전 규정을 바꿔 각종 승마대회에서 여러 차례 금메달을 땄다.

정 씨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8년 5개 승마대회 ‘칠드런’(제일 난도가 낮은 종목) 마장마술경기 초등부에 출전해 5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4개 대회는 출전자가 정 씨 한 명뿐이었고 나머지 한 대회에선 출전자가 정 씨를 포함해 두 명뿐이었다. 승마협회가 이전까지 3명 이상 출전 규정을 1명 이상으로 바꾸면서 혼자 출전해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이후 규정은 다시 2명 이상으로 바뀌었다.

또 2013년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에서 정 씨가 우승을 하지 못하고 2위를 차지하자 대회 직후 경찰이 이례적으로 심판 판정을 내사하기도 했다. 이 사건을 특별 조사한 문화체육관광부 노태강 전 체육국장과 진재수 체육정책과장은 정 씨의 편을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질돼 공직을 떠났다.

2013년 5월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교수회의는 체육특기생 종목에 승마를 추가했다. 이화여대는 정 씨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2014년 대한승마협회에 등록된 선수 251명 중 당시 고교 3학년생인 여자 선수는 정 씨가 유일했기 때문에 승마계에서는 이를 곱지 않게 보고 있다.

승마협회는 정 씨의 국가대표 선발을 위해 선발규정까지 바꿨다는 의혹도 받는다. 승마협회는 지난해 8월 17일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변경해 해외에 체류 중인 정 씨가 국내에 오지 않고 선발전 없이 국가대표에 선발될 수 있게 했다.

또한 승마협회에서는 2020년 도쿄올림픽 유망주 선발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는데 정 씨를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승마계의 정 씨 특혜 지원 의혹과 관련해 대한승마협회 김모 전무와 박모 전 전무를 지난 5일 잇따라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정 씨가 국가대표로 발탁되고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은 삼성그룹의 후원을 받게 된 경위 및 협회 개입 여부 등을 추궁했다. 김 전무는 정 씨에게 특혜를 주고자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대한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작성된 해당 로드맵은 협회가 마장마술 등 3개 종목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 유망주를 선발해 독일 전지훈련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이 4년간 186억 원에 이르는 후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전무는 정 씨 등 승마 선수의 전지훈련 계획을 삼성 측에 제안하고, 최 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코레스포츠를 컨설팅 회사로 계약을 맺도록 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됐다.

삼성은 지난해 9∼10월 최 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코레스포츠’로 280만유로(약 35억 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은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사용됐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정 씨의 그랑프리 우승마인 ‘비타나V’ 구입(10억 원)과 전지훈련 비용으로 충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측은 이런 의혹에 대해 승마협회 회장사로서 유망주 육성 차원에서 지원했다고 해명한 상태다. 당초 2020년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6명을 선발해 해외 전지훈련 등 4년간 186억 원을 지원하려고 했지만, 자격이 되는 선수가 정 씨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승마업계에선 자사 소속팀 선수가 아닌 개인에게 말 구입 등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는 국내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법조계에선 삼성의 특혜 지원 이유와 대가성 여부를 밝히는 것이 정 씨와 관련자 처벌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삼성은 사기업이기 때문에 정 씨 개인에게 특혜 지원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증여세 등 세금 문제 외에는 문제삼기 어렵다”며 “최 씨 모녀가 삼성에 어떤 대가를 제시했는지를 밝히는 것이 관건인데 압수수색도 이에 대한 증거 수집 차원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승마계로서는 검찰 조사뿐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승마에 대한 ‘귀족 스포츠’, ‘부패·비리’ 이미지가 퍼지고 있는 것도 큰 손실이다.

협회 ‘중장기 로드맵’에 따르면 마장마술 선수 1명이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말 3마리 구입에 40억 원, 전지훈련에 10억 원 등 총 50억 원이 드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거액이다.

여기에 정 씨가 고등학교 시절 승마 대회 출전을 이유로 학교에 제대로 출석하지 않았고, 승마특기생으로 이화여대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규정과 달리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성적을 인정받았다는 점 등도 학부모와 학생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남자친구와 동거하며 한 달에 수천만 원 써

게다가 지난해에는 학교 출석도 제대로 하지 않고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며 한 달에 수천만 원을 쓴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조폭 간부 A씨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7월 강남의 한 식당에서 지인을 통해 최순실 자매를 만났다”며 “당시 자매는 명품 옷에 명품 가방을 들고 있었고, 언행에 거침이 없었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최 씨는 “딸이 집을 나가 남자친구와 동거 중인데 한 달에 2000만 원도 넘게 쓰면서 속을 썩인다”며 “헤어지게 할 방법이 없으니 당신이 떼어내 달라”고 요청하며 사례까지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는 “남의 가정사에 끼어드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제안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정성희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정유라가 최순실에게는 폭탄이다. 자매가 절제와 부끄러움이 없다. 조폭 동원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구나 싶다. 다른 측면에서 작년 7월이면 정유라가 이화여대 1학년으로 학교에 엉터리 리포트 제출하고, 출석 안한 시점이다. 1학기에 난리치고 2학기에 B를 받는다. 1학기에 학교 안 나가고 남자친구와 동거한 것 같다. 아이를 낳은 시점도 작년 4월이다. 아이를 낳은 다음에도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 씨와 최 씨가 다닌 것으로 보이는 성형외과에 대한 특혜 의혹도 제기되면서 각종 논란이 쏟아졌다.

지난 8일 방송한 JTBC ‘뉴스룸’에서는 최 씨 모녀가 방문한 곳으로 짐작되는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 대해 보도했다.

이날 방송의 자료 화면에는 해당 성형외과의 고객명단에 정유연(정유라)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또 ‘최 회장님’ ‘최’라는 이름도 등장해 최순실 씨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성형외과 원장은 인근 교회 강연에도 나섰고 최 씨도 이 교회를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최 씨 모녀가 다닌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성형외과는 지난해부터 박 대통령의 순방에도 동행했다. 이 병원이 만든 화장품은 청와대 설 선물로 납품됐고 최근에는 유명 면세점에도 납품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 병원이 최 씨 모녀를 진료하며 각종 특혜를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갑자기 문을 닫고 무기한 휴진에 들어갔다.

연합뉴스TV ‘뉴스앤리뷰’에 따르면 최순실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성형외과의 A원장은 해당 병원 출입문에 별도의 기한이나 이유를 밝히지 않고 ‘휴진’이라는 안내 글만 내건 채 문을 닫았다.

앞서 해당 성형외과는 청와대 모 수석까지 나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특혜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실제로 A원장뿐 아니라 해당 성형외과가 운영하는 화장품 업체와 의료기기 업체가 지난해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순실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성형외과 원장 A씨는 성형외과가 없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 외래교수로 위촉됐다 바로 임명이 철회돼 또 다른 특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원장 A씨는 성형외과 전문의 자격증이 없는 일반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순실 특혜 의혹에 휩싸인 성형외과 A원장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도 해당 병원 정보에 일반의만 근무하는 것으로 등록돼 있다. 또한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역시 A원장이 회원이 아니라고 밝혔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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