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변호사를 판결 뒤집기 명수로 이끈 기막힌 사건들
박준영 변호사를 판결 뒤집기 명수로 이끈 기막힌 사건들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6-11-04 19:49
  • 승인 2016.11.04 19:49
  • 호수 1175
  • 16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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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 재심 속출…檢·警 ‘누더기’ 수사 방식 도마 올라
무죄판결난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 소감 밝히는 박준영 변호사 (오른쪽)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십수년 전 발생한 이른바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이 2012년 10월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난 것에 이어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이 지난달 28일 재심에서 17년 만에 무죄로 확정됐다. 이 사건들은 모두 형사사건 판결 뒤집기의 명수로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가 재심을 이끌어내 승리를 거뒀다. 이에 박준영 변호사가 맡고 있는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도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재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심사건이란 이미 확정된 재판 결과를 뒤집을 만한 새로운 증거를 찾아냈을 때 다시 재판을 해달라고 청구하는 사건이다. 따라서 재심 청구 소송은 준비 과정부터 매우 어려울 뿐 아니라 주로 사회적 취약 계층이 의뢰자이기 때문에 수임료도 적어 대다수의 변호사들은 재심사건 맡기를 꺼린다.

하지만 박 변호사는 때론 수임료를 받지 않으면서까지 재심사건을 맡아 진실을 밝혀내는 ‘매우 특별한 변호사’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를 ‘재심사건 전문 변호사’로 이끈 계기는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의 피의자 아이가 쓴 한 통의 편지였다.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던 아이에게서 진심을 느낀 박 변호사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생각하고 매달리기 시작했다.

강압수사에 허위자백해

2007년 5월17일 새벽 경기 수원시의 한 고등학교 화단에서 인근을 돌며 노숙하던 김모양(당시 15세)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노숙자들한테 맞고 사망한 것이라 단정 짓고 주변 노숙자들을 수색, 유력 용의자로 정 씨와 강 씨를 체포한다.

이들은 범행을 부인했지만 경찰은 온갖 협박성, 함정성 수사로 결국 이들의 자백을 받아낸다.

이후 재판에서 정 씨는 상해치사 혐의로 징역 5년이 강 씨는 폭행 혐의로 벌금 200만 원이 구형된 후 사건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수사 당시 “인근 소녀들과 같이 때렸다”는 정 씨의 진술을 토대로 경찰수사가 다시 시작되고 5명의 가출 청소년들로부터 범죄행위에 대한 자백을 받아낸다. 하지만 이들은 재판에 들어서면서부터 완강히 범행을 부인했고, 검사가 유도심문을 했다고 법원에서 진술한다. 뿐만 아니라 재판에서 증인으로 선 정 씨 또한 가출 청소년들 편을 들어 혼란을 준다. 검찰과의 치열한 법적 공판 끝에 1심은 결국 검찰의 손을 들어주고 청소년들은 모두 상해치사 혐의로 2~4년형의 실형을 받는다. 정 씨 또한 위증죄로 추가 기소를 당해 실형 6개월이 추가된다.

하지만 곧바로 항소를 한 청소년들은 국선 변호사였던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치열하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항소심 대비를 한다. 박 변호사는 청소년들에게 검사가 유도진술을 하게끔 만든 상황을 듣고, 이에 따라 심문과정 녹화영상을 확인해서 재판 중 증거로 제출한다. 이에 가출청소년 5명 전원이 무죄로 석방되고 정 씨의 위증죄도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검찰은 완벽히 패배한다.

이후 자신이 소녀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던 정 씨도 박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2010년 8월에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을 청구, 2012년 10월 결국 상해치사혐의 무죄가 확정된다.

하지만 2012년 10월에는 정 씨가 5년 2개월여의 형기를 마치고 나온 상태였고 소녀를 죽인 진범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박 변호사는 이 사건을 재심으로 이끈 뒤부터 허위자백·회유 등 수사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문제, 특히 사회적 약자의 권리 침해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미성년자·지적 장애인 등이 범인으로 지목돼 옥살이한 석연치 않은 사건들을 접하고 수년에 걸쳐 당사자들을 찾고 관련 기록을 모으는 등 10년도 더 지난 일을 다시 파고들었다.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과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의 재심 확정판결은 이렇게 나왔다. 극히 이례적인 일반 형사사건의 재심을 그는 벌써 3차례나 받아낸 것. 재심 결정이 난 뒤 검찰이 항고해 아직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무기수 김신혜 사건’까지 더하면 4차례다.

단지 목격했을 뿐인데…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에 무려 6년을 매달려 결국 무죄를 받아낸 박 변호사는 그 후 우연히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봤다. 허점투성이 수사에 분노한 그는 복역 중이던 최모(32·사건당시 16)씨를 직접 찾아가 재심 변론을 맡았다.

불법 수사와 진범 논란 끝에 재심이 결정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 사건’은 수사했던 전북지방경찰청 소속 박모(44) 경위가 목을 매 숨지게까지 한 사건으로 유명하다.

박 경위는 지난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쯤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 유모(당시 42)씨가 흉기에 찔려 살해되자 목격자인 최 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수사팀의 일원이다. 수사팀은 다방 배달원이었던 최 씨가 도로 위에서 유 씨와 말다툼을 벌인 끝에 살해했다는 자백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당시 박 경위는 수사팀에서 가장 경찰 경력이 짧은 순경이었다.

최 씨는 그해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지난 2003년 3월 군산경찰서에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 당시 경찰은 진범으로 지목된 김모(당시 22)씨를 붙잡아 자백을 받았지만, 구체적인 물증은 확보하지 못했다. 나중엔 김 씨가 자신의 자백 진술마저 뒤집는 바람에 수사가 막다른 벽에 부딪혔다.

