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볼링 도박이라는 독특한 소제로 중무장한 영화 ‘스플릿’이 개봉을 앞둔 가운데 극 속 자폐성향의 지적장애인 ‘영훈’을 연기한 배우 이다윗이 사실감 넘치는 존재감을 입증하며 충무로 기대주로 우뚝 솟았다. 특히 그는 장차 대한민국 연기사의 중심으로 성장하겠다는 각오를 밝힐 정도로 지금보다 더 많은 것들을 이뤄낼 미래가 기대되는 재목이다. 연기만을 바라보며 질주하고 있는 이다윗의 열정을 만나봤다.
이다윗은 영화 ‘스플릿’에서 자폐성향의 볼링 천재 ‘이영훈’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해 내며 촬영당시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특히 자폐 성향의 지적장애인을 표현하기 위해 스스로 그 특징들을 수집해 가며 몸소 익혀 완성할 정도로 열정이 가득하다.
이다윗은 지난 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개봉소감과 함께 연기 열정을 전했다.
그는 우선 “얼마 전까지 웹 드라마를 찍어놓고 잠시 쉬고 있다. 지금은 영화 ‘스플릿’ 홍보 활동을 하고 있어 바빠졌다”며 근황을 전했다.
개봉에 대해 묻자 이다윗은 “어제 그제까지는 굉장히 두려웠다. 어떻게 봐야 하나 보통 촬영이 끝나면 최선을 다했으니깐 결과에 상관없이 털어버리는데 이번엔 달랐다”며 “언론 배급시사회 때까지는 찜찜한 뭔가가 있었다. 하지만 VIP시사회 무대 인사를 돌면서 드디어 마음의 부담감을 내려놓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인터뷰 내내 개봉을 걱정한 그는 처음 도전해보는 자폐 성향의 역할과 그 특징으로 인해 작품 속에서 다른 배역들과 잘 호흡이 이어지는 지를 두고 내심 걱정했다고 고충을 덜어 놨다. 덕분에 그는 촬영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망막했다고 설명했다.
이다윗은 “처음부터 답도 없었고 대본만 본다고 나올 캐릭터가 아니어서 찾아보고 공부도 많이 했다”며 “사실 연기를 하는 내내 이게 맞나 걱정이 되고 불안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또 “감독님이 커다란 틀은 주시지만 종종 ‘너의 선택이고 난 너의 선택을 믿는다’고 말씀하셔서 처음에는 썩은 동아줄을 잡은 것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더 집중하게 됐고 조금씩 나를 믿고 나를 믿는 감독님을 믿고 연기를 해 나갔다”고 돌아봤다.
같이 연기한 선배들에 대해 묻자 처음에는 신경을 안 써주는 것 같아 속상했다며 “촬영 초반에 선배님들에게 너무 힘들다고 말했는데 무관심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며 “하지만 나중에 회식을 하면서 가까워지고 하면서 알았던 게 진짜 나를 믿어주셨구나, 저를 진짜 배우로써 인정해주시고 믿고 기다려 주셨던 것 같다”고 속내를 전했다.
이 같은 주변의 외면에도 온전히 지적 장애인을 소화할 수 있었던 건 답답한 마음에 시작한 공부에서 비롯된다.
이다윗은 자폐성향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를 일부러 참고하지 않았다며 “남의 연기를 따라하게 될 것 같아 보지 않았다. 하지만 관련해서 상담해주시는 분을 찾아가서 공부하고 특징들을 잡아내려고 노력했다”며 “감독님과 영훈이에 대해 얘기하면서 틱 장애도 추가하고 시선을 피하는 것도 추가하고 표현을 잘 안하는 것도 추가하는 등 공부한데서 큰 틀을 만들었고 특징을 추가하며 캐릭터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그는 그간 어린 나이에 학생역할을 도맡아온 까닭에 그간 캐릭터의 직업을 공부할 필요가 없었다며 이번 촬영을 고충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다윗이 만들어낸 영훈은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은 캐릭터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 때문에 그는 영화 촬영 후 바로 시작한 드라마 촬영해서 영훈의 습관이 남아 있어 한동안 고생했다고 귀띔할 정도다.
다시 비슷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겠냐고 묻자 이다윗은 “또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면서 “저는 물 흐르는 듯이 흘러가는 사람이다. 이거하면 이거대로 저거하면 저거대로 캐릭터에 깊게 빠져 드는 성향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영훈 역할은 여운이 남아 있다”고 대답했다.
종종 역할에 따라 잔상이 남긴 남는다면서 “하루아침에 끝나니깐 아쉬움이 남는 것도 같고 한참 촬영할 때 남는 것도 있다”며 “‘순정’이라는 영화를 찍었을 때도 굉장히 흥분해 있었다. 촬영하면서 한참 절정에 다 달았고 이후에도 평소 이상으로 기분이 떠있었다. 약간 허전해서 그런 것도 같고 그리워서 그런 것도 같다”고 촬영 후 몰려오는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연기라는 것은 이다윗에게 후회보다는 매력이 가득하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지적 장애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성격뿐만 아니라 볼링을 치는 자세도 남다르게 소화해내야 했다.
