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박근혜와 순장조 대통령 끝까지 지키는 호위무사들
[심층취재] 박근혜와 순장조 대통령 끝까지 지키는 호위무사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6-11-11 16:28
  • 승인 2016.11.11 16:28
  • 호수 1176
  • 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밖으로 ‘국정에서 손을 떼라’는 압박을 받고 있고 안으로는 ‘탈당’에 ‘탄핵’까지 거론되면서 외로운 신세로 전락했다. 특히 ‘왕수석’으로 불리는 안종범 전 수석은 ‘기업 모금은 대통령의 지시로 했다’고 발뺌하고 ‘비선실세’로 불리는 최순실 씨 역시 박 대통령이 먼저 부탁해 청와대 문서를 열람했다고 진술했다. 또 ‘문고리 3인방’으로 18년간 동고동락한 정호성 비서관은 박 대통령과 통화내역을 녹음까지 해두고 ‘대통령의 지시’로 문서를 최 씨에게 전달했다고 화살을 돌렸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최측근들의 잇따른 배신으로 ‘만시지탄’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 친박계 인사들이 최전선에서 끝까지 대통령을 지키며 호위무사를 자청해 그나마 임기말 외롭지는 않게 됐다. 박 대통령의 퇴임과 정치적 수명을 다하겠다는 순장조(殉葬組)가 누구인지 감별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이정현→김진태→조원진→이장우→윤상현·최경환順
- 지역구 112명 중 친박 78명…‘주박야비’(晝朴夜非)의원도


‘순장’(殉葬)이란 고대사회에서 황제나 왕, 혹은 황후가 죽으면 신하와 후궁, 시녀와 시종 등을 죽이거나 그들이 자진해서 무덤에 함께 묻히는 장례 풍습이다. 청와대에서는 핵심 참모들을 일컬어 ‘순장조’라고 부르는 것은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임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한다는 의미다. 임기 5년의 단임 대통령에게 퇴임 후의 정치적 미래는 암울하다. 특히나 정권교체가 이뤄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력을 현 새누리당에게 넘겨주고 검찰 수사를 받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작금의 정치적 순장이라면  박 대통령이 국정철학을 펼치고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충성을 다하는 자기희생의 모습도 함께 있어야 한다. 임기초 부터 청와대와 박 대통령의 최측근 자리에서 ‘막강’실세로 통하던 사람들이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왕수석’을 불리던 인사나 비선실세로 살아온 최 씨, 그리고 문고리 권력을 쥐고 ‘호가호위’한 인사 모두 책임의 화살을 박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순장조’거부하는 대통령 측근들, ‘호가호위’만

그나마 박 대통령과 ‘의리’를 지키며 순장조와 호위무사를 동시에 자청하는 인사들은 청와대가 아닌 여의도에서 목도되고 있다. 그동안 선거에서 박 대통령 마케팅을 통해 금배지를 단 새누리당 친박 국회의원들이 그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당연히 이정현 당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박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이 대표는 박 대통령 관련 탄핵과 하야 목소리가 높아지던 지난 7일에도 성경 에덴동산 일화를 언급하면서 박 대통령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금지돼 있는 선악과 과일 하나를 따먹은 죄로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고 자손 대대로 벌을 받고 있다”며 “한 간교한 사람을 분별하지 못함으로 인해 대통령을 폄하해 여러 사람이 평생 쌓아온 모든 명예와 업적과 수고를 다 잃었고 우리 새누리당은 폭탄 맞은 집이 됐다”고 한탄했다. 한마디로 박 대통령은 ‘선의의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앞서 이 대표는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첨삭했다는 보도가 처음 제기된 이후 “나도 연설문을 쓸 때 친구 얘기도 듣는다”고 밝혀 ‘역시 이정현’이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박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분산시켜서 자신에게 쏟아지도록 한 정치 공학적 발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이 대표는 비박계로부터 ‘사퇴’압박을 받고 있지만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을 도울 수 있도록 저에게 위기관리의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친박계내 ‘0순위’ 순장조이자 호위무사가 아닐 수 없는 발언이다.

새누리당 친박 강성인 김진태 의원(강원 춘천, 재선) 역시 이 대표 못지않게 박 대통령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질 않고 있다. 김 의원이 조선일보가 현정권에 ‘각’을 세우면서 몰아세우자 8월29일 ‘송희영 주필의 호화외유 의혹’을 제기하면서 친박핵심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김 의원은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마련한 호화성 외유에 동행한 유력 언론인은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라고 실명을 공개하며 그가 제공 받은 비용이 억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여론은 우병우 로비의혹을 폭로한 조선일보에 대한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가 드러난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결국 송 주필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조선일보는 대국민사과를 해야 했다.

공격뿐만 아니라 김 의원은 박 정권에 불리한 모든 사안에 대해 방어를 하면서 박 대통령의 확실한 호위무사 역할을 하고 있다. 최 씨에 대해서 김 의원은 “최순실 씨가 사용했다고 보도된 태블릿 PC는 다른 사람 명의의 것이다. 본인은 태블릿 PC를 쓸 줄도 모른다고 한다”며 최순실을 두둔했다. 김 의원은 10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고가의 소형 PC를 버리고 갈 이유도 없다. 남의 PC를 가지고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읍소형’이정현, ‘공격형’ 김진태 쌍두마차

또한 우병우 전수석에 대해서도 “지금 온 세상이 다 우수석이 뭔가 비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아닐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저는 정권 흔들기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한다”고 적극 옹호했다.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비박계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우리 중에도 박 대통령 탄핵을 원할 분이 있을 거다”(11월4일 새누리당 비공개 의총)라고 몰아세웠다.