최 씨는 박준영 변호사의 권유로 만기 출소하고 난 이후인 2013년에 “경찰이 여관으로 데려가 날 구타했고, 강압에 못 이겨 허위 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광주고법은 지난해 6월 진범으로 지목된 김 씨의 진술이 최 씨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새로운 증거라고 보고 재심을 결정했다. 지난 6월 광주고법에서 재심이 시작돼 이달 17일 선고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숨진 박 경위는 지난 8월 25일 광주고법에서 열린 재심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가혹 행위에 대해서는 부인했지만, 최 씨를 여관에 데려간 사실은 인정했다. 박 경위는 재심이 시작된 뒤부터 가족에게 “괴롭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알려졌다. 박 경위의 휴대전화 임시저장함엔 ‘먼저 가서 미안하다. 잘 살아라’는 글이 남아 있었지만,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진범 스스로 ‘양심선언’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은 1999년 2월 6일 발생했다. 이날 오전 4시께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했다. 범인들은 잠자던 유모(당시 76) 할머니의 입을 테이프로 막아 숨지게 하고 현금과 패물 등 254만 원어치를 털어 달아났다.

경찰은 사건 발생 9일 후 19∼20살의 동네 선후배 3명을 구속했다. 이른바 ‘삼례 3인조’다. 이들은 징역 3∼6년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쳤으나 경찰과 검찰의 부실수사와 진범 논란이 일었다.

사건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했다. ‘삼례 3인조’의 형이 확정된 뒤인 1999년 11월 부산지검은 ‘진범이 따로 있다’는 제보를 받고 이모(48·경남)씨 등 ‘부산 3인조’를 체포해 사건을 전주지검으로 넘겼다. 하지만 ‘부산 3인조’는 검찰 조사에서 자백을 번복했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부산 3인조’를 무혐의 처분한 수사검사는 앞서 ‘삼례 3인조’를 구속한 동일 검사였다.

그리고 ‘삼례 3인조’는 범행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밝혀져 재판에서 3~6년의 징역형을 받아 옥살이를 해 일단락되어가는 듯했다.

이 사건은 발생한 지 17년이 지나 공소시효(10년)는 지났고 사건 기록도 모두 폐기됐다.

삼례 3인조는 박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3월 유족이 보관 중인 현장검증 동영상과 진범으로 지목됐던 인물들의 사건 기록을 근거로 전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삼례 3인조’는 조사과정에서 경찰이 폭력을 행사해 거짓자백을 했다는 것.

사건은 검찰이 풀어줬던 이 씨가 올해 초 자신이 진범이라고 ‘양심선언’하면서 이슈가 됐다.

이 씨는 재심 청구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해 “나와 지인 2명 등 3명이 진범”이라며 “당시 익산까지 왔다가 지인들과 함께 익산에서 가까운 삼례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이 씨와 함께 ‘부산 3인조’로 지목된 배모씨는 지난해 4월 숨졌고 조모씨는 사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이 씨는 재판에 앞서 지난 1월 피해자의 충남 부여군 묘소를 찾아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박 변호사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삼례 3인조를 위해 이 씨가 재심에 도움을 주기로 결심한 것에 감사를 느낀다”며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도 뜻하지 않은 우연이 결합돼 좋은 결실을 바라보는 지금의 단계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의 재심을 담당한 박준영 변호사는 지난 6월 23일 KBS스페셜에 출연해 삼례 3인조의 처지와 수사기관이 증거로 제출한 자술서 등을 비교했다. 그때도 조작이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3인조 중 한 명은 ‘언어나 논리 구사능력이 낮아서 긴 문장을 쓸 수 없는 정도임’이 의학적으로 드러났는데, 당시의 자술서 등에는 매우 긴 장문으로 작성되었다는 점이 방송을 타며 의구심이 늘어났다.

무기수의 처절한 절규에 ‘충격’

친부 살해 혐의로 16년째 복역 중인 무기수 김신혜(39·여)씨에 대한 법원의 재심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PD 덕분에 이뤄졌다. 김신혜 씨의 사연을 안타깝게 여긴 SBS PD는 박준영 변호사에게 김신혜 씨를 만나서 자초지종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한다. 김신혜 씨는 박준영 변호사를 보자마자 억울함을 호소하며 처절하게 절규했고 이에 박준영 변호사는 충격을 받아 재심을 청구, 지난해 11월 결정됐다. 복역 중인 무기수로서는 첫 재심 결정이지만 검찰이 기계적으로 불복, 고등법원에 항고한 상태다.

앞서 김씨는 2000년 3월 자신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수면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2001년 3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재심 개시 이유를 당시 수사 경찰이 직무에 관한 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밝히면서도 무죄를 선고할 명백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의 집행을 정지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이 압수·수색영장에 의해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고, 압수수색 과정에서 경찰관이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압수조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며 경찰 수사의 잘못을 인정했다.

또한 재판부는 경찰이 김 씨가 현장검증을 거부했는데도 영장도 없이 범행을 재연하게 했다며 강압 수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경찰 수사의 잘못을 일부 인정했지만, 김 씨가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제출한 증거는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재심 사건들은 모두 열악한 환경에 있는 지적 장애인이나 미성년자 등이 진범으로 몰려 누명을 썼다”며 “수사기관들은 이런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혹한 수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시 가짜 살인범을 만들었던 공권력인 경찰과 검사, 판사, 국선변호사, 그들의 잘못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면서 “공권력은 더는 침묵하지 말고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법치가 바로 선다”고 강조했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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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a1389a 2016-11-04 23:34:07 116.93.197.55
억울할수도 있는사건을 파헤쳐서 무죄로 만들었네요. 대단하신것같습니다. 정말 특별한 변호사네요. 앞으로도 많은 사건을 해결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