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체면치레한 이재용의 속사정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체면치레한 이재용의 속사정
  • 신현호 기자
  • 입력 2016-11-11 19:10
  • 승인 2016.11.11 19:10
  • 호수 1176
  • 3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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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삼성’ 핵심 축 거품 논란 잠재웠다
▲ <뉴시스>

유가증권시장 성공적 데뷔…이틀 연속 주가 상승폭↑
고평가·실적에 속앓이…전자·금융·바이오 3대축 완성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 시장에 상장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뉴 삼성’의 3대축(전자·금융·바이오)이 완성됐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이 이재용 체제의 삼성을 이끌 핵심 계열사들이다. 이번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이 부회장은 회심의 미소를 짓게 됐다. 앞서 실적부진, 거품논란 등으로 남몰래 속앓이를 해온 터라 더욱 반가운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데뷔전을 치렀다. 이 회사의 상장 첫날 종가는 14만4000원으로, 상장 시초가 13만5000원 대비 9000원(6.67%) 상승했다. 공모가인 13만6000원을 다소 밑도는 시초가를 형성하고, 개장 직후 7%대 급락세를 보이며 12만5500원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하지만 곧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오름세로 전환, 이후 상승폭을 키웠다. 상장 이튿날인 11일에는 상승폭이 더욱 확대됐다. 이날 종가는 16만1500원으로 전날대비 12.2% 상승했다. 장중 한 때 상한가(18만6500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앞다퉈 이 회사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며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주가 흐름을 가져갈 것이란 게 증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회사가 아직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다 수익성이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단 흥행에는 성공한 셈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시초가는 공모가보다 낮게 형성됐지만 바이오산업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에 상승세로 돌아섰다”면서 “전날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정책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주가에 탄력을 더했다”고 밝혔다. 

일반 공모 썰렁
시장 우려 ‘가슴앓이’

이번 상장에 앞서 거품 논란과 기대에 못 미치는 일반 공모 탓에 시장의 우려를 산 바 있다. 지난 2~3일 진행된 일반 공모 청약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다른 삼성 계열사에 비하면 한풀 꺾인 성적이라는 평가다. 삼성SDS가 상대적으로 높은 공모가(19만 원)에도 1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삼성그룹의 주력 신사업임에도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SDS에 못 미치는 청약증거금(10조2000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제일모직은 일반 공모 청약증거금으로 30조649억 원, 삼성생명은 2010년 19조8444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래 성장성을 담보로 한 ‘생산능력당 기업가치’ ‘매출액당 기업가치’라는 지표를 사용해 공모가를 산정했다. 이에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일면서 실적 대비 미래 가치가 높게 평가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두 회사 모두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1년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3년 1464억 원 ▲2014년 1052억 원 ▲2015년 203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4년 824억 원 ▲2015년 251억 원의 적자를 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거품 논란에 대해 “유사한 형태의 상장 사례가 없기 때문에 국내에선 가격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 “유사 해외 기업들의 경우 평균 영업이익률이 30%를 넘는 경우가 많고 10년 장기 계약을 맺기 때문에 사업도 안정적이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뉴 삼성’ 핵심축

상장 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 주주는 지분 43.4%를 보유한 삼성물산이다. 이어 삼성전자가 31.5%로 2대 주주다. 삼성물산은 오는 2020년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매출 60조 원, 세전이익 4조 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시장 규모는 2015년 27억 달러에서 오는 2020년에는 304억 달러로 큰 성장이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이 미래먹거리로 제시한 바이오 분야에서 의약품 위탁생산(CMO)을 하고 있다.

현재 제1공장과 제2공장 등 총 18만ℓ의 생산 능력을 보유해 베링거인겔하임, 론자에 이어 글로벌 3위 업체로 올라섰다. 현재 추가로 짓고 있는 18만ℓ 규모의 제3공장이 완성되면 연간 36만ℓ의 생산 능력으로 글로벌 1위 업체로 등극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그간 차기 성장 동력으로 바이오산업을 꼽아왔다. 삼성그룹은 지난 9월 ‘미래의 길, 바이오에 묻다’를 주제로 한 사내 방송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번 상장으로 이 부회장 체제 3대축의 기틀이 마련됐다는 의미로 평가받는 이유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일반 공모에서 썰렁한 반응을 보인데다 고평가 논란까지 더해져 상장 첫날 시장의 관심이 대단히 높았다”면서 “다만 정책 수혜 등 대외적인 요인의 일시적 영향일 수 있다. 향후 내실을 잘 다져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을지는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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