김 의원과 같이 강성 친박으로 분류되는 조원진 최고위원(3선, 대구 달서병)도 순장조임을 자청하고 나섰다. 조 의원은 10월28일 국회 예산결산소위에 참석해 “박 대통령은 국민이 권한을 준 대통령이다”며 “최 씨 관련 의혹을 철저히 밝혀서 국민이 국가와 대한민국에 대해 상실했던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최씨를 몰아세웠다.

앞서 조 의원은 11월1일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야당이 특검을 하자고  해서 받으니 바로 거부하고 거국중립내각을 하자고해서 받으니 또 거부했다”고 비난하면서 “박 대통령님 힘내십시오. 당원동지 여러분, 대한민국과 박근혜 대통령님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최순실 국정농단의 발단이 된 미르.K재단 의혹이 집중 제기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관련 증인 채택 저지에 적극 나서면서 박 대통령을 측면 지원했다. 또한 이 대표와 함께 친박 지도부 사퇴와 관련한 11월7일 최고위에서 “난파 직전에 있는 새누리당호에 책임 있는 사람이 다 뛰어 내리면 그 배가 폭풍우를 뚫고 나갈 수 있겠느냐”며 “저는 표류하는 이 배에서 최선을 다해 폭풍을 헤치고 나갈 수 있도록 헌신을 다하겠다”고 일축했다.

반면 최경환·서청원 등 친박계 핵심 실세와 좌장 역할을 한 두 인사는 최씨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해선 ‘침묵’을 지키며 언론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단지 서 의원은 박 대통령 ‘2선후퇴’와 비박계의 이 대표 사퇴 몰이에 대해서만 입장을 밝혔다.

서 의원은 “대통령이 힘이 빠지면 나라가 망가진다는 김종필 전 총리의 말씀을 실감하게 됐다”며 “대통령께서 내각 쇄신을 통해 동력을 되찾고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우리도 도와줄 의무가 있다”고 원론적인 말만 했다. 반면 이 대표 거취와 관련해선 10월31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에게 (지도부에서) 물러나라는 건 전쟁하자는 것”이라고 맹공을 펼쳤다.

최 의원 역시 10월26일 국회 외교통상위 회의에 참석해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에 논란이 되는 사안을 파악하고 있느냐”고 질문하면서 “국민적 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사안으로 야인도 아닌 외교부 장관이 말해줘야 한다”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다그친 게 전부다. 당시 언론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보도가 연이이 터지던 시점에 ‘송민순 회고록 파문’을 다시 제기하면서 ‘물타기 전략’을 구사했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또한 친박 핵심으로 요직을 맡았던 윤상현, 홍문종 의원 역시 강경모드에서 ‘신중모드’로 바뀌어 강성 친박과는 기류가 달랐다. 윤 의원은 11월1일 친박 지도부 퇴진 요구에 대해 “(이정현) 대표께서 여러가지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으니 지켜보는 게 순서일 것”이라며 사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한 데 대해서는 “누구에게든 정당 가입과 탈퇴를 강요할 수는 없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면서 일축했다. 무엇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최순실 사태는 오히려 개헌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더욱 증명해 보였다”며 5년 단임제 폐혜의 대표적인 예로 보았다.

언론과 접촉을 꺼리고 있는 홍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라는 영화 대사를 차용해  “정치는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며 현 집권 여당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결국 새누리당의 친박 내에서도 ‘호위무사’를 자청해 박 대통령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려는 친박과 ‘거리두기’를 하려는 친박으로 분화 중인 셈이다. 20대 총선이 끝난 후 새누리당 계파 성향 분류를 보면   112명 지역구 의원 중 80여명이 친박이였다. 하지만 최근에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탈박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여권 내 분석이다.

‘대통령퇴진 시위날’ 골프친 친박 4인방

실제로 지난 6월20일 ‘유승민 복당’ 사태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강성 친박계가 무력시위를 벌일 당시 모인 의원은 35명이었다. 하지만 김무성 전 대표 비서실장 출신 김학용 의원이 이틀 후 결성한 ‘대한민국미래혁신포럼’ 국회 연구모임에 친박 35명 중 14명이나 참석해 ‘주박야비’(晝朴夜非, 낮에는 친박 밤에는 비박)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김 전 대표가 참여하고 있는 미래혁신포럼은 사실상 김무성 대권 플랜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이름을 올린 친박 인사들을 보면 유의동·송석준·윤한홍·이현재·김기선·김명연·김석기·박덕흠·박맹우·유영석·윤재옥·이만희·최교일·홍철호 의원이다. 윤한홍 의원과 유영석 의원은 비박이었다가 친박으로 말을 갈아타 다시 비박으로 복귀한 인사들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반이 높아지고 야권의 공세가 ‘탄핵’으로 향하고 있어 친박 분화 현상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시위가 광화문에서 열린 지난 11월5일 골프를 친 친박계 4인방 역시 ‘친박’이라는 계파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이헌승(부산진을), 권석창(충북 제천·단양), 문진국·김순례(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초 홍문종 의원(경기도 의정부을)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개인 사정으로 라운딩이 끝난 후 뒤풀이에만 참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은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이후 광화문에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 시위가 있던 날이어서 골프 회동은 ‘개념없는 친박’이라는 비아냥을 정치권으로부터 받아야 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