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맞아?” 친딸 성폭행 방조한 ‘인면수심’의 모성
“엄마 맞아?” 친딸 성폭행 방조한 ‘인면수심’의 모성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6-11-04 19:42
  • 승인 2016.11.04 19:42
  • 호수 1175
  • 18면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거남에게 기대 심리 크면 ‘인면수심’ 엄마 될 수 있어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자신의 친딸을 성폭행한 동거남이 재판에서 선처를 받도록 거짓합의서를 강요한 엄마, 교제하던 남성과 함께 친딸을 추행한 엄마, 심지어 친딸을 성폭행해 구속된 동거남을 석방시키기 위해 동거남과 딸을 결혼시키려고까지 한 엄마 등 비정하고 엽기적인 엄마들의 행각이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자식을 위한 무조건적인 모성애가 그 어느 나라보다 강한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 이 ‘인면수심’의 엄마들은, 작금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가치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월 24일 부산가정법원 가사합의3부(재판장 천종호)는 자신의 10대 딸을 성폭행한 동거남이 재판에 넘겨지자 법정에서 동거남의 선처를 호소하고 딸의 이름으로 거짓 합의서까지 작성한 비정한 엄마 김모씨의 친권을 박탈했다.

‘딸보다 동거남?’ 무서운 엄마들

김 씨의 동거남 신 씨는 전 남편과 이혼한 김 씨와 지난 2008년부터 동거를 하고 있던 중 지난해 8월 2일 순간적인 욕정을 참지 못해 김 씨의 딸 A양에게 몹쓸 짓을 저질렀다. 이후 신 씨는 올해 1월 하순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A양을 성폭행했다.

A양은 친엄마인 김 씨에게 곧바로 신 씨로부터 성폭행당한 사실을 알렸지만 김 씨는 외면했다. 이웃으로부터 A양이 신 씨에게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을 들은 경찰은 수사를 시작했고 신 씨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곧 경악할 만한 일이 발생했다. 김 씨는 신 씨가 재판을 받게 되자 선처를 받기 위해 A양에게 거짓 합의서를 쓰게 했고 합의서를 검찰에 제출했던 것. 재판이 진행되면서부터 김 씨는 딸에게 합의서 작성을 수차례 강요했던 것으로 드러났고, 심지어 신 씨의 증인으로 출석해 선처를 호소하는 등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이들을 돌보는 김 씨 친모에게는 “왜 합의서 작성을 반대하느냐”며 양육비도 주지 않았다.

친딸보다 동거남의 안위가 더 중요했던 것일까? ‘엄마’라는 가면을 쓰고 저지른 ‘인면수심’의 행각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전 국민은 경악했다. 특히 언론을 통해 사건이 보도되자 네티즌들은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네 발 달린 짐승도 제 새끼를 떼어놓으면 목 놓아 우는데, 하물며 인두껍을 쓰고…” “해외뉴스이길 바랐다. 우리나라 정말 왜 이러냐” “저런 엄마라면 차라리 고아가 낫겠다” 등 믿기 어렵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아낌없이 줄 수 있는 게 부모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아프게 보여 준 사례다.

인면수심의 모성이 드러난 것은 이 사건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5월에는 교제하던 남성에게 지능 수준이 낮은 딸을 맡겨 수년 동안 성폭행과 학대를 당하도록 방치하고 이 남성과 함께 딸을 추행까지 한 엄마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조사 결과 이 비정한 엄마는 교제남이 자신의 딸을 성폭행·성추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추행을 돕고 심지어 교제남 앞에서 딸을 폭행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자신의 동거남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친딸에게 동거남과의 혼인신고를 강요한 엽기적인 엄마가 기소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딸이 동거남에게 성폭행 당했음을 듣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엄마는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동거남을 석방시키기 위해 딸에게 혼인신고를 종용했던 것. 친딸은 동거남의 아이를 임신해 출산까지 했다.

이러한 비정한 엄마들의 상상을 초월한 행태는 우리 사회의 기초를 이루는 윤리의 근간 자체를 허무는 사건이라는 시각이다.

그동안 친부나 친오빠에 의한 성폭행 사례는 적지 않았지만 친모에 의한 친딸 성폭행 방조 사건은 드물었는데 최근 빈번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성애’로 표현되는 자식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이 우리 사회를 유지하고 지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만큼 이 사건들이 던지는 충격파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자녀는 소유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엽기적이고 삐뚤어진 모성의 출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자녀를 소유물쯤으로 치부하는 전통적인 인식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즉, 성적으로 착취하거나 다양한 폭력적 위해를 가하더라도 큰 잘못은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 집단, 특히 가족이라는 공동체 중심의 가치체계가 개인주의보다 우위를 점했던 우리의 전통사회 통념 속에서 자녀의 인권의식은 미약했던 것이 사실이라는 견해다.

한 정신과전문의는 “가족의 노동력에 의존한 경제체제와 수직적, 종속적인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자녀들은 가르침과 양육을 받아야 하는 미성숙한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면서 “자녀를 하나의 인격적 존재로 인정하고 성인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는 데 인색할 수밖에 없으며 심한 경우 성적으로 착취해도 문제없다는 정신병리학적 문제까지도 야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꼬집었다.

사회가 발전하고 민주주의 의식이 성숙하면서 가정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자식들의 인권과 권리의식이 생겨나고 그 범위와 인식이 커가고 있는 중이지만 아직도 서구 선진국들에 비교해 미흡한 점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여기에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을 갖추지 못한 엄마들이 경제적, 심리적 우위에 있는 동거남들에게 기대는 심리가 크면 ‘인면수심’의 악마가 될 수 있다는 것. 이와 함께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성범죄 형량도 비정한 엄마들의 탄생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어쨌든 최근 친딸을 성폭행한 동거남과 교제남을 두둔하고 오히려 딸을 배척하는 비정한 엄마들의 등장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는 서글픈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owa1389a 2016-11-05 00:24:49 116.93.197.55
자신의 딸보다도 동거남이라니 심한것 같네요 딸이 받은 정신적 신체적 고통이 클거같습니다 딸이 어서 회복하고 힘내기를 바랍니다

나다 2016-11-05 00:16:29 114.207.195.141
미친것들..저것도 사람이라고..그냥 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