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당선’ 여의도 후폭풍
‘트럼프 대통령 당선’ 여의도 후폭풍
  • 유은영 기자
  • 입력 2016-11-11 20:00
  • 승인 2016.11.11 20:00
  • 호수 1176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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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이변’에 여야 주판알 ‘튕기기’

[일요서울ㅣ유은영 기자] 11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내부에서는 여기저기 웅성거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여론조사 결과와는 달리 트럼프가 플로리다 등 주요 경합 주에서 승리를 거두며 ‘반전’에 성공했기 때문. 트럼프는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수를 넘긴 290명을 확보하며 제 45대 대통령 당선을 확정지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與, 신속한 총리 임명으로 대외 채널 구축해야
 - 野, ‘변화’ 이루기 위해 대통령 2선 퇴진해야

트럼프의 당선으로 우리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도 변화를 요하게 됐다. 트럼프가 후보자 시절 내세운 외교정책은 ‘미국 우선주의(고립주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한미 FTA 관련 재협상 ▲주한미군 주둔비용 관련 문제 ▲북한의 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정책에 대한 정책의 급변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정치권은 “국내 상황도 어지러운데 이제 국제 정세까지 급변하고 있다”며 “그야말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라는 반응이다.


여야는 ‘트럼프 당선’에 철저히 대비하자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미국 대선 결과를 국내정치의 ‘국면전환 카드’로 활용하는 데는 평행선을 그리는 중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신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총리 추천 합의와 영수회담을, 야당은 대통령 2선 후퇴를 요구하며 사실상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모양새다.

“한미 동맹 굳건, 정책의 변화에 대비하자”

우선 여야는 모두 트럼프의 깜짝 승리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미국 국민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하고 앞으로의 관계가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오랜 혈맹인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굳건한 신뢰를 토대로 더욱 성숙되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며 새로운 파트너십을 넓혀가길 기대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튼튼한 한미동맹 관계를 기반으로 경제, 안보문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빈틈없는 대응을 해나가야 할 것 이라고 당부했다. 특히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견고한 한미공조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는 가운데, 대북정책과 안보 문제 등에서 우리의 국익을 지켜내는 현명함이 절실하다”며 고립주의로 인한 통상마찰, 방위비 분담 문제 등에 대해 철저한 사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역시 “한미동맹은 양국의 지도자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굳건하게 유지되어야 한다”며 “우리가 중심을 지켜 미 정부, 의회와 초당적 외교를 강화해 나가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외교채널의 구축에 선결조건이라 할 수 있는 국정 정상화에 대해서는 여야가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어 ‘동상이몽’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에 정치적 대화채널을 구축하기 위해 누가 어떻게 대내외적 사안들을 지휘해나갈지 여야의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 여당은 “신속한 총리 임명”을 주장하며 청와대의 제안에 대해 야당의 적극적 협조를 당부했다. 새누리당은 “현 국내 상황이 어렵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국정은 한순간도 멈출 수 없다”며 “국회도 시급히 정국정상화에 주어진 역할을 다하여 한미관계가 더욱 발전하는 데 큰 기여와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9일 브리핑을 통해 사실상 총리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국회 합의와 영수회담을 통해 총리선출에 박차를 가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국정 정상화는 ‘동상이몽’

반면 야당은 미국 대선 결과를 국내정치에서도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모습이다. 야당은 트럼프의 선전에 대해 ‘기존 정치에 대한 심판’이라며 ‘우리 국민들도 변화를 요구한다’는 뜻을 밝히며 청와대의 제안에 제동을 걸었다. 이어 야권이 대통령의 2선 후퇴 없이는 총리제안도, 영수회담도 없다는 입장을 확인하며 사실상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민주당은 이번 미 대선 결과와 관련해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과 변화에 대한 열망이 이뤄낸 대이변”이라며 “기성 정치권이 결코 과거에 매몰되거나 현재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준엄한 경고로 받아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역시 “기존 워싱턴 정치의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는 기존 정치권에 반성을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라며 “팍팍한 삶과 희망 없는 미래에 아우성치고 있는 미국 국민들이 민생과 괴리돼 기득권이 되어버린 낡은 정치를 심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야3당은 청와대 측의 국회 추천 총리 제안에 대해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대통령의 완전한 2선 후퇴를 선결조건으로 요구했다. 또 12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해 대통령에 대한 압력을 강화할 의지도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여야의 평행선 논의에 대해 “국정의 정상화를 내세운 정당 간의 밥그릇 전쟁”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트럼프 당선에 발 빠른 대처를 하고 있는 일본 아베 정부와 비교하며 대외정치 전면에 나설 카드에 대해 조속한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전문가는 “하루 속히 국정운영을 정상화 하는 것이 진정한 국익을 위한, 국민을 위한 길”이라며 “야당이 촛불시위가 아닌 영수회담에 나서 입장을 조율하는 것이 사태해결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일 것”이라며 여야의 빠른 합의를 촉구했다. 

유은영 기자 yoo561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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