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식업 창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희망하는 것은 가게 문을 열자마자 손님이 몰려 소위 ‘대박’을 내는 것이다.
그래서 초보 창업자들은 사업 아이템을 고려하면서 누구나 하는 것보다는 조금 특별한 것, 적어도 창업 시기에 유행을 타거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그런 상품을 취급하기를 원한다.
이는 본인이 가진 자산의 상당 부분을 투자하면서 소득을 얻기 위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유형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외식업 창업도 인생과 마찬가지로 통계와 대수의 법칙을 믿는다면 그 답은 정직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프랜차이즈 사업일 경우에는 그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이 예측하기 힘들 만큼 트렌드를 타는 경향이 많아, 자칫 잘못하면 그릇된 선택을 하기 쉽다.
한 가지 명제를 들어보자. “지금까지 많이 팔린 상품이 앞으로도 많이 팔릴 가능성이 높다”
5년 전 쯤 우리나라에서 하얀 국물 라면이 대박을 낸 적이 있다. 당시 누구나 한 번쯤은 그 라면을 먹기 위해 마트에서 줄을 서거나, 구입하기 위해 노력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라면은 상품화되던 달에 12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단숨에 수십 가지의 라면 제품 중 2위의 판매실적을 올린다. 하지만 8개월 뒤 하얀 국물 라면은 월 매출 17억 원으로 급감했고 지금은 거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들은 이미 지난 수십년간 입맛에 익숙해진 빨간라면으로 복귀한 것이다. 이것을 소위 ‘입맛의 회귀본능’이라 한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 길든 입맛이 있고, 특히 한국인들의 경우 김치 없이 몇 끼를 버티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최근 ‘집밥’이란 단어가 유행하는가 싶다.
이것을 창업에 적용해 보자. 지금 내가 검토하고 있는 상품이 최근 몇 달 유행하는 것인지, 아니면 꾸준히 소비자들이 구매 욕구를 유지할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오픈하고자 하는 지역의 상권 및 동종/유사업종 규모, 지역주민의 인구분포 및 소득 수준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을 선택한다면 그만큼 실패의 확률을 줄일 수 있다.
또 다른 명제로 “내 적성에 맞는 상품, 내가 좋아하는 상품을 팔자”를 알아보자.
요즘은 초보 창업자에게 창업적성검사라는 서비스를 시행하는 기관이나 기업이 늘고 있다.
쉽게 풀어 이야기하면 본인이 아침형인지, 저녁형인지에 따라 아이템이 달라질 수 있고 연령, 성격, 기호에 따라 취급하는 상품이 적정한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단적으로 아침형이라면 제과나 커피, 한식, 저녁형이라면 치킨이나 요리, 주류를 취급하면 신체리듬과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팔 상품은 반드시 본인이 좋아하는 상품이어야 한다.
이는 실생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한적한 도로변의 커피전문점을 찾았을 때 깊은 인상을 받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유행을 타거나 주변 사람들의 권유에 의한 상품 선택보다는 본인도 좋아하고 즐기는 상품 중 사업성이 유망한 상품을 고를 수 있다면 ‘대박’이 아니더라도 직업적으로 만족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전문가의 조언으로 지속 성장이 예측되는 상품을 선택하라”고 덧붙인다.
외식업이라면 한 번쯤은 병행 판매가 돼야 할 주류의 예를 들어보자. 몇 년 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류 소비 형태에 변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맥주의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는 반면, 소주는 소폭 감소 추세다. 그렇다면 맥주나 막걸리 같은 발효주가 증류주에 비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더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판매할 상품 또한 이와 같은 주류와 소위 궁합이 맞는 품목을 갖춘다면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HMR(Home Meal Replacement)사업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가정식 대체식품이란 뜻으로 도시락 등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대용식품을 의미한다. 도시락 사업의 경우 이미 지난해 전체 매출이 2조5000억 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약 4조 원 이상의 매출이 단기간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것은 예측 가능한 부분이다. 통계청의 자료에서도 보면 1인가구의 비율이 30%를 넘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굳이 음식을 하고, 상을 차려 식사를 하던 사람들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이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대용식품을 찾고 있다. 흔히 요즘 유행하는 용어 중 ‘혼밥혼술’이란 말이 있다. 개인의 개성과 취향이 존중되면서 같이 먹는 것보다 혼자서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는 추세다.
이 점은 매우 주목할 가치가 있다. 더불어 노령세대, 연금세대의 증가로 인해 향후 몇 년 내에 일본과 같은 가정식 대체식품 문화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요즘과 달리 과거에는 소중한 사람을 모실 때, 집으로 초대해서 가장 잘하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곤 했다. 사업에 있어 고객은 가장 중요한 혹은 소중한 사람이다. 내가 가장 잘하는 음식을 만들고 예쁘게 접시에 담아 모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특히 프랜차이즈 사업의 경우 같은 브랜드라 하더라도 잘하는 집이 있고, 못하는 집이 있다. 같은 재료와 레시피를 공유하면서도 사업주의 철학이 어떠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사업이더라도 사업주의 철학은 분명해야 한다. 쉽게 말해 고객 지향적인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외식업 창업이란 ‘대박’의 확률을 높이는 것 보다는 실패의 확률을 줄이는 것이 초보 창업자들에게는 더 안정적일 수 있다.
물론 오늘 언급한 상품의 시장성은 성공의 복합적 요소 중 한 가지일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통계와 사실 확인에 입각한 상품 선정을 고려한다면 그만큼 초보 창업자들에게 안정적인 사업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다.
박정수 창업전문가 ilyoseoul@ilyoseoul.co.kr