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돈 2300억 불법 스포츠 도박단 검거 내막 
판돈 2300억 불법 스포츠 도박단 검거 내막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6-11-11 19:54
  • 승인 2016.11.11 19:54
  • 호수 1176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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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250만 원·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공범 유혹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부당이득을 챙기는 범죄 행위가 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손쉬운 접근성과 폐쇄성에 도박이 갖는 특유의 중독성이 불법 도박사이트를 찾는 사람이 줄지 않는 이유다.

한마디로 도박사이트 운영이 ‘돈 되는 사업’이다 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우후죽순 생겨나는 양상이다. 경찰도 문제를 인식하고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고 있지만 서버를 해외로 옮기는 수법 등으로 단속을 피해 나가기 일쑤다. 경찰의 수사로 밝혀진 스포츠 도박사이트 운영 실태를 알아보자.

‘돈 되는 사업’ 소문, 필리핀·태국에 우후죽순 생겨 
범죄 수익금으로 슈퍼카·50억 상당 모텔 보유하기도

지난 4일 서초경찰서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 혐의로 박모씨와 김모씨 등 7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검거된 도박단은 지난 2012년 11월 22일부터 2015년 11월 9일까지 필리핀에 서버를 둔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했다. 사이트에서 회원에게 베팅하도록 유사 체육진흥투표권을 발행하는 수법으로 320억여 원의 부당 이익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 거래된 판돈 규모는 총 2320억 원이다. 

월급 줘 가며
대학생·취준생 끌어들여

도박단은 사이트 운영에 대학생과 취업준비생까지 끌어들였다. 안정적인 급여를 내세워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에 끌어들인 것이다.

경찰 수사결과 박씨는 웹 게임 ‘R2’로 알게 된 지방 소재 대학교 4학년생 김씨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필리핀의 신도시 이스트우드에서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 일을 도와주면 250만 원의 고정적 월급에 인센티브까지 챙겨준다는 것이었다. 

취직 걱정이 컸던 김씨는 박씨의 제안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결국 같은 학과 동기생 2명과 취업준비생인 친구 1명을 설득해 함께 필리핀으로 떠났다. 

박 씨는 강남구 역삼동의 월 400만 원짜리 아파트에서 사이트를 관리하며 김 씨 등에게 업무 지시를 내렸다. 회원들의 도박 자금을 필리핀 은행 계좌를 만들어 돈 세탁한 뒤 현지 현금인출기로만 입출·금 처리하는 식으로 수사기관의 추적도 피했다. 

경찰은 박 씨의 임대 아파트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바카라 도박장을 설치·운영한 사실도 확인했다. 아파트에서는 수십여 장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친형 구속되자
동생이 운영하기도

경찰은 박 씨의 여죄를 캐는 한편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1000만 원 이상 베팅한 회원들에 대한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필리핀에서 도박 사이트 운영을 돕다가 베트남으로 도주한 공범 1명을 붙잡기 위해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최근에는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형제가 구속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금천경찰서는 국민체육진흥법위반 혐의로 총책 김모 씨, 박모 씨, 총판 정모 씨 3명을 구속하고, 박모 씨 등 7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도 2013년 4월부터 최근까지 필리핀에 서버를 두고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100억 원대 규모의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김 씨, 박 씨는 도박 관련 사이트 등에 연줄이 많은 연예인 정 씨를 이용해 총판을 두고 회원들을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찰은 친형이 구속된 후 형에게 넘겨받은 회원 명단을 이용해 태국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다시 운영한 이모씨를 구속했고, 서버운영 관리자 백모씨를 불구속입건했다.

이 씨는 지난 7월 3조 원대 불법스포츠 도박사이트 혐의로 구속된 이모씨의 친동생으로, 범죄수익금으로 포르쉐·페라리 등 슈퍼카 3대를 동시에 몰고 다니고, 50억 원 상당의 모텔을 비롯한 집·땅 등 각종 부동산을 보유하는 등 ‘부동산 재벌’로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다.

이 씨는 친형이 구속되자 형으로부터 넘겨받은 회원 명단을 이용해 태국에서 또다시 도박사이트를 개설한 후 단기간에 150억 원대의 도박장을 운영했다.

특히 이 씨는 형이 단속된 이유를 분석한 후, 단속을 피하기 위해 전문인출책을 고용하고 상품권을 이용한 자금세탁을 하는 등 새로운 수법으로 사이트를 운영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140명이 운영한
도박사이트도 발각

최근 필리핀은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운영을 위한 인기지역으로 급부상했다. 지난달 26일 인천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필리핀 마닐라 지역의 오피스텔에서 불법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사장 등 140명을 검거해 국민체육진흥법위반 혐의로 16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또 해외 사이트관리자, 국내 수익금 관리자, 환전 및 전달책 등 도박사이트 운영에 가담한 12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회장 등 15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행방을 찾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3년 1월부터 지난 7월 26일까지 일본, 미국 등에 서버를 두고 해외 축구, 야구, 농구 등의 경기를 중계하는 불법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 8개를 개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1회당 최소 5000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베팅하도록 해 3조4000억 원대 규모로 총 1400여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을 단속하면서 현금 13억 원을 압수하고 숨겨진 현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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