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맥주 가격 공세 …‘롯데주류·하이트진로’ 입지 흔들
수입 맥주 가격 공세 …‘롯데주류·하이트진로’ 입지 흔들
  • 남동희 기자
  • 입력 2016-11-04 18:53
  • 승인 2016.11.04 18:53
  • 호수 1175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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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국산 맥주 ‘게 섰거라…’

“이제 국내 것은 못 마시겠어” 소비 반응 주목
주류업계 “해외 인기 제품 취급하는 게 대세”

수입 맥주가 ‘종류가 없어서’, ‘비싸서’ 못 사먹던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이제는 편의점·대형마트 곳곳에 당당히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한 대형마트의 ‘수입 맥주 1병에 1000원’ 행사는 연일 매진 행렬을 기록해 다시 한번 수입 맥주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한편 국산 맥주의 대표주자인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은 지난 1일부터 편의점과 마트에서 100원~350원까지 가격을 올렸다.

지난달 31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지난달 20일부터 개최한 ‘수입 맥주 1000원 행사’를 찾아갔다.

행사 품목인 맥주는 계산대 바로 앞 쪽에 ‘수입 맥주 1000원’이라는 푯말이 없었으면 지나쳤을 정도로 고작 10박스밖에 남지 않았다.

매장 판매원은 “손님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매장에 남은 물량이 있는 것을 알고 찾아오는데 저것도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행사는 언제 또 열리냐는 질문에 “그렇게 물어보시는 고객들이 많다”며 “본사에서 한정된 수량을 이벤트성으로 들여오는 것이라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고객들 반응이 좋아 조만간 또 열리지 않을까 싶다”고 대답했다.

수입 맥주 행사 연일 매진

마침 행사 맥주를 집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소비자 A씨(주부)를 만났다. 그는 “싸긴 싼데 요새 수입 맥주들이 워낙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원래 마시던 걸 마시겠다”며 수입 맥주 코너로 발길을 옮겼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 370여 개 매장에서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천 원의 행복’ 행사의 일부로 수입 맥주 5종을 개당 1000원에 판매해 SNS에 연일 화제가 됐다. 해당 맥주는 호가든 그랑크루(330㎖), 호가든 포비든프룻(330㎖), 레페브론드 코로나(355㎖), 브룩 피어스트 휘트비어(500㎖) 등 해외에서 국내로 수입되는 제품들이다.

취재해 보니 행사 시작 10여 일이 지난 시점 370여 개 매장에 재고가 거의 없었다. 실제 매장 직원들이 느끼기에도 “보통 여름에 맥주가 더 잘 팔리는 편인데 지난 7월에서 8월 비슷한 행사를 했을 때만큼 인기가 좋은 것 같다”고 답했다. 행사 맥주 가격이 저렴한 것도 인기 비결이지만 수입 맥주들이 이미 국내 맥주 시장에 깊숙이 들어와 인지도가 쌓인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맥주 수입액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1년 5844만 달러에서 지난해 1억4168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량은 올해 상반기 9만5858 톤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였다.

반면 지난달 20일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3분기 국산 맥주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2일 오후 7시 서울 청량리역사에 있는 롯데마트를 찾았다. 이곳의 수입 맥주는 판매 코너가 따로 있었고 양쪽 냉장 진열대를 모두 채워 보관되고 있었다. 반면 국산 맥주는 그 뒤 일반 선반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국산 맥주 코너의 2배 크기였다.

맥주 판매원은 “수입 맥주는 지금 4캔에 만 원으로 할인하고 있는 제품들이 있지만 할인 제품이 아니어도 전체적으로 잘 나가는 편이다”고 말했다.

국산 맥주 코너의 2배 차지

수입 맥주 6캔을 장바구니에 담던 직장인 한모씨는 “아무래도 인기가 많으니 많은 업체들이 수입 맥주를 들여오고 가격은 자꾸 낮아져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좋은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여행이 취미라 세계 각국을 다니며 맥주를 많이 마셔 이렇게 싸지기 전부터 한국에서도 수입 맥주를 많이 마셨다”고 말하며 “국산 맥주는 너무 싱겁고 질이 떨어진다. 회식 때 아니면 안 먹는다”고 수입 맥주를 찾는 이유를 말했다.

국산 맥주 코너에서 물건을 고르던 부부를 만났다. 남편 B씨는 “나는 국산 맥주가 맛있다. 가격도 저렴하고 비교적 만족하는 편이다”고 답했다. 그는 11월 1일 기준으로 일부 국산 맥주 가격이 인상된 것을 아느냐는 말에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가격이 오른 제품을 확인해야겠다며 구매하지 않고 발길을 돌렸다.

30여분 동안 지켜본 결과 대략 3배가 넘는 약 10명의 사람들이 수입 맥주 코너를 구경했으며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국산 맥주 코너는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다. 대형마트가 아닌 편의점에도 수입 맥주는 최소 음료 냉장고 절반 넘게 차지하거나 입구쪽에 위치한 전용 냉장고에 따로 보관돼 있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C씨는 “국산 맥주들이 가격이 올라 덜 팔리기보다 이제는 그냥 수입 맥주를 찾는 손님이 많이 늘었다”라고 답했다. 그는 “골라먹는 재미도 있고 맛과 풍미도 다양해서 더 많이 찾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수입 맥주들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에 대표적인 국산 맥주 생산 업체인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도 지난 4월, 지난 9월에 차례로 수입 맥주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롯데주류는 아일랜드 크래프트 맥주인 ‘맥가글스’를 하이트진로는 호주 라거 맥주인 ‘투이즈엑스트라드라이’를 수입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수입 맥주 인기가 높아지고 그에 비해 국산 맥주가 시들한 상황에서 자체 생산 맥주만으로는 수익을 높이기 힘들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R&D에 투자하는 것보다 인기가 있을 수입맥주를 조사하고 선별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남동희 기자 donghee07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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