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이 고착화되고 있다. 최씨 파문 초기에는 집권여당에 대한 실망감으로 여야 대선후보 중 문 전 대표 지지율이 상승했다가 다시 1위 자리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내주면서 조정 국면으로 가고 있다. 야권 내에서는 부동의 1위지만 당내 후발주자들의 기세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범친노로 분류되는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그동안 ‘불펜투수’, ‘구원투수’라는 이미지를 벗고 ‘시대교체’를 내세워 선발투수로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바야흐로 노 전 대통령의 ‘영원한 동지’인 문 전 대표와 ‘노무현 남자’로 알려진 안 지사 간 친노 선명성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盧 정부 안희정 vs 문재인 ‘악연’ 여의도 나돌아
- 안측, “文은 노무현 서자…장자는 安” 차별화中
‘최순실 게이트’라는 호재를 만난 문재인 전 대표 진영은 정권교체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표출하면서 득의만만한 모습이다. 최근에 문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朴대통령은 국정 전반을 거국중립내각에 맡기고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며 군통수권, 계엄권 등 대통령 고유권한까지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사실상 헌정중단을 요구한 셈이다. 하지만 5년 단임제하에서 대통령에게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주장은 반헌법적 발상이라는 게 헌법학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절차대로 한다면 문 전 대표는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게 정상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헌정 중단 요구하는 文 반대하는 安
이처럼 문 전 대표가 야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언행이 과격하거나 참모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범친노 진영 역시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송민순 회고록 파문처럼 ‘기억나지 않는다’느니 ‘정권 재창출 못하면 한강에 뛰어들겠다’느니 사전에 조율되지 않는 발언의 연속선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범친노 진영에서는 안희정 충남지사를 재차 주목하고 있다. 안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다른 애정을 보여줬고 또한 문 전 대표와는 정국 현안에 대해 차별성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희정 충남지사는 11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하야 여론과 관련, “뜨거운 국솥을 옮기듯 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안 지사는 철저한 진상조사로 책임자 처벌이 우선시돼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국정 표류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안 전 지사는 2013년 여름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문제를 놓고도 ‘공개하자’는 문 전 대표에 맞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한미 FTA문제도 ‘재협상’을 요구하는 문 전대표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친노라는 같은 뿌리에 있지만 정치적 색깔은 분명히 다른 셈이다. 이에 대해 참여정부에서 복무했던 한 인사는 문 전 대표와 안 전 지사의 정치적 시작이 다르다는 점과 악연을 예로 들었다.
문 전 대표는 이호철 전 민정수석과 함께 변호사 노무현이 활동하던 1980년대 부산에서부터 인연이 시작돼 ‘영원한 동지’, ‘원조 친노’로 불려왔다. 반면 안 지사는 친노가 조직적으로 구축됐던 지난 2002년 친노 1세대로 염동연 전 의원, 이광재 전 강원지사,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과 함께 ‘금강팀’에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광재 전 지사를 제외하고 염 전 의원과 안 지사는 참여정부 출범 초기 나라종금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고 권력에서 배제됐다. 이 전 수석 역시 참여정부 이후 불법대선자금으로 구속되면서 금강팀은 철저하게 몰락했다.
특히 안 지사가 구속된 시기는 문 전 대표가 민정수석으로 있었고 이호철 씨는 민정비서관으로 재직해 ‘감옥까지는 안 가게 방어해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수수방관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특히 금강팀 몰락 배경에 ‘부산파’ 문 전 대표를 위시해 이 전 민정비서관,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 등 파워게임 때문이라는 후문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염 전 의원과 이강철 전 수석은 사석에서 문 전 대표를 위시한 부산파에 대한 앙금을 아직도 성토하고 있을 정도다.
권력의 꽃길 걸은 文 가시밭길 속 安
한편 안 지사는 출소 후에도 “대통령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며 참여정부 5년 동안 어떤 공직도 맡지 않았다. 18대 총선 때에는 당 공천에서도 배제됐지만 2008년 ‘민주정부 10년 계승론’을 앞세워 당 지도부에 입성했고 2010년, 2014년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충남지사에 당선됐다.
반면 문 전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부산 인맥의 ‘간판’으로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 등을 지내며 참여정부 내내 대통령을 보좌해 결국 ‘친문’ 세력을 갖추면서 승승장구해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부상했다.
안 지사와 노무현 캠프에서 함께 근무한 한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안 지사의 출판기념회에 보낸 동영상에서 ‘나는 안희정 씨에게 엄청난 빚을 졌다’며 눈물을 보일 정도로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장자로 볼 수 있다”며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인권변호사로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은 깊지만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2002년 부산선거대책본부장이 처음이라며 서자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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