실제 볼링을 잘 치냐고 묻자 “영화 때문에 왼손잡이지만 오른손으로 연습했고 자세도 이상했다. 나중에 자세를 잡고 쳤는데 뭔가 애매했다”며 “영화 속 자세로는 150점까지 쳐봤지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어려운 자세에도 불구하고 스트라이크를 쳐야하는 장면에서는 단 3번 만에 성공했다며 “컷 하는 순간 감독님과 환호성을 질렀을 정도였다”고 당시 기쁨을 전했다.
아직 23살 꽃 다운 나이지만 이다윗은 2001년 데뷔한 이후 어느덧 3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을 정도로 화려한 연기 경력을 갖고 있다. 여느 20대라면 지겨울 만도하지만 그에게 연기는 삶의 촉매제다.
그는 “배우에 후회는 절대 없다. 사실 뭘 하든 재미있어 보이고 즐거운 것을 보면 달려드는 성격이라 재미가 없으면 그만 둬버린다”며 “한참 파고들다가도 흥미가 떨어지면 안하는 성격인데 신기하게도 연기는 그 즐거움이 이어진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이다윗은 앞으로 더 노력할 것 같다고 장담한다. 가장 해보고 싶은 장르를 묻자 그는 단번에 ‘멜로’라고 강조했다.
이다윗은 “찐한 멜로를 해보고 싶다. 로맨틱 코미디 말고 지금은 좀 힘들겠지만 나중에 군대 갔다 와서 남자다워지면 그때 도전해보고 싶다”면서 특히 그는 연상이랑 멜로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상형에 대한 질문에 얼굴을 붉히며 배우 천우희에 대해 말을 꺼냈다. 이미 여러 번 밝혔다는 그는 “천우희 배우님을 너무나 좋아한다. 영화 ‘해어화’ VIP시사회 무대인사에서 처음 봤는데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지인 덕분에 약 30초정도 통화를 했었는데 꿈만 같았다는 게 이다윗의 설명이다.

이제 막 아역과 성인연기 중간, 과도기의 고충에 대해서는 의연한 모습이다. 이다윗은 “이제 외모나 느낌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라며 시간이 해결할 수 있는 것 같고 제가 노력을 해서 만들 수 있겠지만 흘러가는 데로 자연스럽게 보내고 싶다”며 “이 시기에만 할 수 있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요”라며 반문했다.
특히 그는 이 시기이기에 영훈이를 맡을 수 있었다면서 시나리오에는 더 나이가 많은 캐릭터였는데 본인이 맡으면서 26세로 낮아졌다고 전했다.
이 같이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연기를 물 흐르듯이 따라가겠다는 그지만 연기자로서의 욕심은 매우 컸다.
그는 “연기를 통해 제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항상 하는 얘긴데 저는 영화계의 중심이자 심장이고 좌심실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며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저를 빼고는 영화를 논하지 못할 정도로 깊숙이 자리하고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다윗은 “일단 나는 누구보다 연기를 좋아한다. 연기하는 게 주 목적이여서 늘 연기할 매 마다 그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기자에 따라 준비하는 과정을, 촬영과정을, 또는 결과를 보면서 만족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촬영 하는 중간에 극도로 즐거움을 느낀다”며 “내가 뭐까지 할 수 있을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를 시험하게 된다”고 말해 연기에 대한 열정을 다시금 드러냈다.

2017년의 이다윗에 대해 묻자 그는 “2017년에는 스물네 살이 된다. 올해까지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찬란하고 뭔가 있을 것 같은 20대 초반을 보내지 못한 것 같다”며 “그래서 더 20대 중반에 들어간다는 게 기분이 이상하고 계획을 잘 세워야 할 것 같다. 작품적으로는 아직 확정이 안됐지만 영화를 하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영화 스플릿에 대해 소개해달라고 청하자 이다윗은 “사람들이 본다고 생각하니 다시 떨리지만 이처럼 크게 주목받고 몰두해서 한 특별한 캐릭터가 처음이여서 더 보여주기가 겁난다”면서도 “영화는 재미있다. 홍보는 스릴러, 도박, 볼링 등으로 짜릿하게 하지만 이 영화는 감성적인 영화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인 것도 같고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그냥 편하게 보시면 시원하실 것 같다. 어느 순간 짠하게 밀려오기도 할 것 같다”며 촬영할 때 자신이 느꼈던 감성들을 함께 즐기셨으면 좋겠다는 당부로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영화 ‘스플릿’은 과거 볼링계의 전설이던 ‘철종(유지태 분)’이 사고로 모든 것을 잃고 낮에는 가짜석유 판매원, 밤에는 도박 볼링판에서 선수로 뛰며 밑바닥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던 중 자폐성향의 천재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영훈(이다윗 분)’을 만나고 자신의 파트너로 끌어들이며 조력자이자 생계형 브로커인 ‘희진(이정현 분)’의 주도로 큰 판에 끼어들게 된다. 여기에 끈질긴 악연인 ‘두꺼비(정성화 분)’까지 가세하며 벌어지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를 담아냈다. 오는 9일 개봉.
<사진=송승진 기자>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