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커넥션 드러난 김종 차관 실체
최순실 커넥션 드러난 김종 차관 실체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6-11-04 20:01
  • 승인 2016.11.04 20:01
  • 호수 1175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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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 단체·협회서 문제 터질 때마다 이름 나왔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의 사람들 이름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씨가 구속되면서 주변인들에 대한 검찰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국정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던 만큼 관련된 정부부처들도 숨죽이며 검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씨와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정부 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다. K스포츠·미르재단 문제와 함께 승마선수인 딸 정유라씨가 연관된 대한승마협회 모두 문체부가 담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순실 사태’가 터지자마자 김종 전 차관이 사직서를 제출해 최씨와의 커넥션 의혹을 받고 있다. 그동안 김 전 차관은 체육계 내부에서 ‘실세’ ‘체육계 황제’로 불리며 산하 단체 등에서 갈등이 있을 때마다 이름이 등장했었다. 일요서울에서는 김 전 차관의 행적을 되짚어 봤다.

‘체육계 황태자’로 불리며 영향력 행사
박근혜 정부 장·차관 중 최장 재직기록

체육계 인사들은 김종 전 차관에 대해 ‘체육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스포츠 분야에 처음 발을 들인 건 1991년 9월부터 두산베어스 기획홍보과장이 되면서부터다. 차관 임명 직전까지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었다.

김 전 차관은 지난달 30일 사직서를 제출하며 “현재 상황에서 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문체부 직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있기 때문에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가 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한 이유는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최 씨 측근에게 인사 추천을 했다거나 K스포츠·미르재단 등의 설립에 관여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의혹이 되고 있는 모든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최씨 측근에게 보냈던 문자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문자에는 당시 문체부 장관과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으로 추천하는 인사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메일로 자신의 측근 이력서를 보낸 정황도 드러났다. 심지어 최 씨를 수시로 만난다고도 보도됐으나 김 전 차관은 부인하고 있다. 

K스포츠재단 연관 의혹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모든 사실을 부인했지만 나중에는 사무총장과 전화통화한 사실을 인정했다.

K스포츠 설립 위해
체육인재육성재단 폐지

김종 전 차관은 체육계 인사들에게 칭찬보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송강영 동서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는 김 전 차관에 대해 “체육인의 탈을 쓴 악마”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송 교수가 김 전 차관에 대해 비판하는 이유는 체육인들을 위해 만들었던 체육인재육성재단을 폐지시킨 장본인이 바로 김 전 차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7년 출범한 체육인재육성재단은 체육인재 육성, 지도자역량교육 등을 목표로 활동해온 재단이다. 김 전 차관도 이사로 활동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갑작스레 문을 닫았다.

눈길을 끄는 점은 체육인재육성재단 이사장을 맡았던 사람이 정동구 씨다. 바로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이다. 체육인재육성재단 폐지에 대해 ‘K스포츠 재단 설립의 희생양’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재단 측은 재단이 폐지될 당시에도 문체부로부터 자세한 설명은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4대악 척결 내세워
임원 선출 등도 관여

‘체육계 황제’로 불렸던 김종 전 차관의 활약은 2014년 ‘스포츠 4대악 척결’을 내세우고 활동할 당시 최고조에 이르렀다. 당시 김 전 차관은 스포츠계 4대악 척결을 내세워 산하 단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시 체육계를 개혁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협회 등의 임원선출 문제에 관여하고 파벌 싸움에 끼어들었다. 겉으로는 비리 수사지만 결국은 체육인들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 김 전 차관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의심을 받는 단체는 한둘이 아니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속해 있던 대한승마협회도 예외는 아니다. 2014년에는 국내 체육계에 대대적인 칼바람이 불었다. ‘스포츠 4대악 척결’을 위해 스포츠4대악신고센터까지 설치돼 각종 비리 등을 접수받아 경찰청과 함께 합동 수사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대한승마협회 관계자들도 물갈이가 됐다. 최순실 씨 측 인사가 작성한 문건으로 사정작업이 시작돼 소위 반대파들이 제거 당했다고 알려졌다. 당시 문건을 작성했던 인사도 실형을 살았지만 여전히 최 씨 측근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대한펜싱협회
파벌싸움 관여 의혹도

김종 전 차관의 이름은 2014년 대한펜싱협회 내분 때도 튀어나왔다. 그해 7월 12일 국민체육진흥공단 펜싱팀 서범석 감독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2013년 경기지방검찰청에서 민원을 토대로 서 감독에 대한 업무상횡령 혐의에 대한 내사를 진행했으나 혐의점이 없어 종결됐다. 그런데 스포츠4대악신고센터에 민원이 접수됐다며 합동수사본부에서 또다시 내사를 진행했다. 결국 서 감독은 심적 고통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부 펜싱인들이 서 감독에 대한 타깃 수사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김 전 차관이 파벌 싸움을 주도하는 한 인사와 친분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취재과정에서도 협회 인사들은 김 전 차관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였다. 김 전 차관의 개입 증거가 있지만 지금은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대한펜싱협회에는 신구 파벌 간의 내분이 있었다. 서로 협회에서 세력을 차지하기 위해 밀어내기 위한 수 싸움이 치열했다. 그런 가운데 문체부에서는 특별감사를 실시해 여러 비위 사실을 발견했다. 펜싱협회 내부 인사 문제를 지적했던 것이었으나 오히려 징계 대신 시정을 요구하면서 정관개정을 통해 문제의 인사는 마무리가 됐다. 

당시 이러한 내용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직원도 알고 있었다. 문제는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는 점이다. 협회 인사가 증거가 있다고 했지만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당시 이러한 내용이 윗선까지 보고가 됐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후로도 오랫동안 민정수석실 직원은 김종 전 차관의 행적을 쫓고 있었다.

일련의 상황을 감안하면 청와대에서 김종 차관의 전횡에 대해서는 주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은 사표를 내기 전까지 박근혜 정부 장·차관 중 최장 재직 기록을 쌓았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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