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순실 손길 DMZ평화의공원 사업까지 뻗쳐
[단독] 최순실 손길 DMZ평화의공원 사업까지 뻗쳐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6-11-04 20:10
  • 승인 2016.11.04 20:10
  • 호수 1175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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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제안서 전달 받으며 사업 참여 권유 받았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최순실 사태’로 나라가 휘청이고 있다.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졌던 최순실의 행적이 하나하나 밝혀지자 관련된 정부 부처는 문제가 되고 있는 사업들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 씨가 손을 댄 것은 대통령 연설문만이 아니었다. 국내 신문 방송 등 다수의 언론매체에 따르면 정치·경제·문화·외교분야 등 국정 전반에 그의 손길이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 최 씨는 ‘비선실세였냐’는 등의 질문마다 ‘아니다’ ‘모른다’로 일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저히 자신의 국정 개입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요서울에 최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업이었던 DMZ평화의공원 사업에 관련돼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최 씨 일행, 정부기관이나 공무원 신분은 아니었다
DMZ평화의공원사업 예산 집행액 2년 동안 5.3억 원

DMZ평화의공원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3년 5월 8일 미국 의회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최초로 발표됐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유지해 나가면서 비무장지대(DMZ) 안에 세계평화공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평화와 신뢰가 자라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라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공원 조성의 기본 구상은 남북한과 국제사회가 함께 비무장지대 내에 공원을 조성해 DMZ를 생태와 협력, 평화가 어우러진 세계적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가려는 것이다.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한이 각각 0.5㎢씩 총 1㎢ 규모의 공원을 조성하고, 이를 남과 북, 유엔 및 국제사회와의 협력적 파트너십을 통해 추진하며,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조성해 DMZ 생태계를 유지하는 걸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DMZ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보존하는 ‘생태공간’, 다방면의 협력을 확산시키는 ‘협력공간’, 남과 북, 국제사회가 서로 소통하는 ‘평화공간’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대통령 당선되던 해
평화공원사업 제안 받아

제보자 A씨가 DMZ평화의공원사업 참여 제안을 받은 건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2013년 9월이었다. A씨는 “대통령이 당선된 해인 2013년 9월 DMZ평화의공원 명칭이 들어간 사업제안서를 처음 받았다. 제안서 표지에 'DMZ평화의공원'이라는 명칭이 들어가 있었던 걸 지금도 똑똑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에게 사업 제안을 한 사람들에 대해 “정부기관이나 공무원 신분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들은 A씨에게 공원 조성 사업을 하려면 사업 자금이 많이 들어간다며 다양한 사업자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사업을 제안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A씨가 이 사업이 최순실 씨와 연관이 있다고 제보한 이유는 사업을 제안하고 미팅을 갖는 과정에서 이들이 최씨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또 회의를 위해 주로 만났던 장소가 두 군데였는데 한 곳은 전직 국무위원들이 드나드는 사무실이었고 나머지 한 곳이 바로 최 씨가 운영했던 테스타로싸 카페였다.

제보자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최 씨를 본건 카페에서였다. 구체적인 사업제안과 설명은  아래 직원들이 했다. 그들이 최 씨의 직원인지 외부 용역인지는 알수 없지만 공원조성사업에 대한 사업권 이야기를 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최 씨 자매 
서로 사람 소개 시켜줘

A씨는 현재 지방에서 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 해외에서 건축조각관련 일을 하며 미술품 관련 사업도 병행해 왔다. 당시 최순실 일행은 A씨에게 공원 조성부터 공원 내에 전시될 조각품 등에 대한 전반적인 사업 진행을 제안했다. 

하지만 A씨는 선뜻 사업참여 여부를 결정지을 수 없었다. 사업 제안 자체가 너무나 광범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8년 7월 11일 남측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초병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뒤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상황이라 안전성 문제와 사업비 회수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A씨는 당시 최순실 일행과 사업 참여 여부를 논의하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당시 A씨에게 사업을 제안했던 최 씨 직원들을 최 씨에게 소개시켜 준 인물이 바로 최 씨의 언니인 최순덕 씨라는 점이다. 

최순덕 씨는 최순실 씨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녀의 딸 장유진(장시호로 개명)씨와 함께 ‘숨어있는 진짜 실세’ ‘현장 반장’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A씨와 최순실 일행은 첫 만남 이후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사업 진행 여부에 대해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A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씨의 중학교 후배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A씨는 “내가 박지만 씨의 중학교 3년 후배다. 상당히 가깝다고는 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종종 만나 식사도 한다. 하지만 최순실 씨와 박지만씨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다. 나와 박지만 씨의 관계를 알고 나서부터는 사업 제안 이야기가 흐지부지 됐다”고 말했다.

최순실-차은택
2013년에도 알던 사이

최순실 일행은 A씨와 DMZ평화의공원 사업이 잘 풀리지 않자 박정희기념사업에 관심을 가졌다. A씨는 “공원조성사업 자체가 남북 간 정세에 큰 영향을 받는 데다 규모도 크고 성공 여부가 확실치 않았다. 하지만 박정희기념사업은 상대적으로 손 대기 쉬운 사업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최순실 씨 일행과 만남을 가지며 알게 된 인물에 대해서도 추가 제보했다. 당시 최 씨 일행과 함께 인사동의 아트센터를 방문해 태권도 관련 공연을 본 적이 있었는데 당시 차은택 씨가 그곳에 있었다고 했다.

A씨는 “당시 인사동 아트센터에서 태권도 관련 시범을 본적이 있다. 태권도와 무용이 결합된 듯한 공연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금의 K스포츠와 태권도 시범단 케이스피릿을 그때부터 준비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전했다. 

A씨가 제안 받았던 DMZ평화의공원 사업은 현재 통일부, 경기도, 강원도 등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3년 당시 통일부 내에 전담 기획단인 DMZ세계평화공원기획단이 구성돼 같은 해 7월 범 부처 합동 마스터플랜이 수립됐다. 당시 DMZ세계평화공원의 총 사업비는 2500억 원이었으나 확정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DMZ평화의공원 사업은 언제 완료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지난 9월 진행된 정기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했던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사업’ 예산은 2014년부터 2년간 총 620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지만 집행액은 5.3억 원으로 1%에도 못 미쳤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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