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유은영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국회가 어수선한 가운데,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관련하여 이른바 ‘최순실 반사이익’을 노리려는 지역구 국회의원 및 각 지자체 간의 경쟁이 예년보다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순실 관련 사업들에 대한 예산 삭감분을 지자체 예산으로 끌어오기 위해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자체들이 치열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현장 속으로 들어가봤다.

- 수도권, 영남권… 최다 인원 포진 ‘웃음’
- 충청권, 호남권…‘홀대’는 옛말, 증액 ‘기대’
- 강원권… 평창 올림픽 관련 예산 ‘울상’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지난 11월 7일부터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를 열고 2017년도 정부예산안 세부심사에 본격 착수했다. 예산안조정소위는 차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최종점검 단계로, 내년도 예산안 확보를 위한 최후의 홍보를 펼칠 수 있는 장이다. 예산안조정소위는 ‘핵심 중의 핵심’으로 손꼽혀 예결위원들 간에도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 소위 위원은 총 15인으로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7인, 더불어민주당 6인, 국민의당 2인으로 구성됐다. 지역구별로는 수도권 5인, 영남권 5인, 호남권 3인, 충청권 2인 순이다.
예산소위 치열한 경쟁, 정치적 보복론까지
의원들 간의 치열한 합류경쟁과 더불어 올해는 이른바 ‘친박’ 논란으로 인한 선출과정의 해프닝도 있었다. 새누리당 정운천 의원(전북 전주시을)이 명단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당 지도부의 정치적 보복”이라고 반발하며 국회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것. 정 의원은 “당 지도부 사퇴와 거국중립내각 등을 요구하는 비박계 모임과 뜻을 같이 하자 예산안조정소위 첫 회의를 몇 시간 앞두고 친박계인 김선동 의원으로 갑자기 교체됐다”며 지도부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7일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자리는 한정되어 있는 반면 해야 할 사람은 많다”며 고충을 토로했고, 김도읍 원내수석대표는 “예결소위는 광역지역별 의석수가 가장 기본이 된다”며 “지역별로 협의를 했고 이례적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며 정 의원의 지적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한편 정 의원의 이 같은 행동은 보이지 않는 지역별 ‘예산전쟁’의 치열함을 반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 의원은 1인 시위 과정에서 “전북도민들께서 정운천을 뽑아주신 건 꽉 막힌 중앙에 예산통로를 열어 지난 30년간 홀대받은 전북 예산을 제대로 챙기라는 준엄한 명령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예산안 조정소위위원에서 배제한 것을 납득할 수 없어 행동으로 도민의 뜻을 전달하고자 한다”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 의원의 지역구는 전북 전주다. 지역구 예산확보는 지역민심에 영향을 끼쳐 다음 선거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어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지자체들, ‘최순실 예산’ 확보 위해 물밑작업
여기에 지역구 지자체들도 예산안조정소위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며 국비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전국 각 지자체들은 최순실 관련 예산 삭감분을 지역예산으로 끌어오기 위해 예년보다 더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자체들은 예산안조정소위에 배정된 동향지역 국회의원들을 통해 예산 증액의 필요성을 적극 홍보하는 한편, 관련 예산을 높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예산안조정소위에 가장 많은 지역구 의원이 포함된 곳은 서울 경기 수도권이다. 특히 수원발 KTX, 2층 광역버스 사업 도입지원 등의 사업을 예산사업에 반영해놓은 경기도 관계자는 “이재율 행정1부지사가 지난 주 예결특위 도내 의원들을 만나 예산확보 협조를 구한 데 이어 양복완 행정2부지사와 강득구 연정부지사도 국회를 방문할 계획을 잡고 있다”며 “여의치 않을 경우 남경필 지사가 다시 한 번 여야 의원들을 만나 협조를 구하는 총력전을 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강원권은 울상이다. 강원도 지역구를 기반으로 한 의원이 2년 연속 예산안조정소위에서 배제되어 강원도의 정치력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최순실 관련으로 알려진 ‘평창올림픽 관련 예산’의 국비 확보에 비상이 걸려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강원도는 ‘최순실 예산’의 멍에를 떼기 위해 지자체 차원의 강력 홍보에 나서고 있다. 황영철 강원도 국회의원협의회장은 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결소위를 찾아 “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해서는 내년 예산이 매우 중요하다”며 내년도 예산반영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충청권은 도 지역구 출신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충북 청주시 서원구)과 새누리당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시 태안군)을 통해 예산증액에 희망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박지우 충북도 협력관은 “지역 출신 국회의원 2명이 예산소위에 포함된 만큼 충청도 예산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호남권도 최순실 예산 끌어오기에 총력을 가하는 모습이다. 정운천 의원의 ‘전북홀대’ 발언 속에서도 이개호 소위 위원(전남 담양군 함평군 영광군 장성군)은 “(최순실 예산) 감액 재원을 호남 고속철을 비롯한 호남권 지역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산, 자동차 백만대 조성사업,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의 국비 증액을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영남권 역시 지자체가 각 의원에게 지역구 및 상임위 별로 현안 목록과 예산액 등을 담은 자료를 전달하며 국회 설득작업에 나서고 있다. 하병필 경남도 기획조정실장은 “경남의 경우 타 지역에 비해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에 대한 비중이 높다”며 “국회심의과정에서 끝까지 지켜질 수 있도록 정치권에 협조를 강력히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산안조정소위는 15일까지 감액심사를 진행한 뒤 16일부터 증액 심사를 진행한다. 예산안 심사가 마무리되는 12월 초까지 지자체들의 피 튀기는 홍보와 지역구 예산안소위원들 간의 ‘예산 따기 고군분투’는 계속될 전망이다.
유은영 기자 yoo561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