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구룡마을’ ‘한남 뉴타운’…‘안전 사각지대’에 그대로 노출
[현장취재] ‘구룡마을’ ‘한남 뉴타운’…‘안전 사각지대’에 그대로 노출
  • 오유진 기자
  • 입력 2016-11-04 18:43
  • 승인 2016.11.04 18:43
  • 호수 1175
  • 4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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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 거주자들 화재 날까 노심초사

노후 주택, 폐가 범죄 발생의 위험성 농후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과 노후 주택 밀집지역 ‘한남 뉴타운’을 지난 2일 찾았다. 구룡마을 개발계획은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개발구상을 밝히면서 추진됐으며, 한남동 일대는 2003년 뉴타운으로 지정되면서 아파트 1만2000여 가구를 짓는 재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이곳은 개발계획으로 인해 부동산 업계의 블루칩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개발을 놓고 실 거주자, 서울시, 토지소유자 등 의견 마찰이 이어져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판자촌과 노후 건물에 사는 실 거주민들은 안전문제에도 노출됐다. 화재, 보건위생, 생활여건 불편 등 무방비 상태에 방치된 것. 일요서울은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서울특별시 강남구 개포동 567-2번지에 위치하는 구룡마을의 개발계획은 무허가 판자촌 1100가구가 들어선 이 지역 일대 26만6304㎡에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이 일대를 전면 수용한 뒤 이곳에 영구·국민임대주택과 일반분양 아파트 등 공동주택 2692가구를 오는 2020년까지 지을 계획이다. 구룡마을 거주민은 영구·국민임대주택에 입주하게 된다.

하지만 개발을 놓고 실거주자, 서울시, 토지소유자 등의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구룡마을 개발사업은 2011년 서울시(일부 환지)와 강남구(전면 수용) 개발 방식을 두고 대립하면서 취소됐다. 이후 사업을 재개했지만 양 기관 사이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지연됐다.

서울시는 지난 3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강남구 개포동 567-1 일대 개포 구룡마을의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안 심의를 보류를 결정했다. 11월 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던 서울시의 ‘개포 구룡마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가 또다시 보류돼 현재 거주자들의 겨울나기는 더욱더 힘들어지고 있다.

구룡마을의 실거주자들 고통의 연속

앞서 구룡마을은 대형화재로 큰 상처를 입은 바 있다. 2014년 11월 9일 7-B지구에서 발생한 화재는 8지구 전역으로 빠르게 옮겨 붙으며 구룡마을 한 부분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당시 5만8000㎡중 900㎡와 무허가 판잣집 391개동 1807세대 중 16개동 63세대가 화마에 휩싸여 100여 명의 이재민을 냈다.

당시 화재는 초기진압에 어려움을 겪어 피해가 더 커졌다. 많은 소방장비와 인력이 투입됐으나 소방도로가 제대로 없었고, 상하수도 시설의 미비로 소화전 등 소방시설이 빈약해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연탄과 전열기 사용으로 인한 화재 사건이 많이 생기는 만큼 이곳 주민들은 제대로 된 난방시설조차 없이 겨울을 맞고 있다.

구룡마을은 무허가 판자촌이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생활권마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상하수도 오폐수, 쓰레기, 오물수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화재뿐만 아니라 보건위생 등이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다.

구룡마을 한 거주자는 “(양극화에 대한) 불만은 없다. 단지 불편한 점이 많을 뿐”이라며 “무허가다 보니 화장실이 재래식이라 편하게 볼일을 볼 수도 없고 마트 같은 것도 없어서 며칠에 한 번씩 마음먹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거주자는 “화재가 날까 봐 제일 겁이 난다”며 “현재 마을에는 대부분 고령의 나이 거주자분들이 많다 젊은 사람들은 거의 없다.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강남 지역이 양극화가 제일 심하다”며 “낙후 지역의 경우 화장실, 수도, 전기 심지어 도시가스도 안 들어오는 곳이 있다. 또 양변기는커녕 재래식 화장실이 있으며 옛날 집처럼 다 떠내려 보내는 곳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관상도 보기 좋지 않지만 노화된 곳의 특징은 사는 여건이 좋지 않다. 학교 등 교육 환경도 제대로 구성되지 않았다”며 개발 촉구를 주장했다.

‘빈익빈 부익부’의 대명사 한남 뉴타운

한남동 일대는 2003년 뉴타운으로 지정되면서 아파트 1만2000여 가구를 짓는 재개발 사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작년 8월 서울시가 용산구청에 ‘3구역 조합이 제출한 건축심의안을 시 건축위원회에 상정하는 것을 보류한다’고 통보하면서 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그리고 올해 8월 초 서울시가 한남 뉴타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재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일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용산구는 미군기지 기준으로 오른쪽은 재개발 구역이고 왼쪽 구역은 도시개발계획이 잡혀 이곳 역시 양극화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한남 뉴타운의 경우 초입에만 70여 개에서 100여 개의 공가, 폐가들이 있다.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지만 범죄 발생의 위험성이 농후하다”며 “화재발생 시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소방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곳도 있어 초기 진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 업계 관계자는 “이곳에 사는 분들은 대부분 고령의 사람들이 많다. 그분들조차 생활에 불편을 느껴 집을 팔고 나가 서울시내 외곽이나 아파트 연립주택에서 살고 싶어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주거재생과 관계자는 “모든 지역을 재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에 따라서 꼭 필요한 지역은 재개발을 하고 그렇지 않은 대다수 지역은 저층 주거재생을 통해 지역을 활성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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