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역주행 ‘동양생명’
아슬아슬 역주행 ‘동양생명’
  • 남동희 기자
  • 입력 2016-11-04 18:49
  • 승인 2016.11.04 18:49
  • 호수 1175
  • 3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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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안방보험 인수 후 국내 행보에 의견 분분

회계기준변화로 “저축성 보험 2020년부터 부채로 전환” 
잠재된 리스크 너무 커 vs 중국 대기업 파산 위험 낮아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동양생명이 올 상반기 4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이런 높은 매출은 동양생명의 ‘저축성 보험’이 견인했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탐탁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내 보험업계의 전략과 역주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생명은 저축성 보험의 최저보증이율을 업계보다 높게 설정해 고객을 확보한 뒤 수익을 거둬 해외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안방보험은 지난해 2월 동양생명을 1조1319억 원에 인수했다. 인수 후 지난해 말 동양생명의 자산규모는 약 22조5709억 원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지난 7월 동양생명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개월 만에 자산을 2조 원 이상 불려 총 자산규모가 25조3694억 원이 됐다.

동양생명이 비약적인 매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원인은 저축성 보험과 일시납 양로보험(보장성 성격을 띤 저축성 보험)의 판매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시납 양로보험의 경우 최저보증이율(2.85%)을 보장해 올해 1분기 동양생명의 효자 상품이 됐다.

동양생명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올해 1분기 저축성 보험 판매 규모는 1조5000억 원으로, 지난 한 해 동안 동양생명의 저축성 보험 판매액이 2조2160억 원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단기간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린 것이다. 당시 동양생명의 저축성 보험 비중은 수입보험료에서 70%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같은 기간 수입보험료에서 저축성 보험 비중을 8% 포인트 가량 줄여 51.6%가 됐다. 이외 ‘빅 3 생보사’(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뿐만 아니라 국내 보험사 대부분이 저축성 보험 비율을 줄였다.

2020년부터 시행되는 국제 회계기준(IFRS4) 2단계가 적용되면 저축성 보험은 부채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9월 금융감독원 측도 동양생명의 저축성 보험 확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저축성 보험 비중을 줄인 이유로 “저금리에 대응하고 보험 종류를 다양하게 하기 위함도 있지만 2020년 예정된 IFRS4 2단계에 대비해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전환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는 국내 보험사 대부분들이 밟고 있는 수순”이라고 했다.

쌍용차의 ‘무리한 전략’ 떠올라

업계 일부에서는 이런 동양생명의 전략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09년에 있었던 쌍용차 ‘먹튀 사태’ 수순을 밟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다.

지난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자동차를 인수했으나 5년 만에 경영권을 포기하고 중국으로 돌아갔다. 상하이차의 쌍용차 경영 실패 원인은 투자 단절, 경영 혼란, 기술 유출 논란 등 여러 가지가 거론됐지만 전 쌍용차 임원진들은 처음부터 쌍용차와 맞지 않는 ‘무리한 사업 추진’이 문제였다고 했다.

전 임원들이 말하는 ‘무리한 사업 추진’은 SUV로 특화된 쌍용차에게 상하이차가 2011년까지 전 차종의 신차 30개를 출시하고, 신형 엔진 5개를 개발하자 한 것이다.

중국 국영·민영 기업에 투자

동양생명이 고객들에게 높은 이율을 보장할 수 있었던 까닭은 중국 안방보험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자산운용수익률 하락을 막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양생명이 상반기에 일시납 양로보험상품을 판매하고 받은 보험료를 자산운용수익률 2.9% 수준에 10년 만기인 중국 회사채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동양생명의 주요 해외 투자가 중국 국영·민영기업의 채권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을 감안할 때, 저축성 보험 확대를 통한 수입으로 감행하는 공격적인 투자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보험법학회 관계자는 “동양생명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외화 유가 증권 투자를 150% 증가시켰다. 이는 대부분 저축성 보험으로부터 나온 수익을 투자로 돌린 것이라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 증가도 그렇지만 중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의 경제 조건이 가진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고, 특히 중국 국영기업 같은 경우 개혁이 전면적으로 이뤄져 채권 부실화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 안유화 교수는 “저축성 보험 비율이 높은 건 국제 회계 기준이 변해 재무구조에서 부채가 많아져 위험하나, 저축성 보험 비율이 높은 것이 중국 보험업계의 추세다. 중국 보험업계도 이를 대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중국 정부 차원에서도 가이드라인을 정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안방보험의 공격적인 투자를 불안하게 보는 시선도 있으나 ‘글로벌 M&A 시장의 스타’로 떠오른 안방보험이 파산해 고객들에게까지 피해가 갈 것이라는 시선은 비약이며 시기상조다”라고 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IFRS4 2단계를 대비해 ‘유상증자를 포함한 자본 건전성 강화 방안’을 한 달 이내로 공시할 예정”이라 말했다. 그리고 해외투자 확대와 꾸준히 대체투자를 모색해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부 우려 섞인 시각도 있지만 상반기에 판매한 대부분의 저축성 상품이 자산운용수익률 3%에 달하는 해외 자산에 투자돼 부채관리가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점진적인 해외투자 확대로 자산운용수익률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4%까지 올랐다. 이런 추세로 하반기에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동희 기자 donghee07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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